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인생 1막은 태어나서 결혼해 일가를 이루기까지, 2막은 결혼한 후 아이를 낳고 출가시키기까지, 인생 3막은 아이들 출가 후 부부 또는 홀로 남는 시기, 인생 4막은 세상을 하직할 준비를 해야 할 시기라고 말한다.

정년퇴직하고 100세 시대를 맞이하는 시니어는 인생의 3막을 어떻게 활용하며 행복한 삶을 살 것인가? 모든 시니어들의 공통된 과제이지만 이를 미리 준비하는 사람들 또는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회사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은퇴란 사람에 따라 휴식, 조직에서 독립, 정체성 상실, 과거의 습관 및 관계로부터 이탈, 예정된 공포, 삶의 황금기 시작 등으로 느낄 수 있겠지만 삶의 전 과정을 놓고 볼 때 인생 3막이라는 새로운 삶을 새로 시작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 우리는 과거의 사고, 습관, 관계로부터 탈피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인생 3막이라는 새로운 삶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우선 진심으로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신나고 즐거운 삶이 되어야 그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나 개인적으로는 대학 시절 생활고로 인하여 공부하겠다는 꿈을 접었지만 이제 인생 3막을 시작하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오른다.

30여 년간 갈고 닦은 경험과 지식을 후배들에게 전수하는 즐거움, 인간과 우주의 궁극적인 문제를 해결해주는 학문 연구에 대한 설렘, 해외시장 개척에 대한 보람 등이 나의 인생 3막을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으로 생각하고 웰 다잉이라는 인생 4막을 잘 준비할 수 있는 시간도 마련해 줄 수 있다고 확신한다.

나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인생 3막을 행복하게 지내기 위한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자면 갖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 되고 싶은 것으로 구분하여 생각하면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음식도 고루고루 섭취해야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듯이 행복한 인생 3막을 위해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 나가야 할 것들에 대해 다음의 일곱 가지를 추천하고자 한다.

1. 일 (Daily Work)

남자가 삼식이가 되면 시니어 세대에서는 환영받지 못한다는 것은 두루 회자되고 있다. 실제로 은퇴 이후 진정 원하는 것은 사람에 따라 개인차가 있겠지만 85%가 무슨 일이든지 하는 것이라 한다. 그것이 국가 사회를 위한 봉사 활동이라면 더 보람될 것이다. 사회적 활동을 하는 사람이 통계상으로도 더 오래 살고 건강하다고 한다.

오늘날 체력과 의술의 발달로 건강한 시니어들은 적어도 신중년 (60세~75세)의 나이까지는 생활을 위한 직장생활의 연장이든 봉사활동이든 지속하여야 하는 시대에 접어들게 된 것 같다. 따라서 이를 위한 준비를 시니어들은 퇴임 전부터 오랫동안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

2. 학습과 도전 (Study and Challenge)

은퇴와 동시 또는 최소 3년 전부터 인생 3막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요즘 은퇴하는 베이비 붐 세대에 직장 생활을 한 대부분의 사람은 직장이 삶의 대부분이었다. 따라서 특별히 어떤 분야에 자격증이 없다 해도 대기업 또는 중소기업 같은 곳에서 열심히 일하면 생활하는 데는 별문제가 없었다.

즉, 회사에서 필요한 지식은 일반적인 지식이라고 한다면 사회생활을 하는 데는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따라서 퇴직 전후로 어느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는 학습을 할 필요가 있다. 홀로 사회에 나오면 모든 것으로부터 단절되고 자격 검증이 실시되므로 자격증이 없으면 조직과 사회로부터 인정을 받기 힘들다.

