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커피 마셔도 돼요?”

대장암 수술을 받고 6개월 후 정기검진에서도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 50대 초반의 남성환자가

커피를 마셔도 되냐고 물어왔다. “문제없다”고 대답하자 이 남성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정말이요? 정말이죠! 커피를 아주 좋아하는데, 수술하고 한 잔도 못 마셨거든요.

주변 사람들이 수술 후 커피 마시면 안 된다고 만류해서 억지로 참았어요”라고 말하며 아이처럼 기뻐했다.

한국인의 대표 기호식품 중 하나로 자리 잡은 커피가 대중에게 암 치료에 해로운 식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건 편견일까, 팩트(사실)일까?

커피가 건강에 좋은지 나쁜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최근의 여러 연구결과에 따르면 커피는 우리 몸에

몇 가지 좋은 면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작년에 미국 국립 암 연구소(NCI)는 커피와 대장암의 관계를 분석해 발표했다. 연구소가 1990년대부터

식습관 관련 연구에 참여한 성인 49만명의 대장암 발병 자료를 분석한 결과, 커피를 하루 6잔 이상 마시는

사람은 마시지 않는 사람에 비해 대장암 위험이 최고 40%까지 낮아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하루 4잔의

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15%가량 발병 확률이 낮았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발표한 또 다른 연구 결과도 커피가 대장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가설을 뒷받침한다.

경북대 식품공학부 연구팀은 페놀릭파이토케미칼(페놀구조를 갖는 식물 유래 화합물)의 일종인 클로로겐산이

대장암과 피부 노화 억제 효능이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식품 중 커피가 페놀릭파이토케미칼이 가장

많이 함유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연구팀은 동물 실험을 통해 클로로겐산과 카페인산이 염증 및 암세포 증식 과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발암

단백질인 ERK(세포외 신호조절 키나아제) 단백질의 활성화를 줄여 대장암 세포의 증식과 전이 과정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또한 미국 메이오 클리닉이 대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에서도 커피

섭취가 ERK 발암 단백질의 인산화를 억제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대장암과 별도로 커피가 전반적인 노화 진행을 막아 준다는 것도 영양학자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커피의 원두는 커피 체리로도 불리는 레드베리의 씨다. 따라서 다른 베리류처럼 항산화제가 풍부하게

들어 있다. 항산화제는 활성산소에 의한 산화작용으로 우리 몸이 노화되고 손상되는 것을 막아주는 물질이다.

이런 과학적 연구 결과를 보면 커피가 암에 안 좋다고 주변사람한테 말하는 건 지나친 염려가 아닐까?

하루 한두 잔(400㎎)의 커피 섭취는 암 예방에 좋고, 노화 방지에도 도움이 되니 기분 좋게 그 맛을 음미해도

될 것 같다. 따뜻한 커피 한잔 마시며, 추운 몸에 온기를 넣고 마음의 여유를 찾고 싶은 겨울이다.

영남일보 - 박준석<칠곡경대병원 대장암센터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