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인천시 남구 한 주택가에서 60대 부부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시신 옆에서는 가지런히 놓인 유서가 발견됐다. A4 2장짜리 유서에는 '무엇을 향해 억척같이 살아왔는지 모르겠다'는 삶에 대한 회한과 생활고 내용이 담겨 있었다.('S 스토리' 2013년 6월22일)

우리나라는 부모부양을 자녀의 의무로 정하고 있다.(민법 제974조) 이뿐만 아니라 사회정서상 자녀가 부모를 부양하지 않으면 불효자라는 낙인을 찍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노인자살률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0년 현재 우리나라의 자살 사망률은 OECD 국가 중 1위이다. OECD 대부분의 국가에서 줄어들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연령이 높아질수록 자살 사망률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61세 이상의 자살원인으로는 육체적 질병문제가 가장 많았고, 다음은 정신적·정신과적 문제, 경제생활 문제 등의 순이었다. (장영식 선임연구위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우리는 늘 경제성장을 이야기한다. 경제성장은 생산만 증가한다고 되지 않는다. 소비도 같이 늘어나야 한다. 따라서 경제성장을 소비의 관점에서 본다면 고도의 경제성장이 이루어지려면 끊임 없이 소비를 해야 한다. 끊임 없는 소비를 위해서는 소비의 주체를 계속 늘려가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족을 핵분열 하듯이 계속 분리시켜야한다.

예를 들어 부모와 자녀 다섯이 모여 사는 가족을 부모세대 하나, 각각 분리된 자녀세대 셋, 합이 넷으로 가른다. 그 다음에 분가한 자녀가족에서 남자는 가장으로서 당연히 직장을 가져야 한다는 통념은 그대로 두고, 여성의 능력이 묻혀서 생기는 경제적 손실을 이유로 사회에 진출하게 해 부부를 분리시킨다. 그러면 자연히 자녀가 분리돼 소비의 주체가 기하급수로 늘어난다. 여기에 더해 생산자들의 교묘한 마케팅과 경제성장이라는 미명 아래 소비를 부추기는 정부의 정책으로 소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문제는 외형적으로는 소득이 늘어 경제적 여유가 많을 것 같지만 소비거리와 소비주체의 증가로 실제적 여유는 없다. 따라서 부모부양을 위한 경제적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노인성 중증 질환이라도 걸리면 부양자들에게는 엄청난 부담이 된다. 이러한 사정을 아는 부모세대인, 소득이 없는 노인들은 자녀에게 짐으로 된다고 생각하게 된다.

토마스 조이너는 자살 연구에서 '짐이 된다는 느낌과 좌절된 소속감'에 대해 많은 부분을 이야기한다. 그는 마지막에 볼테르의 말을 빌려 "효능감과 유대감이란 면에서 살아야 할 의미를 찾지 못하는 사람만이 자연 최강의 본능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말한다. (왜 사람들은 자살하는가?)

인천 남구에서 목숨을 끊은 60대 부부의 유서에서 나타난 회한은 자신의 삶에 대한 효능감을 잃은 좌절된 소속감이고, 생활고는 단절된 유대감 속에서 스스로를 짐으로 생각한 것이다. 이 부부가 이렇게 된 것은 자신들이 선택한 것도 부양의무자들이 작정하고 그렇게 만든 것도 아니다. 이것은 사회변화라는 과정에서 우리 모두에게 생겨난 일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일이 생겨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노인부양의 책임을 사회가 져야 한다. 사회가 노인의 삶을 책임짐으로써 사회적 유대감과 효능감을 유지시키고 자녀들에게 짐이 된다는 느낌이 없어져 자살 충동에서 벗어나 노년의 삶이 지속될 것이다.

이제 정부는 언제 충족되는지도 모를 경제성장이라는 말을 앞세워 '기초노령연금'을 축소하거나 제한하지 말고 공약 그대로 시행해 노인들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갖게 해야 한다. 아울러 지금의 노인세대는 지난 박정희 정부가 내건 경제발전을 이루기 위해 많은 것을 참으며 열심히 일한 세대임을 현 정부는 기억해야 한다.

인천일보 - 강관석 칼럼

사진출처 : 뉴스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