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하지 못할 일을 왜 추진했는지, '잘못했다'고 끝나지 않는다. 노인 데리고 장난하는 건가(파독 광부 이모씨)."

50년 만에 고국을 찾은 파독(派獨) 광부·간호사와 이들의 고국 방문을 추진한 단체 '정수코리아' 사이에 설전이 벌어졌다.

정수코리아 측의 준비 부족으로 묵을 곳이 하루 아침에 없어졌던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은 23일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 측의 주최로 마련된 자리에서 "70,80대 노인에게 미안하다고만 말하면 안된다"며 "무책임한 행동은 받아 들일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올해 파독 50주년을 맞아 한국을 찾은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은 정수코리아가 호텔 측에 계약금을 완납하지 못함으로써 고국 방문 기간인 7박 8일 동안 '노숙생활'을 할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해당 호텔이 모국을 방문한 이들에게 극적으로 숙박을 지원하기로 결정하면서 이날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숙박 등 문제와 관련한 정수코리아 측의 해명자리가 마련됐다.

이 자리에서 조마리아 정수코리아 총무는 "호텔 계약이 취소되는 등 문제가 있어 죄송하다"며 "다행히 호텔 측이 숙박을 지원 하기로 결정했다. 이같은 '극적인 반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사과했다.

이같은 정수코리아 측의 해명에도 파독 광부 이모씨는 "자비를 들여 한국에 왔는데 일정대로 진행이 안 되면 한국에 온 보람이 전혀 없다"며 "70, 80대 노인에게 '미안하다' 하면 안 된다. 무책임한 행동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에 조 총무는 "최선을 다해 여러분을 모시려고 노력했다"며 언성을 높였고 이 과정에서 정수코리아와 파독 광부 및 간호사 간에 실랑이가 일기도 했다.

다만 황순찬 정수코리아 IT담당은 "발로 많이 뛰었고 정말 많이 노력했다"고 거듭 사과했고 이에 행사장의 격양된 분위기가 다소 누그러졌다.

앞서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는 "주최 측의 계약 불이행으로 인해 객실을 제공할 의무는 없지만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의 숙박 장소가 방문 당일까지 정해지지 않은 안타까운 상황과 이들이 1960~1970년대 한국 경제 개발에 크게 기여한 공헌을 기려 객실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호텔 관계자는 "호텔 계약이 전날 취소됨에 따라 어느 정도의 객실이 마련된 상황"이라며 "이번 파독 광부·간호사의 모국 방문 초청 행사에 어려움이 있었던 만큼 최선을 다해 이들이 모국에서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에 앞서 파독 광부와 간호사의 고국 방문을 추진하는 단체 '정수코리아'는 이달 23~30일 7박8일간 일정으로 과거 독일에 파견됐던 광부와 간호사 출신 220여명을 초청해 모국방문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정수코리아는 이들의 편의를 위해 지난 10월 초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과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10월 중순까지도 1억5000만원의 계약금은 완납되지 않았고 결국 이 계약은 파기됐다.

이 사실을 모른 채 입국한 파독 광부 라모씨 등 7명은 행사를 추진한 정수코리아 측과 연락이 되지 않자 강남경찰서를 찾아 "220여명 동포들이 고국으로 돌아와 홀대받고 노숙하게 생겼다"며 "정부차원의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