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제혜택 있어도 신청자 1년 넘게 16가구에 불과

같은 거주지·제1금융권 제한 등 기준 까다로워

전셋값 폭등의 여파로 서민세입자들이 이중고를 겪을 것이라는 예고가 현실로 나타났다. 세입자 12만 가구의 건강보험료가 전셋값 폭등의 여파로 인상 상한선까지 올랐다.

이낙연 의원(민주당)이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세입자 12만3360세대의 건보료가 10% 인상됐다. 10% 인상은 건강보험공단이 전월세값이 치솟자 건보료 과다 인상을 방지하기 위해 작년 4월 도입한 보험료 인상 상한제다.

올해 7월말 기준 건강보험 지역가입자는 748만4996세대다. 이 가운데 36%인 269만6166세대가 전월세 세입자이며, 이 중 4.6%의 보험료가 인상됐다. 10% 인상 가구가 낸 보험료는 65억8726만2000원으로 세대당 월평균 5만3400원이다.

건강보험공단은 보험료 산정을 위해 2년마다 전국 전월세 시세를 조사한다. 공단이 작년 9월 파악한 전월세 시세를 보면 강북 3구(강북·노원·도봉)는 평균 21.3% 전세값이 올랐고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는 평균 15.9% 올랐다.

단독주택의 경우 더욱 큰 변동을 보였다. 강북 3구 평균이 33.6%, 강남 3구는 평균 23.6% 상승했다.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가 오른 것은 건보료 부과체계 때문이다. 직장가입자는 월 보수액을 기준으로 건보료를 매기지만 지역가입자는 전월세를 포함한 재산, 자동차, 성별, 연령에 따라 각기 점수가 정해져 보험료가 산정된다.

문제는 소득이 미미한 영세 자영업자와 은퇴자 등이 지역가입자로 분류돼 전세 폭등에 따른 보험료 가중의 부담을 떠안는다는 것이다. 매출부진과 직장은퇴로 소득이 없는데 전세값이 오르니 빚을 얻어 전세를 유지할 수밖에 없고, 공단은 전세나 월세 보증금이 오른 액수만큼 보험료를 산정해 부과하니 이중고를 겪게 된다. 실제 전세값만으로 건보료 부과액이 결정되는 가구는 100만 가구가 넘는다.

국회 보건복지위 유재중 의원이 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전월세값 상승으로 인한 건강보험료 변동 현황’에 따르면 지역가입자 중 소득이 적어 전월세 보증금만을 기준으로 건보료를 부과하는 세대는 올해 1분기 현재 월평균 300만세대다. 이들의 건강보험료는 최근 4년간 평균 37%가 올랐다. 2009년 7295원이던 보험료가 올해 6월 1만16원이 됐다. 공단은 이들로부터 400억원을 더 걷은 셈이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전세값이 2년간 최대 10% 급등했다. 소득, 재산을 제외하고 전세값이 10% 오르면 건보료도 10% 오른다. 4년째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는 전세난은 앞으로도 현재의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아 돈 없는 서민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전월세값 인상에 보험료도 매해 인상

이런 가운데 건강보험료율이 매해 올라 지역가입자의 부담은 커지게 됐다. 내년 지역가입자는 월평균 1360원을 더 내게 된다.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한 2014년 보험료율 결정안에 따르면 내년 건강보험료가 올해보다 1.7% 오른다. 직장가입자의 건강보험료율은 현행 월 보수액의 5.89%에서 5.99%로 인상된다.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과점수당 금액은 현행 172.7원에서 175.6원으로 오른다.

이에따라 직장가입자는 올해 월평균 9만2570원에서 내년 9만4140원으로 1570원이 늘어나며 지역가입자는 세대당 8만1130원에서 8만2490원으로 1360원 증가한다.

이번 건보료 인상률은 예년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건보료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2009년 동결된 뒤 2010년 4.9%, 2011년 5.9%, 2012년 2.8%, 2013년 1.6%가 올랐다.

