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상호 위원 “지금처럼 복지 늘리면 남유럽처럼 된다”

윤홍식 교수 “소득 불평등 반복될 때 경제위기 올 것”

우리나라 국민은 성장과 복지 중에서 복지 확대(42%)보다 경제 성장(55%)을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청년층(20~30대)의 59.1%가 복지확대를 원하는 반면 장년층(40~50대)의 60.1%와 노년층(60대 이상)의 65%는 경제성장을 더 원했다.

복지에만 한정했을 때 확대(53%)를 원하는 사람이 현재수준 유지(33%)나 축소(11%)보다 많았다. 특히 청년층의 68.2%가 확대를 요구한 반면 노년층은 확대(34.5%)보다 현재수준 유지(42%)가 많았다.

보건사회연구원(이하 보사연) 신영석 부원장은 10월 14일 서울 서소문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2013유민포럼에서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날 포럼은 ‘한국형 복지모델의 모색’을 주제로 보수·진보계 학자와 여야 정치인이 함께 토론에 참여해 관심을 모았다.

이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57%가 복지를 위한 세금 부담에 찬성했다. 증세 방안으로는 68%가 부자나 대기업의 세금을 늘리는 것을 선택했고 자신의 세금 부담 증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국민의 복지 인식 및 우리나라 복지의 지속가능성’을 발제한 신 부원장은 “OECD 평균에 못 미치는 복지지출을 일정 수준까지 늘리되 장기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 부원장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GDP(국내총생산) 대비 정부 부채가 33%로 선진국보다 재정이 건전하고 경상수지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복지의 지속가능성은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급속한 고령화로 복지 지출이 늘 것이기 때문에 2050년쯤에는 공공사회복지 지출이 OECD 평균에 근접할 것으로 분석됐다.

보사연 남상호 연구위원은 ‘주요국의 복지모델’ 발제를 통해 “복지지출을 OECD 수준으로 급속하게 확대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우리 경제가 감내할 정도여야 하고 차입해서 확대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며 “정치권의 복지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공약은 사회통합을 저해한다”고 말했다.

남 연구위원은 복지 모델을 북구형(고부담-고복지 국가), 남유럽형(중부담-고복지 국가), 영미형(저부담-저복지 국가) 등 세 가지로 구분한 뒤 지금과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한국은 남유럽형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남유럽형은 포르투갈, 이태리, 그리스, 스페인 등을 가리키며, 당초 저부담-저복지에서 출발했으나 복지 지출만 급격하게 높아짐으로써 국가 부도 사태에 직면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남유럽처럼 세금을 늘리기가 쉽지 않은 반면 고령화·국민연금 성숙 등으로 지출은 급증할 것이어서 중장기적으로 지속가능성이 크게 위협받게 된다는 것.

현진권 한국재정학회장은 ‘경제여건에 맞는 복지정책 모색’ 주제발표를 통해 무상복지와 같은 복지 팽창을 ‘정치 실패’라고 해석했다. 현 회장은 “현재 복지정책은 경제적 합리성에 의해 결정되지 않고, 국민들의 표만 생각하는 정치적 합리성에 의해 결정된다”며 “정치인이 지지도를 얻기 위해 복지 팽창 정책을 펼치면, 결국은 한국의 미래를 망치는 것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자로 나온 숭실대 이상은 교수(사회복지학)는 보수 진영의 복지 속도조절론을 비판했다. 이 교수는 “전체 산업의 60~70%가 제조업이 아닌 서비스 분야”라면서 “경제 중심이 수출제조업에서 서비스 내수산업 분야로 이동함에 따라 이제는 복지가 우리 내수를 활성화시키고 그것으로 경제가 성장한다”고 주장했다.

인하대 윤홍식 교수(사회복지학)는 ‘진보가 그리는 복지국가’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복지에 공짜는 없지만 나눠 쓸 것은 있다. 1993년 이후 경제 성장을 해도 부(富)가 골고루 분배되지 않고 상위 30%만 소득이 는다. 소득 불평등이 반복될 때 경제위기가 온다”며 북유럽형 보편적 복지국가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처 : 노년시대신문
조종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