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조그마한 읍에 살고 계시는 Y 할머니(76세). 2012년 1월부터 전년보다 눈이 더 침침하고 앞이 잘 안 보이기에 가까운 동네 안과를 방문했다. 단순 노안 증상이란 의사의 말에 영양제 처방만 받았다. 2개월 뒤 눈이 더 침침하고 거의 사물을 구분할 수 없고 어둡고 밝은 두 가지 형상만 구분할 수 있었다.

큰아들의 권유로 대구에 있는 J 안과를 방문했다. 검사결과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개그맨 이동우 씨를 통해 세상에 좀 더 알려진 병명이었다. 원래 정상적인 시력을 갖고 있던 사람이 점차 세월이 흐르면서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갑자기 발생하는 병이었다. Y씨의 자식들은 외관상 전혀 신체적인 변화가 없고 특히 눈도 병을 앓기 전과 후에 변화를 느낄 수가 없었다.

처음엔 믿을 수가 없기에 안과 분야 유명한 병원이 있다는 분당 S대 병원에서 한 번 더 정밀검사를 했다. 역시나 같은 병명을 진단 받았다. Y씨는 앞으로 여생을 자식들과 손자, 손녀의 얼굴을 볼 수 없다는 것에 대해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옛말에 ‘몸이 100냥이면 눈이 90냥’이다 라고 했다. 그만큼 인간의 신체에서 눈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Y씨의 큰아들은 직장생활을 하고 있기에 매일 모친 곁에서 돌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고민하던 중 주위 지인의 권유로 장기요양수급자 자격을 얻기 위해 국민건강보험 공단에 신청을 하였다. 국민건강보험 공단 직원은 한마디로 딱 잘라 적용이 안 된다고 하였다. 정해진 규정에 따라서 수급대상자를 결정하기에 이 경우는 적용이 안 된다고 했다. 수급대상자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 치매,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뇌졸중, 퇴행성관절염만 대상이 된다고 했다. 눈먼 76세 노인은 상기 6개 항목에 해당이 안 된다고 했다.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앞이 보이지 않는 노인이 상기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보다 더 건강하다고 생각지 않는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세상이 온통 암흑으로 뒤덮여 있기에 살아가는 존재의 가치를 잃을 수 있는 가장 큰 장애라고 생각한다. 눈을 감고 하루만 생활을 해봐도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이치다. 물론 망막색소변성증을 앓고 있는 환자 수에 대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도 미처 고려하지 못했다는 부분은 공감이 간다. 그러나 건강보험 심사 평가원 Data를 보면 이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11년 3,946명, '12년 4,601명으로 점차 증가 추세에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추세를 봤을 때, 13년은 5,000명 수준으로 이 병을 앓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늙음도 서러운데 앞마저 볼 수 없다는 것은 노인에겐 삶의 의미를 송두리째 빼앗아 가는 것이다. Y씨는 불행인지 다행인지 13년 초에는 퇴행성관절염마저 발병하여 거의 걷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자 이제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3급 판정을 받고 13년 12월부터 혜택을 받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더욱 더 국민을 진정으로 위하는 기관이 되기 위해선 가만히 앉아서 원론적인 답변만을 되풀이하지 말고 앞을 못 보는 사람이 있다면 이분들이 왜 이토록 아픔을 호소하고 도움 요청을 하는지에 진정으로 귀를 기울여서 법을 개선해 나간다면 '공무원 같이 일한다'는 말은 이제 더는 듣지 않고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