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소비자 불만 중 26% 임플란트 관련

환자, 병력 고지·정기검진 엄수해야 보상

서울 노원구에 거주하는 최 어르신(70)은 요즘 울화가 치밀어 올라 밤잠을 설치는 날이 많아졌다. 올초 시술받은 임플란트가 사건의 발단이다. 틀니처럼 들뜨지 않고 본래 치아처럼 고기도 마음대로 씹어먹을 수 있다는 말에 거금 1400만원을 들여 임플란트 시술을 받았다. 틀니보다 편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1년이 되기도 전에 7개 중 3개가 3번이나 빠졌다.

처음 한두 번은 시술받은 병원에서 재시술을 해 주었지만 세 번째는 병원측에서 환자가 관리를 소홀히 했다며 비용을 요구하는 바람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워낙 고가인 탓에 병원이 요구하는 절반값을 대기도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최 어르신처럼 임플란트 부작용으로 병원과 마찰을 겪는 일이 줄어들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임플란트 시술의 투명성을 높이고 분쟁 발생시 해결기준을 제시한 ‘임플란트 시술 동의서 표준약관’을 제정, 보급한다고 최근 밝혔다.

▲두 번 빠지면 전액 환불도

공정위는 표준약관을 통해 임플란트 부작용의 책임소재와 기한을 명확히 했다. 이에 따라 시술 후 1년까지 정기검진과 하자 발생시 의사가 무료로 재시술을 해 주어야 한다. 또 의사는 임플란트 시술의 목적과 특징, 시술방법, 시술로 인한 부작용, 환자의 주의사항을 자세히 적은 설명서를 별도로 작성해 이를 환자에게 설명해야 한다. 아울러 계약서에 임플란트 식립, 지대주 연결, 보철물 장착 등 시술단계별로 시술일자, 시술비용, 진료날짜를 구체적으로 적도록 했다. 시술 재료를 선택할 때도 반드시 환자와 협의를 거치도록 하고 선택된 재료의 종류와 개수를 구체적으로 계약서에 적도록 했다.

시술동의서에는 환자뿐 아니라 의사도 인적사항을 기재해야 하고 환자는 병력과 투약 여부를 기재해야 한다. 시술 실패나 부작용으로 인한 분쟁 발생시 책임소재를 밝히는 데 활용하기 위해서다.

무료보상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환자는 이식체 탈락이 2회 반복되면 치료비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 보철물 탈락은 재장착이 가능하고, 나사 파손은 3회 반복시에 환불받을 수 있으며, 환자는 다른 의료기관을 선택할 수 있고, 이 경우 당초 치료한 병원이 치료비를 부담한다.

다만 부작용 발생 사유가 환자에게 있으면 의사가 책임 질 필요가 없다. 병력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거나 다른 외상이나 질병에 의해 영향을 받았다거나 기타 환자의 부주의로 부작용이 난 경우다. 환자가 진료비 지불을 미뤄 치료가 중단된 경우, 예정된 정기검진을 2회 이상 받지 않은 경우도 환자의 귀책사유로 판단한다.

▲치과 선택시 표준약관 채택 여부 확인해야

공정위는 의사가 시술 전 소비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상세하게 설명하지 않고 시술 계약도 구두로 이루어져 소비자 분쟁이 많다고 판단, 이같은 내용을 담은 표준약관을 만들었다. 실제 임플란트 관련 소비자 상담 건수는 지난 2009년 502건에서 2010년 914건, 2011년 1404건, 2012년 1410건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2011년부터 올해 8월까지 치과 의료 피해를 구제해달라고 접수된 302건을 분석한 결과 임플란트 관련이 26.2%를 차지했다. 소비자 불만은 주로 임플란트 나사 파손, 보철물 탈락, 신경손상, 감염 등 시술 실패와 시술 후 부작용과 관련돼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임플란트 시술 동의서 표준약관 제정을 통해 임플란트 시술과 관련 계약이 보다 투명해지고 소비자 피해와 분쟁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공정위 표준약관은 법적 강제사항이 아닌 권장사항이다. 이에 따라 임플란트 시술을 계획하는 환자들은 해당 병원이 공정위 표준약관을 채택했는지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고 시술을 결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한치과의사협회는 18개 지부 및 28개 분과학회에 안내 공문을 발송하고 협회 기관지 및 치과계 전문지에 사용권장 안내문을 내보냈으며 협회 치과의사회원 전용 홈페이지에 표준약관을 게시했다.

