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울러 노인의 우울증은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노노케어 등 적극적인 예방활동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지난해 발표한 ‘한국 성인의 우울증상 경험’ 보고서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의 12.9%(2012년 말 기준)가 “최근 1년 안에 우울증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70세 이상(17.9%)과 60대(15.1%)가 가장 높은 우울증 경험률을 기록해 나이가 많을수록 우울증의 위험에 쉽게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50대는 15.0%, 40대는 12.9%가 우울증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여성(16.5%)의 우울증 경험률은 남성(9.1%)의 1.8배에 달했고 고소득층(10.9%)보다 저소득층(15.3%)이, 도시(12.3%)보다 농촌(16.5%) 거주자의 우울증 경험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로 인해 우울증 치료환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이목희 의원(새정치연합)이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우울증 환자의 수는 2009년 49만5619명, 2010년 51만7142명, 2011년 53만4854명, 2012년 59만1276명으로 증가했다.

문제는 노인들에게 나타나는 우울증의 경우 치매 등 다른 질환은 물론 자살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는 점이다.

노인 우울증은 여타 연령층의 우울증과 달리 본인의 치료 거부, 가족들의 무관심 등으로 인해 제때 진단과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노인 스스로도 우울증의 증상이 두통·복통·소화불량 등 신체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내과적 질환에 의한 것으로 치부하기 쉽고, 가족들로부터는 의도적으로 증상을 만들어낸다고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는 것.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노인성 우울증상의 하나인 기억력·집중력·판단력 등 인지기능 저하를 치매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치매인 줄 알고 병원을 찾았던 노인 환자 10명 중 4명이 우울증이었다는 조사 결과도 나온 바 있다.

노만희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장은 “우울증으로 인한 인지기능 저하는 고가의 치매치료제를 복용해도 호전되지 않을 뿐더러 소화장애·불면 등을 일으켜 오히려 우울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반대로 치매가 우울증으로 오진되면 치매의 진행속도가 빨라짐은 물론 우울증 약물치료에 의한 집중력·기억력 감퇴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울증 환자의 15%가 자살을 시도하고, 자살 사망자의 80%가 우울증을 앓은 바 있다는 의료계의 분석을 감안하면 노인 자살문제도 우울증과 무관하지 않다.

통계청이 올해 발표한 ‘고령자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3년 기준 노인 자살 사망자 수는 인구 10만명당 64.2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 연령대 평균(28.5명)보다 2배 이상 높고 OECD 국가 평균(20.9명)의 3배에 이르는 수치다.

다만 2010년 81.9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2011년 79.7명, 2012년 69.8명, 2013년 64.2명으로 3년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어 이른바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노노케어 활동을 통해 노인의 자살을 예방할 수 있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이끌어냈다는 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매년 증가하고 있는 우울증이 이 같은 노인 자살률 감소 추세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노인 우울증의 경우 신체적·심리적·사회적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복합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충분한 상담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해 질병관리본부 조사 결과 우울증상을 경험한 사람 가운데 최근 1년간 정신건강 상담을 받은 사람은 9.7%에 불과했다. 아울러 상대적으로 우울증 경험률이 높은 65세 이상 노인들은 5.0%만이 상담을 받아 19~64세(10.8%)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김윤아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 연구원은 “우울증은 개인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장애를 유발하는 공중보건학적 문제일 뿐만 아니라 자살 등에 따른 사회경제적 부담도 10조원에 달한다”며 “정신건강 상담에 대한 사회적 편견 때문에 우울증 상담·치료율이 낮을 수밖에 없어 이에 대한 적극적 인식개선 노력과 함께 사회적 지원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인 스스로도 우울증이 염려된다 싶으면 숨기려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공개해 치료를 받는 자세가 요구된다.

한 신경정신과 전문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울증에 대해 치료가 불가능한 질병으로 잘못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우울증은 상담과 약물요법 등 다양한 치료를 통해 성공적으로 회복이 가능하다”며 “결국 우울증은 제때 치료만 받는다면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되는 질환이지만 치료를 받지 않고 계속 미루다 보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 조기에 치료를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출처 : 백세시대 한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