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는 以心傳心?… 착각말고 지금부터 月 2회 은퇴계획 얘기 나눠라

은퇴 생활… 남편 '전원' 아내 '수도권' 꿈꿔

대부분의 시간 함께하고 싶은 男과 달리

女는 '나만의 시간' 더 많이 갖길 원해

은퇴 후 삶의 중심, 회사서 지역사회로 이전

융화력 뛰어난 아내가 남편 이끌어줘야

"부부란 둘이 서로 반씩 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로서 전체가 되는 것이다."

화가 반 고흐는 이런 말로 부부의 일심동체를 강조했으나 현실은 만만치 않다. 많은 문제에서 부부는 인식과 생각이 다르고, 해법도 차이가 난다. 특히 은퇴에 관해서는 이런 차이가 두드러진다. 은퇴에 대한 남녀 간 동상이몽의 현실을 인식하고, 이에 대처하는 지혜를 찾아보자.

◇男 "더 많은 시간 아내와" 女 "적당히…"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서울·일산·분당에 거주하는 3040세대 부부 400쌍을 대상으로 실시한 은퇴 인식 조사 결과 부부 2쌍 중 1쌍은 은퇴 이후의 삶에 관해 다른 생각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부부들은 은퇴 이후 재무 준비에 관해선 의견 차이가 많지 않았으나 비(非)재무적인 영역에서는 큰 차이를 보였다. 우선 은퇴 후 선호 거주 지역에 대해서 남편은 서울의 근교(41%), 서울 및 신도시(32%) 순이었으나 아내는 서울 및 신도시(50%), 서울의 근교(31%)로 나타났다. '지방 중소도시'라는 응답은 남편은 20%였으나 아내는 10%에 불과했다. 주로 탁 트인 곳에서 호젓한 전원생활을 바라는 남편과, 생활기반·방범·친구와 교류 등을 고려해 도시생활을 선호하는 아내의 차이로 풀이된다.

부모에 대한 경제적 지원 방식에 있어서도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전체 400쌍 중에서 부모를 지원하지 않겠다고 답한 사람은 남편 2%, 아내 3%에 불과해 이견이 없었다. 부부 모두 부모 봉양에 책임감을 느끼는 것이다. 그러나 방식에 있어선 차이가 났다. 의견이 일치하지 않은 230쌍의 답변을 살펴보면, 남편은 '매달 일정액'(41%)과 '필요할 때 수시로'(37%) 지원하는 방식을 선호했고, 아내는 '명절 및 경조사 때'(40%)와 '필요할 때 수시로'(27%) 지원하길 바랐다. 부모가 아플 때 간병 방법에 대해서도 의견 차이가 나는 부부들은 주로 '모시고 살겠다'(52%·남편)와 '병원·요양기관에 모신다'(34%·아내)로 답이 엇갈렸다.

또 남편들은 아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자 하지만 아내는 '나만의 시간'을 더 많이 갖길 원했다. 남편의 56%는 여유시간(11시간 가정) 가운데 6시간 이상을 아내와 함께 하고 싶어 하는 반면 그러길 원하는 아내는 28%에 불과했다. 아내들은 '4~5시간'(47%) 이라는 답이 가장 많았다.

◇'이심전심'의 기대가 최대의 적

은퇴에 대한 동상이몽은 역시 남녀 간의 근본적인 인식 형태 차이에서 비롯된다. 남녀 12쌍을 대상으로 한 심층 조사 결과 남편들은 "공기 좋은 데서 산책도 하고 부부의 시간을 많이 갖고…"라든지 "같이 말장난도 하고 얘기도 하고 그러면서 사는 거죠"라고 답했다. 낭만적인 전원생활 쪽에 가까웠다. 그러나 아내들은 좀 더 현실적인 문제들을 지적했다. "병원이나 마트도 있어야 하고" "나이가 들면 친구들 만나기도 그렇고… 도심 근처가 편하겠더라고요"라는 식이었다.

문제는 양쪽이 모두 '상대방이 나와 같겠거니'라고 생각하는 '이심전심(以心傳心)'의 오류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심층 조사 결과 일부 부부들은 상대방이 자신과 다른 은퇴생활을 꿈꾸는 것을 알고 의아해하기도 했다. '이심전심'이야말로 은퇴 계획에 있어선 불신의 통로라는 점을 명심하자.

은퇴 계획 가운데 주거 계획에 대한 합의가 가장 중요하다. 주거 형태는 생활비, 주변 환경, 지인들과의 교류 방식에서 가장 근본적인 차이를 가져오는 은퇴 생활의 핵심 문제이기 때문이다. 부모 봉양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상보다는 현실을 감안해 생각의 차이를 좁혀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며, 많은 시간 동안의 대화가 필수다. 한편으로 남편은 은퇴 후 스스로의 삶을 개척해나갈 수 있도록 '나만의 시간'을 젊은 시절부터 미리 기획하고 준비해야 한다. 은퇴를 하면 삶의 중심이 회사에서 지역사회로 바뀐다. 통상 아내가 남편보다 지역사회에 대한 융화력이 뛰어나다. 아내들은 금세 지역사회에 다양한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하지만 남편들도 함께 지역사회에 연착륙할 수 있도록 아내가 이끌어주고, 또 남편들도 마음을 열고 동화하도록 노력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앙드레 모루아는 "행복한 결혼은 약혼한 순간부터 죽는 날까지 지루하지 않은 기나긴 대화를 나누는 것과 같다"고 했다. 월 2차례 정도는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해 기나긴 대화를 나눠 보자. 부부간에 생각의 차이를 확인하는 걸 두려워 말고 행복한 꿈을 공유할 수 있는 통로부터 마련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