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발표한 서울 시 통계에 의하면 자녀들과 함께 살지 않는 고령자(노인)가 전체 고령자의 43%에 이르며 2000년도에 비해 2.24배로 급속하게 증가하였을 뿐만 아니라 홀로 사는 고령자, 소위 말하는 독고노인의 수도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65세 이상자들에게 앞으로 자녀들과 함께 살기를 원하는 가에 대한 질문에 70%는 자녀들과 함께 살지 않겠다고 답변하였다고 한다.

과거의 가치관이나 사회통념으로 보면 부모를 모시지 않으면 불효막심한 자녀들로 인정 혹독한 비난의 대상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반사회적인 행동으로까지 인식되었으며, 자녀들과 함께 살지 못하는 고령자들을 가장 불행한 사람으로 인식했다. 또한 과거 정부의 고령자정책도 오랫동안 고령자는 원칙적으로 자식들이 돌보아야 한다는 것을 그 기본 정신으로 해 왔다.

그렇다면 자녀들과 함께 살지 않는 고령자의 비율은 왜 이렇게 높으며 그 증가 속도는 왜 이렇게 급속한가?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우리 가족구조와 사회인식의 급속한 변화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가족구조와 사회인식이 어떻게 변했기에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겠는가?

첫째, 우리 가족구조가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이어 소핵가족 또는 단독가구로 급속하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가족제도하에서는 두 분의 연로한 부모님을 모시는 데 가족의 수가 많아 그렇게 큰 부담이 되지 않았다. 거기에 가족구성원 중 여성들은 전적으로 가족을 돌보는 가사 일에만 전념하였기 때문에 그렇게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가족의 수가 많아야 4명 평균적으로는 3명의 가족이 가장 많아 두 분 또는 한 분의 부모를 모시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며 부담스러운 일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주부가 직장을 가지는 경우도 많아졌고, 비록 직장을 갖고 있지 않아도 사회활동의 양이나 규모가 전보다 훨씬 많아지거나 커져 부모님을 모시는 일에 전념할 수 없게 되었다.

둘째, 과거에는 가족의 일상생활에서의 최종 결정권자는 할아버지 그 다음이 아들인 반면 며느리는 결정에 소극적인 위치에 있었다. 그러나 가족이 핵가족이 되고 여권이 신장되면서 가족 내의 최종결정권자는 이제 할아버지와 아들에서 며느리에게로 이전되었거나 되어 가고 있다. 이제 고령자는 가족 내에서의 위상이 변방으로 밀리게 되어 가족 내에 계속 머무는 것 자체가 정신적으로 큰 부담이 되었다.

셋째, 아파트의 구조상 생활공간이 좁아 고령자와 며느리 사이에 사생활의 비밀을 지키기 어렵게 되어 일상생활에서 여러 가지로 불편을 느끼게 되었다. 고령자들이 아침에 눈치 밥을 먹고 일찌감치 파고다 공원이나 온양온천 또는 동두천 등으로 친구와 함께 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종종 이러한 불편은 가족 간의 마찰과 갈등의 원인이 되며 심하면 육체적 언어적 학대현상까지 일어나게 된다.

넷째, 여기에 더하여 최근 사회의 엄청난 발전 및 변화에 따라 과거와는 달리 고령자와 젊은이들이나 어린이들과는 그 생활방식과 관심의 내용이 전혀 달라 거리감이 커져가고 있다. 컴퓨터, 스마트폰, 온라인 뱅킹, 게임 등등을 하는 젊은이들과 고령자와는 서로 공동관심사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최근 자녀들이 할아버지나 할머니들을 가족의 일원으로 인지하지 않으려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이유다. 따라서 자녀들과 함께 살지 않고 따로 사는 것이 서로를 위해 좋은 결정같이 생각되며 앞으로 이러한 현상은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모든 가정이 다 이러한 상황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큰 흐름이 급속하게 이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은 틀림이 없다. 이러한 현상은 옳고 그른 차원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진화발전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임으로 문제로 인식해서는 안 되고 적응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고령자는 물론 가족, 사회 그리고 정부는 이러한 현상에 적극적으로 적응하기 위해 새로운 프로그램들을 개발해야 한다.

이제 고령자 문제를 효로 해결하는 시대는 지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