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기 더러운 이유, 석탄을 많이 때서…

폐 상하게 하는 미세먼지 농도 10㎍/㎥ 오르면 壽命 1년쯤 줄어들어

서울 지난해 미세먼지 41㎍… 중국發 오염으로 우리 목숨 위협받나

지난달 초 중국 장쑤성(江蘇省) 난징의 종양병원에서 치료받던 8세 소녀가 폐암에 걸린 것으로 확인됐다고 중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아이의 집은 자동차가 번잡하게 오가는 도로변이었다. 의사는 미세 먼지 탓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어린아이도 혈액암에 걸리는 경우는 적지 않다. 그러나 폐암 같은 암은 세포 손상이 오래 누적돼 생겨나는 병이다. 그래서 암을 '노인의 병'이라고 한다. 열 살도 안 된 아이가 그런 노인의 병에 걸려버린 것이다.

세계보건기구는 지난 10월 미세 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1급 발암물질이란 사람에게 암을 일으키는 것이 확실히 입증됐다는 뜻이다. 난징의 그 종양병원은 120개 병상을 갖고 있다. 그중 50개를 폐암 환자가 쓴다고 한다. 장쑤성과 이웃한 중국 최대 도시 상하이에선 이달 초 초(超)미세 먼지 농도가 공기 ㎥당 627㎍(마이크로그램·100만분의 1g)까지 올라갔다. 바로 눈앞 고층건물도 간신히 윤곽만 보일 정도다. 지난 10월 초미세 먼지 농도가 1000㎍을 돌파했던 헤이룽장성(黑龍江省) 하얼빈에선 '손을 죽 뻗어봤더니 손가락이 잘 구분 안 되더라'는 말까지 떠돌았다.

쓰촨성(四川省) 청두에선 스모그 환자 전문병원이 생겼다. 이달 9일 개원했는데 1주일 만에 기침·천식·순환기 환자 100여명을 진료했다는 것이다. 어제(27일) 오후 중국 당국의 초미세먼지 농도 공개 사이트에 들어가 봤더니 청두는 215㎍/㎥으로 주요 도시 가운데 제일 오염이 심했다.

윤성규 환경부장관이 지난 6월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초미세 먼지 수치가 300㎍/㎥ 정도였다고 한다. 윤 장관 설명에 따르면 '축구 경기장을 밑바닥으로 해 하늘로 100m쯤 올라간 만큼의 공간에 먼지가 300g 흩뿌려져 있는' 수준이다. 그 정도 농도에서도 며칠 지냈더니 입가 주변에 가려움증이 나타났고 귀국한 뒤로 보름간 고생했다는 것이다.

중국 공기가 오염된 것은 석탄을 많이 쓰기 때문이다. 중국은 에너지의 68%를 석탄에서 충당하는데 2011년 소비량이 38억t이었다. 세계 5분의 1 인구가 석탄은 47%를 소모하고 있다. 중국엔 석탄발전소가 2300개 있다.

연세대 의대 신동천 교수는 "음식은 좀 오염된 걸 먹어도 소화기에서 상당히 방어해준다. 호흡기엔 그런 기능이 약하다"고 했다. 미세 먼지는 기관지에 가득 나 있는 섬모를 요리조리 잘도 피해 허파꽈리까지 들어가 폐 기능에 손상을 준다. 하버드대 연구팀이 미국 내 6개 도시에 거주하는 8111명을 상대로 17년간 건강 추적조사를 벌인 연구(Six cities study)는 기념비적인 미세 먼지 연구 업적으로 통한다. 연구팀이 미세 먼지 오염도와 사망률의 상관관계를 그래프로 그려봤더니 오염도가 가장 낮은 도시에서 높은 도시까지 거의 일직선으로 나왔다.

국제 연구를 종합해보면 미세 먼지 농도가 10㎍/㎥ 올라갈 때 수명(壽命)이 1년쯤 줄어든다. 서울의 지난해 미세 먼지 농도는 41㎍이었다. 보통 대기오염 물질의 3분의 1 정도는 중국에서 날아온다고 본다. 그렇다면 수도권 미세 먼지 가운데 적어도 10㎍는 중국발(發)이라는 뜻이다. 지금 상태가 줄곧 계속된다면 수도권 주민들은 중국발 대기오염으로 수명이 1년 줄어든다고도 말할 수 있다.

중국 미세 먼지 오염은 매년 1월이 제일 심하다. 올 1월 베이징 농도는 무려 993㎍까지 치솟았다. 다음 달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