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는 할매들만 사는데 우째 전기를 압니까. 좋지예. 억수로 고맙습니데이."

27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개금3동 일명 '기찻길 마을'. 개금지하차도를 빠져나오면 바로 볼 수 있는 이곳은 '외딴 섬'이다. 마을 주변에는 화려한 아파트단지가 우후죽순 들어섰지만, 여전히 1980년대에 멈춰 있다. 개금3동 8~10통 주민 4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다.

할머니만 모여 살던 조용한 마을이 이날 갑자기 시끌벅적해졌다. 주황색 조끼를 입고 흰색 안전모를 쓴 건장한 사나이 40여 명이 마을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바로 한국전력 부산울산지역본부 직원들. 이날 시민 주주형 복지법인 '우리마을'과 한국전력 부울본부는 노후 주택 40여 가구를 대상으로 전기 점검에 나섰다.

노후 주택의 위험한 전기 설비를 수리하자는 국제신문과 '우리마을'의 공동 캠페인(본지 지난달 27일 자 1면 보도)에 따라 '변화의 시작, 전기로 희망을 만든다'는 프로젝트가 첫걸음을 내디뎠다.

다닥다닥 붙은 주택 위로는 각종 전선이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었다. 주민 박숙희(73) 할머니는 "지난해 여름에 비가 억수 같이 쏟아졌을 때 전기가 나가는 바람에 고생했다"며 "집 천장에 뛰어다니는 쥐와 고양이가 전선도 갉아 먹는다. 종종 전선 피복이 벗겨져 불꽃이 튀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전 직원들은 조별로 흩어져 전기안전 상태를 점검했다. 대부분 20~30년 된 주택이 밀집해 화재 위험성이 컸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위험 요소가 눈에 띄었다. 중간에 끊기거나 벗겨진 전선은 임시방편 삼아 테이프로 감아 놨다. 대부분 집이 전기 차단기마저 작동하지 않았다. 한전 관계자는 "점검을 마치면 복지법인에 점검표를 전달해 차례대로 보수 작업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민들도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통장을 주축으로 따끈한 어묵탕을 준비했다. 개금3동 장미희(56) 통장은 "우리 마을은 여성 홀몸노인이 많아 항상 전기 안전에 대해 걱정이 많았다. 선뜻 도움을 줘 매우 고맙다"고 말했다. 사회복지연대 박민성 사무처장은 "이 사업으로 전기 안전성 확보뿐 아니라 부산 전역의 소외계층을 보듬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국제신문-김미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