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직원 현장조사 후 등급판정

1~3등급 따라 정부 지원금 매달 나와

치매 원인은 신경 퇴행성 질환인 알츠하이머병이 50~60%를 차지하며 30~40%가 뇌 혈액 순환 장애로 인한 혈관성 치매다. 뇌 조직은 뇌혈관을 통해 영양분이나 산소를 공급받아야 하는데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면 산소공급이 불가능해진다. 이 때문에 인지력, 기억력 등을 관장하는 뇌 조직에 문제가 생겨 치매가 나타나는 것이다. 이것이 ‘뇌 혈관성 치매’다.

뇌 혈관에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큰 질환을 조심하면 치매 역시 걸릴 위험이 줄어든다. 특히 고혈압, 당뇨, 심장병, 동맥경화, 고지혈증 등 지병이 있으면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실제 우리나라 전체 치매환자 20~30%가 고혈압이나 당뇨로 인한 혈관성 치매다. 흡연도 혈관을 좁히기 때문에 위험하다.

치매 초기 증상은 기억력 감퇴지만 단순히 기억력이 감소했다고 해서 모두 치매인 것은 아니다. 건망증과 구별이 필요하며 성격이나 감정이 갑자기 변화하는 것도 중요한 단서다. 열정적인 사람이 의욕이 없어지거나 잠을 지나치게 많이 잔다거나 반대로 불면증에 시달리는 등 수면 습관의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홀로 외롭게 지내 우울한 기분을 자주 느껴도 치매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경우에는 치매 증상이 우울증처럼 나타난 것인지 우울증의 증세가 치매처럼 기억력이나 인지기능 저하로 나타난 것인지 구분해야 한다.

▲27%가 간병으로 직장 잃어

일단 치매에 걸렸다면 돌이킬 수 없다. 치매를 고칠 수 있는 치료법은 없기 때문이다. 단지 약물치료나 인지치료를 통해 진행을 늦출 수 있을 뿐이다. 치매 환자의 고통은 가족 모두에게 전염된다. 혼자서 생활할 수 없는 환자를 돌보기 위해 24시간 내내 환자 옆에 붙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한양대가 실시한 조사에서는 치매 환자 가족들이 평균 10시간 이상환자를 돌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조사 대상 100명 중 27%가 환자를 돌보기 위해 직장을 그만뒀다고 응답했다. 치매 발병 후 생존기간이 평균 12.6년임을 감안하면 치매 환자 가족은 적어도 십 년 이상 간병에 매달려야 한다.

▲국가 제도 활용으로 수발 고통 벗어나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5년 전 노인장기요양제도를 도입했다. 일정한 자격조건에 해당되면 재택 돌봄서비스나 시설 입소 등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정부 지원을 받으려면 먼저 수급권자가 될 수 있는지 따져 봐야 한다. 이는 장기요양급여를 받을 수 있는 권리로 이를 장기요양인정이라고 한다. 장기요양인정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신청서류를 내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장기요양보험 가입자와 그 피부양자 또는 의료급여 수급권자 중 65세 이상의 노인 또는 65세 미만자는 언제든 신청이 가능하다. 현행법상 건강보험 가입자는 장기요양보험에 자동 가입된다. 건강보험에서 제외되는 의료급여 수급권자는 지방자치단체 부담으로 장기요양보험을 적용받는다. 대부분의 국민이 장기요양 제도 권역 안에 드는 셈이다.

거주하는 건보공단 지사에 가서 정해진 서류를 작성해 제출하면 공단 직원이 직접 방문하여 해당 환자의 상태를 직접 조사한다. 조사결과 등급판정을 하는데 3등급 안에 들어야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고, 등급에 따라 받을 수 있는 서비스도 달라진다.<표 참조>

3등급을 받았다면 시설입소는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다만 예외 조항을 두어 △동일세대의 가족 구성원으로부터 수발을 받을 수 없는 경우 △유기되거나 학대받을 가능성이 높을 경우 △가정폭력으로 가족과 함께 생활이 곤란한 경우 △주거환경이 열악한 경우(화재 및 철거 등) △배회나 폭행 등으로 하루종일 방에 가둬 놓아야 하는 경우는 정부가 비용을 대 주는 시설입소를 허용하고 있다.

시설입소가 불가능하면 재가급여를 받을 수 있다. 집에서 돌봄서비스를 받는 것으로, 이때 환자 가족이 재가요양기관을 선택하면 그 기관에서 요양보호사 파견 등 관리를 해 준다.

1~2등급을 받았다고 해서 반드시 시설에 입소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1~3등급에 속하는 환자는 본인이 원하는 형식의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으며, 다만 등급에 따른 정부 지원금액이 차이가 나는 것이다. 이는 등급마다 본인이 일정한 비용을 내야 한다는 의미도 된다. 재가급여 기준으로는 약 15%가 본인부담금이다.

▲시설 선택 요령 숙지해야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도입 이후 요양시설 및 재가 센터들이 우후죽순 생겨나 부실한 관리가 제도 보완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 지원 사업이라 환자 수가 곧 수익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적절한 서비스가 불가능한데도 이익만을 쫓아 시설을 개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환자와 환자 가족들의 현명한 기관 선별력이 요구된다.

국내 한 실버센터에 종사중인 H씨는 “좋은 요양시설을 선택하려면 몇 명의 수급자를 관리하고 있는지, 몇 년 동안 운영돼 왔는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그간 관련 규정을 개정해 기준에 못 미치는 요양시설 및 재가센터를 정리해 왔다. 운영 해수가 제도 도입 시기와 비슷하다면 그만큼 일정한 시설기준은 갖추었다는 의미다.

요양보호사를 몇 명이나 두었는지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환자와 잘 맞는 성격의 요양보호사를 고를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