또한, 실제로 과거와 단절된 새로운 삶을 준비하기 위해서도 학습과 도전은 필수품이다. 인생 2막에서와같이 전 단계에서 준비가 잘되면 잘 될수록 인생 3막은 행복하고 즐거운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3. 관계 형성 (Establishment of New Relation)

은퇴란 자연적으로 과거 조직 사회와 단절이 되고 새로운 관계 형성을 필요로 한다. 서양의 문화와 달리 우리나라는 지나칠 정도로 직장중심의 관계 문화 속에서 인생 2막을 살아가는 구조이다. 따라서 인생 3막을 위해서는 새로운 관계 형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이것이 잘 되지 않을 경우에는 아내 의존형 인간으로 변해 아내에게는 엄청난 스트레스 요인이 되는 현상이 일어난다.

종교 활동, 지역사회활동(마을 기업, 협동조합 등), 취미활동 등 새로운 분야에서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여 인생 3막을 산다면 시니어는 보다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4. 건강 및 여가 (Enjoying a Healthy Life)

인생 3막은 건강한 삶이 전제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인생을 통틀어 건강이 제일 중요하다는 사실은 누구나가 생각하고 있지만, 특히 인생 3막에서 건강은 헌차의 부품이 마모되고 교체를 요하는 것처럼 지속적인 운행을 위해서는 최우선 조건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여가 선용을 잘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과거의 식탐이나 나쁜 식습관 같은 것을 버리고 규칙적이면서도 자신에게 적절한 몸에 맞는 운동과 식생활을 할 필요가 있다.

5. 사회 환원 (Principle of Nature)

인간은 맨손으로 우렁차게 고함을 치면서 태어나 조용히 맨손으로 자연 속으로 돌아가는 삶을 산다. 그러므로 우리가 잠시 향유하던 모든 재화나 지식, 경험을 우리에게 많은 은혜를 베풀고 도와주신 분들에게 돌려주고 가는 것이 아름다운 삶이 될 것이다.

함께 만드는 아름다운 세상, 그것은 최종적으로 모든 것을 사회로 환원시키는 노력에 의해 더욱더 빛나고 살기 좋은 세상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인생의 대차 대조표를 만들어 본다면 아주 재미있을 것 같다.

그러나 실제로 자산과 부채를 계산하다 보면 정확한 회계처리는 어려울 것이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아마 국가와 사회로부터 많은 빚을 지고 살아왔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아마 부자일수록 더 많고 큰 빚을 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Well-dying'을 준비하는 삶에 대해 아직 잘 모르지만, 이는 내가 태어나던 상황보다 좀 더 편하고 살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놓고 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어느 저자는 그 저서에서 인간이 이 세상에 태어남은 다음 세상에서 Level up을 위해서라고 했다. 즉, 이 세상에서 올바르게 자라 생활하여 훌륭한 인격을 갖추고 도덕적인 삶을 살다가 가면 다음 세상에서는 단계가 더 높은 삶을 살 수 있다는 이론이었다.

6. 자아실현 (Self Actualization)

이 세상에 태어나서 자신이 갖고 있던 꿈을 이루는 것처럼 행복하고 즐거운 일은 없을 것이다. 이러한 꿈을 실현하기 위한 삶을 인생 3막에서 이룰 수 있다면 우리는 아무리 인생 4막이 힘들고 어려울지라도 'Well-dying'의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인생 2막에서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살 수 없는 생활 여건이었다면 인생 3막은 평소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는 복된 시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7. Well-dying

끝이 좋으면 만사가 좋은 법이다. 잘 죽는다는 것은 잘사는 것의 역설적 표현이다. 죽는 것도 사는 것과 같이 계획과 목표가 필요할 것이다. 삶의 4막을 건강하게 살면서 모든 것을 정리하고 웃으면서 삶을 정리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행복한 삶이 있겠는가?

9988234(99세까지 88하게 살다고 2~3일 아프다 4(死 죽는다))라는 말처럼 살기 위해서는 평소 주변의 모든 것을 정리하고 조용히 삶을 정리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예를 들면 사전 장례 의향서 같은 것도 작성하여 건전한 장례 문화를 조성하는 것도 그 방법의 하나가 될 것이다.

사전 모든 것이 정리되어 사후에도 혼란스럽지 않고 평화롭게 사회가 돌아가게 한다면 이야말로 바로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