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창동에서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40만원짜리 빌라에 살고 있는데 중계동에 1억3200만원에 나온 아파트를 입찰하려고 왔습니다. 6000만원 정도 대출을 받더라도 이율이 낮아서 이자가 20만원 정도라 원금도 20만원씩 갚을 수 있고 해서요.”

경매시장에 김모(41세)씨와 같은 실수요자들이 몰리고 있다. 16일 서울 북부지법 7계·8계 경매에는 약 400여명이 몰렸다. 평소보다 2배 정도 많은 숫자다. 전세금이 많이 올랐고 정부의 8·28 대책 발표로 매매시장의 선행지표인 경매시장이 들썩이는 모습이다.

◆ 발 디딜 틈 없는 법원 경매장

정부의8·28 전·월세 대책으로 6억원 이하 주택은 취득세가 1%로 낮아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경매시장에 실수요자들이 몰리고 있다.

경매는 잔금을 한달~40일 정도 뒤에 내기 때문에 취득세 감면 법안이 이달 안에 통과될 경우 혜택을 볼 수 있다. 또 혜택을 소급 적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과 추가 전세대책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은 비싼 전세금에 고통 받던 사람들을 경매장으로 불러 모으고 있다.

서울 북부지법 경매 법정은 16일 입찰이 시작되기 20분 전부터 이미 빈자리가 없었다. 입찰이 시작되자 서류를 빨리 받으려는 수십 명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줄을 서라’ ‘밀지 말라’는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경매장에는 30대 초반 부부로 보이는 남녀가 많은 점이 특징이었다. 20대 대학생, 70대 노인도 보였다.

경매장 내 입찰 서류를 작성하는 부스 10곳 뒤로는 20~30명이 길게 줄을 서기도 했다. 경매를 진행하는 법원 직원들은 “밖으로 나가시면 옆에도 서류를 작성할 수 있는 곳이 있으니 그 쪽으로 이동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경매는 입찰자가 너무 많아 입찰 시간이 10분 가량 연장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또 개찰 시작 40분이 지나도록 입찰 서류 정리가 끝나지 않아 여기 저기서 “도대체 언제 시작하느냐”는 탄식이 나오기도 했다.

경쟁률도 높았다. 서울 중계동 주공아파트 49.7㎡(15평)에는 43명이 몰렸다. 서울 도봉구 창동 553-50 82.7㎡ (25평) 빌라에는 26명이 입찰했다. 도봉구 창동 북한산아파트 101.9㎡(30.8평)에는 24명이, 노원구 중계동 49.8㎡(15평) 아파트에는 22명이 입찰했다.

경매에 처음 나서는 실수요자가 많다보니 경매 날짜를 잘못 알고 입찰해 서류를 돌려 받는 사람도 30명 가까이 됐다. 옆 사람과 입찰 금액을 상의해서 함께 입찰 용지에 기입하는 사람, 위임장을 쓰지 않고 서류를 내서 다시 되돌려 받는 사람 등도 있었다.

◆ 낙찰가율·응찰자수 동반 상승…추석 후 더 몰릴 듯

경매 시장은 이달 들어 본격적으로 들썩이는 모습이다. 정부의 8·28 대책 발표로 전세에서 매매로 갈아타려는 사람들이 늘었다.

이런 모습은 실제 통계로도 나타난다. 법원 경매 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수도권 주거시설 낙찰가율은 9월 현재 78.5%로 7월(75%)·8월(75.2%)보다 높아졌다. 응찰자 수도 7월(4.7명)과 8월(5.1명)보다 높은 5.7명을 기록 중이다.

지지옥션 하유정 선임연구원은 “실제로 최근 경매 시장에는 실수요자 중심으로 사람들이 많이 몰리고 있다”며 “추석 후 더욱 활성화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초심자 노리는 ‘컨설팅 업체’는 주의해야

“저는 밝은 핑크색 옷을 입고 있는데요. 어디 계시죠?”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여성은 이날 법원 경매장 밖에서 전화로 컨설팅 업체 관계자와 처음 만났다. 이 여성은 “경매를 하고 싶은데 잘 몰라서 교육을 해준다는 말을 듣고 인터넷으로 검색해 컨설팅 업체를 만나기로 했다”며 “입찰 서류 작성법이랑 위임장 작성법 등도 교육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경매 시장에 입찰을 처음 해보거나 경험이 적은 실수요자들이 몰리면서 컨설팅 업체들도 호황기를 누리고 있다. 경매 법정 바로 앞 의자나 법원 건물 밖에서는 4~5명씩 무리를 지어 교육을 받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컨설팅 업체는 물건이 낙찰될 경우 수수료로 수익을 낸다. 감정가와 낙찰가 중 낮은 가격을 기준으로 감정가의 1%, 낙찰가의 1.5%를 수수료로 가져간다.

그런데 일부 컨설팅 회사들은 입찰자가 감정가보다 높게 낙찰 받도록 유도해 더 많은 수수료를 챙기기도 한다. 예를 들어 감정가 1억8000만원짜리 주택이 1억원에 낙찰되면 컨설팅 업체 수수료는 150만원을 가져간다.

하지만 감정가 보다 더 높은 1억9000만원에 낙찰될 경우 180만원을 수수료로 가져가는 것. 경매에 대한 지식이 많이 없는 사람들을 위주로 ‘요즘 소형주택에는 사람이 너무 많이 몰려 고가에 입찰하는 게 좋다’는 식으로 유도한다고 한다.

하유정 선임연구원은 “경매 초보자라면 컨설팅업체에 대해 잘 알아보고 교육 등을 받는게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