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생활의 개선과 의료기술의 발달로 인해 평균 수명 및 고령 인구의 증가로 치매 환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치매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인식 개선이 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잘못 알려졌거나 부정확하게 알려진 것들도 많다. 우선 '치매'는 특정 질환을 지칭하는 진단명이 아니라 다양한 인지 장애가 발생해 독립적인 일상생활이 어려운 상태를 뜻하는 용어이다. 이러한 치매상태를 유발할 수 있는 다양한 병이 존재하는데 이 가운데 알츠하이머 병이 가장 흔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치매를 말할 때는 알츠하이머 치매를 지칭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혈관성 치매, 루이체 치매, 전두측두 치매, 파킨슨 치매 등 치매를 유발하는 다양한 원인질환들이 있으며 이들 질환은 조금씩 다른 발병 양상, 진행 양상을 보인다.

그렇다면 어떤 증상이 있을 때 치매를 의심하고 조기진단을 위해 병원을 찾아야 할까. 많은 일반인들이 기억력장애를 치매의 대표적인 증상으로 이해하고 있다. 이는 사실이기는 하지만 부정확하게 알려진 면도 있다. 알츠하이머 병의 경우 기억력 저하가 초기 증상으로 나타나지만 다른 원인 질환의 경우 언어장애나 성격 변화 같은 증상이 초기에 나타나고 기억력 저하는 상대적으로 늦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또 알츠하이머병의 기억력 장애는 최근의 기억만 특징적으로 저하되기 때문에 과거에 발생한 일을 잘 기억한다고 해서 기억력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앞서 살펴보았던 치매환자들의 각종 인지기능 장애 자체는 보호자들에게 큰 고통을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치매가 진행을 하면 다양한 이상행동, 정신병적 증상들이 동반되기 시작한다.

특별한 이유없이 우울해 하거나 하루 종일 의미없는 반복 행동을 한다든지 수면장애가 생길 수도 있다. 이외에 다양한 망상 증상이 동반이 되는데 이런 망상과 동반되어 언어적 혹은 물리적인 폭력성향이 동반될 수 있다. 수년간에 걸쳐 지극히 치매환자를 간병하고 있는 보호자가 이런 폭력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심리적인 충격과 자괴감으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이 커진다.

현재까지 치매를 근본적으로 예방,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하지만 조기에 발견해 항 콜린에스테라제 같은 치매 약물을 투약할 경우 일정기간 동안 상태의 악화를 막거나 인지기능을 개선시킬 수 있다. 또 항정신병약제, 항전간제, 안정제 등의 약물을 통해 망상, 환각, 공격성 증상 또한 조절이 가능하다. 만약 환자의 증상이 너무 심해 가정에서 통제가 힘든 경우 적극적인 입원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약물의 적절한 선택과 안정적인 투약은 물론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환자의 심리적 안정을 도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숙련된 간호, 간병 인력이 문제행동에 대해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다. 치매 어르신을 오랜기간 옆에서 지켜보면 시간을 거슬러 다시 어린아이가 되어가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치매 환자를 혼자서 감당하기 힘들 때는 다른 사람이나 시설의 도움을 받는다는 열린 마음을 갖는 것이 치매 환자의 가족들에게 필요하다.

대전일보 - 이준엽 대전시립 제1노인전문병원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