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녹원은 담양군에서 조성한 총면적 16만㎡의 죽림욕장이다.

영산강이 시작하는 양천을 낀 향교를 지나면 왼편에 대숲이 보이는데, 바로 죽녹원이다.

죽녹원 입구의 물레방아 옆에는 판다 인형이 재롱을 피우며 손님을 맞는다. 대나무숲은 매표소를 지나 곧바로

시작된다. 죽림원은 체험마을 가는길, 운수대통길, 사랑이 변치 않는 길, 선비의 길, 추억의 샛길, 철학자의 길

등 모두 8개 산책로로 이뤄졌다. 그러나 코스가 무슨 의미가 있으랴. 그냥 마음 내키는 대로 이곳저곳을 걸어

다니며 마음을 침잠시키면 된다. 죽림으로 들어가면 세상과의 단절이 시작된다. 온통 화려한 색깔의 세상과

달리 이곳에서는 오직 대나무의 푸른색과 흙색뿐이다. 천천히 1시간 이상을 걸어도 따라다니는 것은

대나무뿐이다. 죽림 바깥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서서히 무관심해진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푸른

대나무가 눈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급하게 걷는 사람도 없다. 모두가 느긋하게, 천천히 대나무와

대화하면서 발걸음을 옮긴다.

죽녹원에서 안쪽으로 끝까지 들어가면 인기 TV 프로그램 1박2일 촬영지이기도 한 죽향체험마을이 나온다.

이곳도 온통 대나무로 둘러싸여 있다. 이 마을은 가사문학의 산실인 담양의 정자문화를 대표하는 면앙정,

송강정 등 정자와 소리전수관인 우송당, 한옥체험장 등을 꾸며 담양의 역사와 문화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우송당에서는 판소리 체험을, 죽로말차연구소에서는 죽로차 다도체험을 즐길 수 있다. 면앙정 앞 연못에는

나무로 만든 데크가 조성돼 있다. 길 뒤에는 역시 대숲이 우거져 길을 걷는 사람을 조심스럽게 쳐다보고 있다.

연못 물은 꽁꽁 얼었다. 푸른 대나무와 하얀 얼음, 그리고 그 사이를 지나는 짙은 갈색 나뭇길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죽녹원에서 세속의 때를 깔끔하게 씻어낸 마음으로 담양습지를 향했다. 이곳은 담양과 광주의

접경지역이다. 죽녹원에서 자동차로는 약 20분 거리다. 담양습지는 지난 2004년 하천습지로서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습지보호구역이 됐다. 큰기러기, 가창오리, 흰목물떼새 등 다양한 조류가 서식하고 있다.

영산강을 사이에 놓고 한쪽 제방에는 죽림이 조성돼 있고, 반대쪽에는 생태 탐방로가 만들어져 있다.

담양습지는 자전거를 타고 둘러볼 수도 있다. 자전거는 안내센터에서 빌리면 된다. 자전거로 한 바퀴 둘러보는 데 3~4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부산일보/남태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