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바쁘게 움직인다. 하지만 즐겁다. 출근할 곳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꿈에 그리던 직장을 얻었다. 물론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대기업이나 공사같은 곳은 아니다.

필자는 현재 부산 사상구 모라주공 1단지 'LH 실버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름도 멋지지 않은가.

육십대 후반의 나이지만 매일 출근할 곳이 있다는 것은 여간 신나고 살맛나는 일이 아니다.

오전 9시, 사무실에 들어서면 모두들 환하게 인사하며 서로를 반가워한다. 사무실 분위기는 항상 활기차다.

여자 7명과 남자 8명. 아침 조회가 끝나면 각 조별로 주어진 일들을 하기 위해 뿔뿔이 흩어진다.

남자들은 아파트 단지 내 환경정비를 주로 한다. 여자 실버사원들은 단지에 거주하는 독거 어르신들의 안전

확인이 주임무이다. 오랜 투병으로 삶의 의욕을 잃고 찾아오는 사람 없이 잊혀져 가는 고령의 독거 어르신들을

방문해 위로하고 격려하며 용기를 불어넣으려 노력하고 있다.

돌보는 가족 없이 혼자 사는 어르신들에게도 한때 찬란한 젊음이 있었고 피가 끓는 열정도 있었을 것이다.

외롭고 고단한 노년. 하지만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남의 일이 아니고 바로 우리의 일일 수도 있는 것이다.

독거 어르신이 환한 표정으로 우리를 맞을 때면 큰 보람을 느낀다. 그 분들은 찾아줘서 고맙다고,

아무것도 대접할 게 없다며 항상 미안해 하신다. 다시 만날 때를 기다리고 있을 어르신들을 생각하면

지금하고 있는 이 일에 큰 자부심을 가진다.

그리고 요즘 60~70대 노인들의 상당수는 무척 건강하다. 그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일자리다.

충분히 일을 할 체력과 열정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일자리를 구하는 것은 쉽지 않다.

몇해 전 조리사 자격증과 노인심리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일자리를 찾지 못했다.

이력서를 내도 노인이라는 이유로 외면받기 일쑤였다.

비록 임시직이지만 일을 하는 요즘은 무척 행복하다. 노인을 위한 일자리가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부산일보 - 이순자·사하구 괴정4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