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구 엄궁동 햇살하우스…주민 재능기부로 빈집 수리, 보증금 없이 월 2만 원 임대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동네 주민이 똘똘 뭉쳤다. 십시일반 후원금을 내고 재능기부를 하며 헌 집을 새집으로 바꾼 뒤 홀몸노인에게 선물했다.

부산 사상구 '엄궁동 희망디딤돌 복지공동체'(엄궁공동체)가 만든 '햇살가득 디딤돌 하우스'(햇살하우스)의 입주식이 12일 오후 열렸다. 엄궁공동체는 엄궁동 주민 200여 명으로 지난 3월 말 꾸려졌다. 행정기관의 도움 없이 주민 스스로 저소득층 이웃을 체계적으로 돕자는 것이 모임의 취지다.

이들은 홀몸노인 20여 명에게 매월 2차례 걸쳐 반찬을 지원하는 '햇살가득 찬 배달 서비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이불 빨래를 돕는 '햇살가득 빨래방' 등의 활동을 벌이다가 가장 절실한 것이 '주거 지원'이라고 생각했다. 이에 엄궁공동체는 지난 8월 중순부터 엄궁동 축복교회 맞은편, 빈집으로 방치된 61㎡ 규모 단층 주택에 대한 수리작업에 들어갔다.

매일 주민 10여 명이 작업에 참여했다. 공사전문업체는 없었다. 대신 전기와 미장 등 관련 분야에 몸담은 주민 상당수가 재능기부에 나섰다. 집수리에 참여할 여유가 안 되는 이들은 1만 원에서 200만 원까지 후원금을 보탰다. 3주 만에 홀몸노인 4명이 쾌적하게 지낼 수 있는 방 3칸의 집이 만들어졌다. 자재비로 1300만 원 상당의 비용이 들었는데 시비나 구비 등은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

지난 11일 입주해 하룻밤을 보낸 홀몸노인 김모(여·76) 씨는 "벽면에 퀴퀴한 곰팡이가 피어 있는 골방에서 수십 년을 살다가 이곳에 오니 호텔에 이사 온 것 같다"며 크게 반겼다. 김 씨 옆방에는 산속 컨테이너에서 생활하고 있는 80대 노인이 입주할 계획이다.

이 햇살하우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낸다. 노인은 저렴한 임대료로 새집에서 살 수 있다. 보증금 없이 월세 2만 원만 내면 된다. 너무 낡아 방치한 집이 단 한 푼 들이지 않고 수리돼 집주인도 환영한다. 액수는 적지만 월세 수익도 얻는다.

엄궁공동체는 이곳에서 20m 떨어진 빈집을 고쳐 햇살하우스 2호를 지을 계획이다. 엄궁공동체 양동만 회장은 "무더위 속에 함께 땀을 흘린 덕택에 이웃애가 돈독해졌다"며 "더는 원하는 노인이 없을 때까지 이 사업을 계속할 것"이라며 의지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