죽음으로 내몰리는 노인들

춘천시 효자동의 한 다세대주택 2층 원룸 베란다에서 지난 2일 오후 4시20분께 A(여·75)씨가 베란다 철골에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주민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현장에서는 너무 아파서 살기 힘들다는 A씨의 유서가 발견됐다. 경찰 조사에서 유족들은 A씨가 평소 우울증으로 힘들었는데 암까지 발병해 고통은 물론 치료비 걱정까지 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B(73)씨도 지난달 13일 낮 12시15분께 동해시 묵호동 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B씨는 혼자 살았으며 며칠째 통행 흔적이 없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이웃 주민이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최근 질병과 경제적인 어려움 등이 노인들을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몰고 있다. 최근 질병관리본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도내 24만7,509명의 노인 인구 중 경제적 어려움으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노인의 비율이 10.3%에 달했다. 노인 10명 중 1명은 돈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포기하는 셈이다. 또 통계청이 실시한 노인 실태 조사에 따르면 도내 노인 인구 중 43.6%가 현재 가장 큰 문제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꼽고 있다.

전문가들은 60~70대 노인 중 상당수가 노후 설계 없이 노년을 맞이한데다 핵가족 문화에 익숙하고 경기 침체로 경제난을 겪는 자녀들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하면서 어려움이 가중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오진탁 한림대 철학과 교수는 “앞으로 보호받지 못한 노인들의 극단적인 선택이 늘어날 수 있다”며 “각 마을마다 노인들이 공동으로 생활 할 수 있는 방안 등 대안을 시급히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더욱이 지난해 도노인전문보호기관에 접수된 방임 등의 건수는 57건으로 2011년 34건에 비해 23건이 증가했다. 이들 대부분은 부양가족이 있는데도 도움을 받지 못한 채 홀로 방치됐다.

허문순 도노인전문보호기관 팀장은 “노인들이 가족에 소외되고 경제적으로 궁핍해지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며 “노인들의 행복한 노후를 위해선 가족관계를 중시해야 하지만 돌봄 서비스뿐 아니라 노인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강원일보 - 강경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