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대표적인 대선 공약인 기초연금에 대한 수정 움직임이 여야 간의 새로운 정치 쟁점으로 대두될 조짐이다.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대선 공약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가운데 야당에서는 정기국회에서 이를 쟁점화하겠다고 날을 세우고 있다. 정부는 오는 26일 소득 하위 70%인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최대 20만원 한도 내에서 소득에 따라 차등지급하는 기초연금 도입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야권에서는 ‘먹튀 공약’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반면 여권에서는 재정 여건이 허락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공약 수정이 불가피하다며 정부측의 공약 수정 움직임을 거들고 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23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입만 열면 민생을 챙기겠다고 하면서 정작 대선 때 국민들에게 철석같이 약속했던 복지와 교육 공약 등을 전면 백지화하려고 하고 있다”면서 “기초연금, 4대 중증질환 국가보장, 무상보육, 반값등록금, 고교무상교육 등 국민의 삶과 직결된 민생정책들을 모두 뒤집어 놓고 무슨 민생을 챙기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은 이어 “박 대통령의 생애주기별 복지공약은 ‘어린이집부터 노인정까지’ 모든 공약이 거짓공약이라는 사실이 하나하나 확인되고 있다. 우리가 야무지게 지적하고 바로 잡아야 한다”면서 민주당이 정기국회에 복귀해 기초연금 후퇴를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병현 원내대표도 이날 의원총회에서 “기초연금 개편안 발표를 앞두고 진영장관이 사의를 표명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것은 우리가 우려했던 공약후퇴가 현실이 되고 있음을 목도하고 있는 것으로 공약파기 문제는 장관이 책임질 문제가 아니라 대통령이 책임져야 할 문제”라면서 이 문제를 정치쟁점화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권에서는 기초연금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당 지도부가 일제히 재정여건상 수정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나섰다.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지금 세수가 줄고 경제가 굉장히 나쁘다”면서 “알지 못했던 여러 상황 때문에 원하는 대로 (공약 이행을)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 박 대통령이 ‘조금 기다리고 정부를 믿고 도와달라’고 말하지 않겠느냐”면서 야당의 공세를 피해가려 했다.

유일호 새누리당 대변인도 “공약 파기라고 하면 대개는 전면 파기를 말하는 것인데 그런 것은 아니다”라며 “지금 당장은 못하지만 점진적으로 100%로 지급대상을 확대한다는 것도 가능한 해법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단계적 이행을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측 수정안에 나와 있는 20만원 지급 한도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심재철 최고위원은 이날 아침 최고위원회의에서 “약속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방만한 나라살림으로 국가 자체가 재정위기에 빠진 스페인처럼 되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면서 “우리 재정 형편에 맞춰 기초연금 지급액 상한선(20만원)도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이 여야가 기초연금 수정안을 놓고 첨예한 인식차이를 나타내면서 9월 정기국회에서 또 다른 여야의 정치쟁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야당이 국정원 개혁 요구와 함께 기초연금 후퇴 논란을 대여 공세의 쌍두마차로 활용할 것 같다”면서 “가뜩이나 여야 관계가 꼬여있는 상황에서 기초연금 문제까지 더해진 측면이 있어 정기국회가 순탄하게 진행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