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용등급 낮아 보증인 요구

* 보증보험 등 받기 쉽지 않아

* 십수 년째 미상환금만 쌓여

각 지방자치단체의 저소득층 생활안정기금 제도가 사실상 무용지물로 전락했다. 신용 등급이 낮아 제도권 금융의 혜택을 받기 어려운 이들을 돕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제도가 까다로운 대출 기준에 발목이 묶여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부산 일선 구·군에 따르면 지자체마다 저소득층 생활안정기금을 운영하고 있지만 지원 실적은 크게 저조하다. 저소득층 생활안정기금은 1990년대 초중반 각 구·군이 산발적으로 운영하던 저소득층 지원기금을 조례를 통해 한데 묶어 시작한 서비스다. 소득과 신용 등급이 낮아 생활안정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저소득층 가구에 전·월세 자금, 학자금 등을 지원하자는 취지다. 이를 위해 각 구·군은 매년 특별회계·일반회계 등 명목으로 기금을 조성, 지원 대상자당 1000만~4000만 원가량의 자금을 빌려준다.

하지만 이 제도를 활용하는 주민이 극히 적다. 부산 강서구의 경우 기금 13억 원이 조성돼 있는데 대출 실적은 2011년 2건, 2012년 0건, 지난해 1건 등 2009년 이후 총 5건에 그쳤다. 이 밖에 영도구(0건), 중구(3건), 해운대구(5건) 등도 최근 5년간 저조한 대출 실적을 기록했고 수영구와 기장군 역시 최근 5년간 실적은 16건이 고작이다.

이는 관련 조례 제정 이후 지자체가 은행에 대출 업무를 위탁하면서 심사 과정이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신용 등급이 낮은 대부분 대출 희망자들이 은행이 요구하는 보증인을 내세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지자체와 은행 간의 협약을 통해 보증보험사가 발급한 보증보험증권서를 제출하면 대출을 받을 수 있는데, 이 경우에도 구청의 2차 지급보증이 필요해 대출을 받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저소득 주민에게 생활안정기금은 그림의 떡이 된 지 오래다. 지급보증에 나서 미상환금을 감당할 여력이 있는 지자체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일선 구·군의 생활안정기금은 신규 대출자를 찾지 못한 채 십수 년째 미상환 체납금만 쌓이고 있다. 강서구에서는 상환 기한이 지났는데도 대출금을 다 갚지 못한 사람이 26명(4600만 원)이며, 상환 자체를 하지 않고 있는 이는 6명가량 된다. 이 중 미상환 기간이 27년 되는 사례까지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장기간 채납액이 쌓인 이들 대부분이 조례가 제정되지 않았던 십수 년 전 구청을 통해 자금을 빌린 이들"이라며 "조례 도입 이후 장기 체납자는 줄었지만, 오히려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부작용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국제신문 - 이승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