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진 영 전 장관 배제한 채 청와대가 주도했다”

복지부 “장관에 보고 않고 외부에 문서 제출한 적 없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 국정감사가 10월 14~15일 이틀간 복지부 대회의실과 국회에서 열려 정부의 기초연금안을 놓고 여야 간 치열한 공방이 펼쳐졌다.

야당 의원들은 기초연금을 소득하위 70%에게 지급하겠다는 정부안에 대해 ‘공약 파기’ ‘복지 후퇴’라며 전방위 공세를 퍼부었다.

진 영 전 복지부 장관이 기초연금-국민연금 연계안에 반대하다 결국 사퇴에 이른 과정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정부 스스로 현 기초연금안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강행했다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다.

이에 맞서 새누리당 의원들은 정부안의 불가피성을 역설하고 국민연금 연계안이 옳은 방향이라는 점을 알리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둘째 날에는 국민행복연금위원회의 일부 위원들이 중도 탈퇴한 배경과 위원들의 생각과 달리 국민연금에 연계하는 방안을 채택한 과정에 대한 질의가 쏟아졌다.

이처럼 기초연금을 둘러난 공방에 복지부 국감이 온통 쏠리면서 다른 안건에 대한 질의는 거의 실종되다시피 해 정쟁만 난무하는 국감이 되고 말았다는 비판이 나왔다.

◇대선공약 파기 논란= 민주당 이목희 의원은 “정부의 기초연금법안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을 스스로 뒤집은 것일 뿐 아니라, 기초연금 수급에 있어 세대간 차별을 만들어 국민간 갈등과 위화감을 촉발하는 악법”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유재중 의원은 “돈만 많으면 어르신들 다 혜택 받으면 좋겠지만, 재정 여건에 맞춰 100% 지급 공약을 못 지킨 것”이라고 정부의 입장을 대변했다.

정부안대로 시행할 경우 현행 기초노령연금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경우와 비교해 노인들이 받는 돈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기초노령연금보다 못해” 주장

민주당 최동익 의원은 “현행 기초노령연금법은 A값(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 개념)에 비례해 지급액을 산정하지만, 정부안은 물가상승률과 연동해 지급액을 정한다”며 “향후 물가상승률이 A값 상승률보다 낮을 것으로 전망돼 결국 실제 지급하는 돈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새로 도입하려는 제도(기초연금)가 기존 제도(기초노령연금)보다 못하다”며 “공적연금 소득대체율이 2028년 기준 50%에서 45%로 하락하는 등 현 제도보다 후퇴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김현숙 의원은 “기초노령연금이 처음 지급된 2008년 이후 2011년까지 4년간 A값 상승률이 오히려 물가상승률보다 높았다”며 “절대로 반값이 될 수 없는 구조”라고 반박했다.

복지부는 “5년마다 기초연금액의 적정성을 평가해 어떤 경우라도 연금액의 실질 가치가 보장되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정부안이 바뀐 과정 논란= 민주당의 이언주·김용익 의원은 복지부가 지난 8월 30일 청와대에 제출한 ‘주요 정책 추진계획’ 문건을 공개했다. 두 의원은 당시 진 장관 등 복지부 공무원들은 대통령직인수위가 당초 제시한 기초연금-국민연금 연계 방식에 대해 “국민연금 가입자에게 손해가 되고 특히 국민연금을 오래 가입한 저소득층이 더 불리해질 수 있다”고 지적한 문건 내용을 적시하며 공세를 퍼부었다.

복지부는 공개된 문건이 최종 보고자료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이후 당초 공약 내용과의 부합여부, 당사자별 지원수준, 제도의 지속가능성, 소요재원 규모, 미래세대 부담문제 등 쟁점들을 감안해 문제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추가적 보완을 했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 이언주 의원이 최종안의 청와대 보고 당시 절차와 결재 여부를 묻자, 양성일 복지부 연금정책관은 “장관에 보고 드리고 실무자가 청와대 행정관에게 안을 보냈다”며 “장관의 문서 결재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 답변에 대해 야당 의원들은 일제히 진 전 장관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청와대가 복지부 실무진에 직접 지시해 청와대가 바라는 최종안을 마련한 증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이영찬 복지부 차관은 “장관에게 충분히 보고됐기 때문에 구두 결재가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며 “기초연금 관련된 그 어떤 내용도 장관에게 보고되지 않고 외부에 제출되거나 한 적은 결코 없다”고 강조했다.

◇국민행복연금위원회의 방안 논란= 민주당 이목희 의원은 “국민행복연금위원회 3차 회의까지도 보건복지부와 기재부 차관이 국민연금 연계안을 고려하지 않았는데 (정부의 안이) 왜 바뀌었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자문위원이 대안 낼 수 있나”

국민행복연금위원을 지낸 김경자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애초에 국민연금 연계안에 반대해 (위원회 활동을) 시작했는데 3차 회의 때쯤 자문위원 중 한 명이 이 의견을 제의했다”며 “자문위원이 방안을 내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 삭제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상균 국민행복연금위원장은 “자문위원은 대안을 제시할 권한이 있다. 우리는 5개에서 최대 9개까지 대안을 비교해 검토하는 회의를 계속했는데, 특정안이 어디에서 출발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따지지 않았다”며 “우리가 제시한 최종안은 가입자 단체 실무자 회의를 거쳐 올라온 것으로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민주당 김성주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당시 65세 이상 모든 국민에게 2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한 연금 관련 공약이 과도한 선거용이었느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는 “지난해 대선 당시 여야 대통령 후보 모두가 (기초노령연금) 선거 공약과 관련해 재원 조달이 부담스러울 것을 예상했다”고 밝혔다.

출처 : 노년시대신문
조종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