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복지賞 대상 황화익씨

"30년 넘게 매일 새벽마다 나가서 빈병 줍고, 깡통 줍고 그랬지. 동네 사람들은 처음에는 '멀쩡한 아줌마가 왜 저러고 돌아다니느냐'고 그랬지만 나중에는 먼저 나서서 우리 집으로 빈병 갖다주더라고."

종로구 동숭동의 '봉사 할머니' 황화익(76) 할머니의 하루는 봉사 활동으로 빼곡하다. 할머니는 새벽마다 빈병과 깡통을 줍는다. 이걸 일주일에 한 번씩 종로5가에 있는 가게에 판다. 이 돈으로 어려운 이웃의 병원비를 내거나 쌀, 연탄을 사서 갖다준다. 낮에는 경로당 점심 봉사, 환경미화 봉사를 한다. 10년 넘게 매일 똑같이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저녁에는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또 서울대학병원에 들러 쓰레기통의 빈병과 깡통을 주워 집으로 돌아간다. 하루가 온전히 봉사하는 삶이다.

할머니가 빈병과 깡통을 줍기 시작한 것은 1982년부터다. 황 할머니는 "동네에 혼자 사는 할아버지·할머니들을 돕고 싶었는데 돈이 없었다"며 "쌀이나 연탄 사 드릴 돈이라도 벌기 위해서 빈병과 깡통을 줍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빈병 4개를 주워가면 10원씩 쳐줬고, 이를 모아서 남을 돕기 시작했다. 황 할머니는 처음 빈병과 깡통을 모아 판 돈 7700원으로 이웃집에 홀로 사는 할머니에게 햅쌀 한 말을 사 드렸다고 한다. 할머니는 "처음 이웃 할머니를 도와드렸을 때 너무 보람차고 기뻤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황 할머니는 매일같이 동네에서 빈병과 깡통을 주웠고 그렇게 모은 돈으로 독거노인, 사고를 당한 이웃, 수재민 등에게 쌀, 연탄, 옷가지를 사다줬다. 온종일 돌아도 하루 100원, 200원 벌기에 그쳤지만 그 돈을 모아 이웃에게 베푼 것이 지금은 1000만원이 넘는다.

할머니의 봉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황 할머니는 1996년부터 종로구 마로니에경로당 총무를 하기 시작해 지금까지 매일 경로당 점심을 책임진다. 반찬도 만들고, 밥도 지어 경로당을 찾는 할머니들의 점심을 만드는 것이다. 점심 준비가 끝나면 복지관으로 가서 관내 화분 200여개에 물을 주고 먼지를 닦아 준다. 이렇게 한 봉사 활동이 지금까지 1200여회, 2400시간이 넘었다.

황 할머니는 "돈 모이면 아픈 사람들 병원 찾아가서 병원비 대주고, 동네 화분 닦아주고 하는 게 내 삶의 낙"이라며 "내가 아마 죽기 직전까지도 봉사 활동을 하지 않을까 싶어요"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9일 종로구 동숭동의 봉사왕(王)인 황 할머니께 제14회 서울시 복지상 대상을 수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