하지만 보험료 산정 대상이 다양한 지역가입자에게는 아무리 보험료 자체 인상폭이 작더라도 요즘처럼 전월세 인상폭이 너무 큰 상황에서는 이중부담이 된다. 지역보험료는 주택과 전월세 등 재산(48.2%), 소득(26.8%), 자동차(12.5%), 연령 및 성별(12.5%) 등에 가중치를 둔 부과점수를 매겨 최저 1등급에서 최고 50등급까지 나눠 산정한다.

▲서민세입자 부담완화제도 작년부터 시행

건강보험공단은 보험료 상한제와 함께 서민의 건보료 부담을 덜어주는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전월세금 상한제는 전월세금이 크게 오르더라도 보험료는 10% 상승분에 대해서만 더 내도록 한 제도다.

예를 들어 전셋값이 2억원에서 2억5000만원으로 올랐어도 건보료를 부과할 때는 인상분의 10%인 2억2000만원에 대해서만 반영한다. 이 제도로 전월세 가구 28만 세대의 보험료 부담이 월평균 9000원씩 줄어들었다.

대출을 받아 전셋값을 올려줬을 때에도 보증금 인상액 10% 범위에서 대출금을 빼 주고 건보료를 부과한다. 또 모든 전월세금에서 300만원을 기본 공제하고 보험료를 매긴다.

노원구에 사는 A씨는 이같은 공단의 공제혜택을 입은 사례자다. A씨는 2012년 6월 전세금이 1억3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인상됐고 부채가 1000만원이 발생했다. 따라서 A씨의 전월세 보험료는 종전 3만8720원에서 4만2130원으로 인상돼야 한다. 하지만 종전 전월세금의 10%인 1300만원만 인상액으로 한정하고, 인상액 1300만원에서 부채 1000만원을 공제한다. 그런 뒤 2012년 9월부터 300만원을 기본 공제받아 A씨의 최종 전월세금은 1억3000만원으로 변동이 없게 됐다.

▲보험료 감경 기준 너무 까다로워

그런데 건강보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한 부채공제 신청자가 시행 1년이 넘도록 16가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료 공제 혜택의 적용 기준이 너무 까다롭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단 전월세금 상한제를 적용 받으려면 현재 전월세로 사는 집에서 전월세 기한 만료로 보증금을 올려 재계약 했을 때여야 한다. 주택환경 개선이나 자녀 교육 문제 때문에 다른 곳으로 이사할 때에는 혜택을 받지 못한다.

오른 전셋값을 대출로 충당한 경우의 공제 혜택도 금융기관의 ‘전월세 자금 대출’을 받은 경우에 한정하고 있다. 부모나 형제, 친구한테서 빌리거나 사채, 마이너스, 캐피탈 등 제3금융권의 부채는 공제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공단의 홍보가 부족해 공제혜택을 몰라 신청세대가 적은 것이 아니겠냐는 지적도 나온다. 또 서민세입자를 위해 만든 보험료 감액제도가 실효성이 떨어져 공단에서도 홍보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기존 제도 외에 소득 하위계층의 건보료 감액을 위한 대책을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낙연 의원은 “전월세 폭등에 따라 서민은 이중고를 겪는다”며 “전월세가 일정비율 이상 폭등하는 때에는 상한제 뿐 아니라 전월세 하위구간에 대한 별도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공제 제도의 까다로운 기준을 완화하고 지역가입자의 경우 전월세 보증금의 30%를 건보료 책정에 반영하고 있는데 이 비율을 낮추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의 관리감독 소홀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체납액만 징수해도 매해 건보료 인상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6개월 이상 체납중인 가입자가 156만 가구에 올 7월 기준 2조2147억원이다”며 “한 해 건보료 징수액 36조원의 6%나 된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이들 장기 체납자 중 4%인 6만2400가구가 올해 한 차례 이상 외국에 나갔다 온 것으로 파악돼 고의 체납자들에 대한 특단의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이달부터 2년 넘게 1000만원 이상 건보료를 체납한 사람은 실명을 공단 홈페이지와 관보에 공개할 예정이지만 실효성에 의구심을 보내는 시선은 여전하다.

한 관계자는 “실명 공개가 보험료 징수에 무슨 효력이 있을지 의문이다”며 “그보다 예금이나 재산 압류, 취업 제한 등 조치가 실효성이 있지 않겠나”고 말했다.

출처 : 노년시대신문
유은영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