▲부작용 원인 80%가 의사 숙련도 부족

임플란트 부작용에는 감염, 통증, 신경 손상 등이 있다. 부작용이 심하면 재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재수술을 받는 원인의 81%가 의사의 숙련도 부족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이 2010~2012년 접수된 사례를 조사한 결과 환자의 부주의와 재료의 차이로 인해 재수술을 받게 된 경우는 19%에 불과했다.

부작용의 원인은 식립 방향이나 각도가 잘못된 경우가 가장 높았다. 이는 의사의 숙련도와 관련돼 있다. 한 치과 전문의는 “경험이 풍부한 의사도 육안으로만 봐서는 매번 정확하게 각도를 잡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이런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요즘 3D CT 촬영이나 투시 장비를 이용해 구강상태를 정확히 진단하는 치과가 많아지고 있다. 특히 뼈 이식이 필요한 임플란트나 뼈가 얇은 앞니, 어금니 시술은 고난이도 수술로 한층 정확성을 요구한다. 아래 어금니는 신경손상에 가장 취약하다. 신경과 가깝기 때문에 잘못 심어 신경을 건드리면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치과 전문의는 “신경과 가깝게 위치한 아래 어금니는 길이가 적당한 어금니 임플란트를 선택해야 부작용으로부터 안전하다”고 말했다. 이 병원은 CT 촬영을 통해 환자 구강 상태를 정밀 분석한 뒤 컴퓨터 상에서 어금니 임플란트 모의 수술을 거친 후 신경손상이나 부정 교합등 부작용을 최소화한 시술 계획을 수립한다고 밝혔다.

염증 역시 재수술을 받게 하는 요인이 된다. 우리 몸은 자연 정화 기능이 있지만 임플란트와 잇몸 뼈 사이에는 세균 감염을 억제해 줄 만한 기능이 부족해서 자연 치아보다 염증 발생 확률이 높다. 음식물 찌꺼기나 치석을 잘 제거하지 않아 염증이 생겨 잇몸뼈가 녹으면 임플란트가 맞지 않게 돼 재수술을 받아야 한다.

통증도 식립 실패로 인한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다. 보통 임플란트를 정상 시술했다면 통증은 1주일에서 열흘 정도면 사라진다. 이 기간이 넘도록 통증이 지속되면 임플란트가 잘 심어졌는지 여부를 확인해 봐야 한다.

치과 전문의는 “사후관리를 잘 못해 부작용이 난 경우도 많다”며 “수술 후 1년 동안은 딱딱하고 질긴 음식은 피해야 한다”고 주의했다.

▲잇몸뼈 없어도 시술 가능

임플란트 총 치료기간은 통상 아래턱의 경우 2~3개월, 윗턱은 4~6개월 걸린다. 뼈를 이식하면 이식된 양과 부위에 따라 1~4개월이 더 걸리기도 한다. 가격은 재료와 시술방법에 따라 다르게 책정된다. 국산과 수입산은 약 2배 차이가 난다. 주재료는 티타늄과 스테인레스인데, 티타늄은 수입산이며 외국에서 오랫동안 여러 임상사례를 거치면서 검증됐기 때문에 고가다.

하지만 국산도 많이 발전해 검사 결과 문제 될 것이 없다면 저렴한 국산을 써도 무방하다고 치과 관계자들은 말한다. 임플란트 시술이 본격화된지는 약 10년. 전국 치과 의료기관 총 1만4915개 중 임플란트 시술을 하는 곳은 약 7500여개(50%)로 추정된다. 의술 발전으로 잇몸 뼈가 없다거나 고혈압, 당뇨 등 지병이 있는 사람도 시술이 가능하다.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치과의사 면허를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임플란트 시술이 가능하다”며 “안전한 시술을 받으려면 전문의가 구강악안면, 치주과, 보철과에 대해 전문의 수료를 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출처 : 노년시대신문
유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