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기초연금 정부안이 발표되었다. 내용을 요약해 보면 내년 7월부터 국민연금의 소득재분배 값과 연계하여 소득하위 70% 65세 이상 어르신들 10분 중 9분께 20만원의 기초연금을 드리는 내용이다. 그리고 최소 10만원을 보장해 설사 20만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더라도 현재 기초노령연금액 보다는 더 많이 받게 된다.

정부의 기초연금안의 핵심쟁점은 왜 소득하위 70%라는 선을 그었느냐, 그리고 왜 국민연금과 연계하여 차등지급하냐는 것이다.

현재의 기초노령연금에서 기초연금화하는 근본적 취지는 국민연금을 노후보장의 축으로 삼으면서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것으로, 소득재분배 기능을 강화하고 노인빈곤을 완화하는데 있다. 이를 위해 상대적으로 더 어려운 환경의 어르신들의 혜택이 강화되어야 하고 이는 사회각층의 인사가 모인 ‘국민행복연금위원회’에서도 의견이 모아진 사항이며 심지어 민주당마저도 지난 대선당시 상위 20%의 노인을 기초노령연금 대상에서 제외시킨 바도 있다.

국민연금과 연계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소득재분배를 통한 노인빈곤 완화를 위해서는 일정금액을 지급하는 것 보다는 국민연금의 소득재분배부분인 균등값 A와 연계하여 저소득층 노인에게 더 많은 지원을 하는 것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현재의 재정여건은 세계경제의 침체와 맞물려 유난히 좋지 않은 현실에 직면해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모든 어르신들께 20만원을 지급할 경우 2040년에는 157조원의 재정소요가 발생하게 되어 미래세대에게 과도한 부담을 떠넘기게 된다.

65세 이상의 모든 어르신들에게 20만원을 지급하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거기에 필요한 157조원이나 되는 재원을 누가 어떻게 부담할 것인지를 따지는 것에 대답하는 사람은 찾기 어려울 것이다.

국회의원으로 일하면서 어떠한 가치를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자주 접하게 된다. 그 중 저울질할 수 없는 가치선택의 문제 또한 빈번하다. 이번 기초연금안의 문제가 그러하다. 제도의 안정성과 지속가능성, 그리고 노후소득보장이라는 양쪽 무게의 추는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는다.

기초연금안은 공약포기라기보다는 노인빈곤을 완화하면서 동시에 미래세대에 큰 부담을 떠넘기지 않으려는 현 세대의 노력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향후 한국형 복지국가 건설은 시대적 과제이자 우리나라가 나아갈 방향이다. 대통령께서도 앞으로 소득 상위 30%의 어르신들에 대해서도 재정여건이 나아지고 국민적 합의가 있다면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듯이, 장기적인 안목으로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한국형 복지는 이제 시작이다.

이데일리뉴스 - 김현숙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