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모든 노인에 못줘 죄송… 임기내 실천 위해 최선”

소득 하위 70%만 지급… 국민연금 가입기간 따라 차등

11월까지 국회 제출… 민주당 “공약 뒤집기 좌시 않겠다”

내년 7월부터 시행되는 기초연금이 소득 하위 70%의 노인에게 지급되며, 그 가운데 90%인 353만명(2012년말 기준)이 월 20만원을 받게 된다.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11년을 초과한 38만명은 최소 10만원은 보장받지만 20만원보다 적은 돈을 받는다.

보건복지부는 9월 26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기초연금 방안을 공식 발표했다. 이는 국민행복연금위원회가 지난 7월 17일 발표한 합의문을 구체화 한 것으로 두 달여 고심 끝에 내놓았다. 정부는 후속 작업을 거쳐 관련 법률안을 11월까지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확정된 정부의 기초연금 방안을 보면 ▲소득인정액(월 소득에 재산의 소득환산액을 더한 금액) 기준 상위 30%에는 지급하지 않고 ▲하위 70%에게는 국민연금 가입 기간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것으로 돼 있다.

확정된 정부안은 ‘모든 노인들에게 기초연금 20만원을 지급한다’는 대선 공약에서 후퇴했다는 비판은 면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어느 누구라도 기초노령연금 수준 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또한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연계해 차등 지급을 함에 따라 성실하게 노후를 준비한 사람에게 불리한 측면이 있다. 정부는 이에 대해 국민연금이 불입액보다 지급액이 훨씬 많은 구조이기 때문에 불리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통해 “(기초연금을) 어르신들 모두에게 지급하지 못하는 결과에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 말미에 “세계경제 침체와 맞물려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의 세수부족과 재정건전성의 고삐를 쥐어야 하는 현실에서 불가피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대통령은 애초 유감표명 수준에서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죄송한 마음’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사실상 국민에게 사과를 표명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이것이 결국 공약의 포기는 아니며 국민과의 약속인 공약은 지켜야 한다는 저의 신념은 변함이 없다”면서 “임기내에 반드시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일부에서 원점 재검토하라는 주장도 있지만 그것은 정부의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소득상위 30%에 대해서도 재정여건이 나아지고 국민적 합의가 있다면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의 사과 표명에도 불구하고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는 “새 정부가 대선 공약을 파기했다”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될 때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무의미한 소득구분으로 국민을 구분하고 분열시키겠다는 것”이라며 “공약 뒤집기를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참여연대 등으로 구성된 ‘국민연금 바로 세우기 국민행동’은 “국민연금 가입자들에게 역차별을 하는 것”이라며 “공약대로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을 지급하라”고 주장했다.

정부안대로 기초연금을 내년 7월부터 적용한다고 가정할 때, 제도 시행에는 내년부터 2017년까지 4년간 39조6000억원 정도의 재원(국비＋지방비)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2040년에는 노인들이 늘어 10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정부는 국민연금 기금 등을 사용하지 않고 기초연금 재원 모두를 조세로 충당할 계획이다.

◇“나는 얼마나 받을까”=기초연금 대상자(소득 하위 70%)는 현재 기초노령연금 대상자와 같다. 현재 소득 기준으로는 홀몸 노인이면 83만원 정도의 소득인정액이 하위 70% 경계선에 해당한다. 부부노인은 약 133만원 미만이 대상이다.

소득인정액은 근로소득 중 45만원을 뺀 금액에다 부동산·금융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한 액수를 더하면 된다. 이에 따라 대도시 지역에서 공시지가로 4억6000만원 이상 주택을 보유한 노인부부는 소득이 한 푼도 없어도 기초연금을 받지 못한다. 홀몸 노인 가구라면 집값 기준이 3억원으로 내려간다. 자기 명의의 부동산 없이 금융재산만 있는 경우 부부노인은 3억4000만원, 홀몸노인은 2억2000만원이 넘어가면 기초연금을 못 받는다.

부부 둘다 받으면 20%씩 감액해 받는다. 부부가 나란히 기초노령연금을 받고 있다면 16만원씩을 받게 된다.

기초연금 수준은 최소 10만원에서 최대 20만원까지이다. 개인별 기초연금액은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따라 달라진다. 20만원 가운데 나머지 10만원은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수록 커지는 A값(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 개념)에 비례해 깎는 구조로 설계됐다.

무연금자나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11년을 넘지 않는 노인은 20만원을 모두 받을 수 있다. 이후 가입기간이 1년 길어질수록 기초연금 수급액은 약 1만원씩 줄어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약 20년 이상인 노인에게는 10만원만 지급된다. 이에 따라 기초연금 대상자 중 20만명은 15만~20만원을 받고, 18만명은 10만~15만원을 받게 된다.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어지는 미래세대를 위해 2028년 이후에는 가입기간이 16년이 되는 해부터 기초연금이 줄어들도록 설계했다. 연금 가입기간 15년까지는 무연금자와 동일한 20만원을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