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 후에 뭔가 꺼내서 홀짝 물과 함께 마시는 걸 보면 거의가 어떤 알갱이들이다. 건강식품이라고도 하고 고혈압이나 당뇨 등에 먹는 약이라고도 한다. 색깔도 여러 가지다. 우리 나이가 되면 한두 가지는 먹는 게 상식 아니냐며 대수롭지 않게 대꾸한다. 시니어의 특징이라나? 아니, 특별한 일이라나? 맘에 안 든다.

약도 마다하고 병원에도 안 가는 나로선 약간 걱정도 되고 마음이 쓰이는 일이다. 그 유명한 히포크라테스가 ‘모든 병은 식품으로 안 낫는 게 없다.’ 라고 한 거 같은데 이젠 약도 식품군으로 들어가 버린 것일까 싶게, 아주 간단하고 쉽게 건강식품이라는 허울 좋은 명칭 아래 많은 사람이 약과 친구가 되어 가고 있는 걸 보게 된다. 특히 시니어들은 좋아질 일이 없다는 약해진 마음에 남이 권하는 대로 건강을 위해서 먹게 되는 거 같다.

어머니를 봐도 정말 걱정스럽게 많은 알갱이들을 식후에 복용하는 걸 매일 보고만 있다. 혼자만이 아니라 나에게 종용하는 데 더 죽겠다. ‘이제 몸이 다 고장 나기 직전이니 내 말 듣고 좀 먹어라. 기계도 기름을 쳐주는 데... 넌 오메가 3나 비타민을 먹어야 하는데 왜 안 먹는 거니?’ 대답도 안 하는 내게, 손바닥에 전부 모아들고 입에 털어 넣다가도 나하고 눈만 마주치면 동작 멈추고 그 몇 마디를 주르륵 잽싸게 하는 게 습관처럼 되어 있다.

60세부터 오메가 3를 먹어서 그래도 지금까지 치매 안 걸리고 이나마 잘 지내고 있다는 말씀이다. 그리고 조금만 이상하면 병원으로 걸음을 뗀다. 그래도 병원 가는 게 훨씬 나에겐 맘 편하다. 안 그러면 약방에 가서 증상을 얘기하고 일반 약을 사 와서 다른 것들 하고 마구 섞어 먹으니 더 무서워서다.

다른 시니어들과 마찬가지로 어머니도 고혈압이 있어서 몇십 년을 병원 처방을 받아 타온 약을 먹고 있다. 난 모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얘기하다가 여동생하고 남동생도 고혈압약을 계속 복용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뒤론 또 한 여동생과 나만 아직은 고혈압 증세를 안 보이고는 있지만, 아버지가 혈압이 있었으니 어쩌면 나도 그 신세를 면치 못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염두에 두긴 두었다. 가족력일 테니까.

약 봉투를 보면 식후 30분이라고 대개 동그라미가 쳐져 있다. 의약품의 형태나 약효에 따라 약을 먹는 시간이 다 다르다는 것 정도는 상식으로 알고 있지만 정확하게는 모르고 있다. 이참에 찾아봤다. 복용 시간은 중요하고 제대로 잘 지켜야 하는 거 같아서 말이다.

식사 직후에 먹는 것은 철분제나 무좀약 같은 위장 장애를 일으키기 쉬운 것들이라 한다. 음식과 함께 흡수할 때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라서 그렇단다. 식후 30분에 먹는 것은 음식에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소염진통제나 비타민 종류이고, 위가 비어 있을 때 먹는 것은 식후 2~3시간 후를 말하며 골다공증 치료제가 대표적이고 음식으로 인해 약효가 없어지는 종류란다. 식전에 먹는 것도 있는데 30분이나 1시간 전으로 당뇨약, 식욕 촉진제, 식욕억제제, 정장제, 구충제, 위산 억제제, 구토 억제제 등이 있다고 했다. 또 일정 시간 간격을 두고 먹어야 하는 항생제, 항암제, 항균제 등으로 인체 내에 일정한 농도를 유지해야 하는 것들도 있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알약을 크다고 부셔서 가루로 먹거나 캡슐을 버리고 내용물만 먹는 건 위험하다고 한다. 일정량이 저절로 방출되며 녹도록 캡슐이 있는 것이고, 알약은 장에서 녹아 흡수되도록 코팅을 해 놓은 것이기 때문에 두 가지 방법 모두 위나 식도 점막이 파괴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었다. 주의를 요하는 것이므로 의사나 약사의 처방전을 잘 지켜야 하는 것이고 모를 때는 꼭 물어보기를 권했다.

약이 약으로서 몸의 병을 낫게 하는 게 아니고 몸을 해치는 결과가 되어서는 안 되겠다. 또한, 약을 우유나 커피, 녹차, 술, 사이다, 콜라 같은 것과 함께 먹지 말라고 한다. 식후 바로 커피를 마시거나 식사할 때 그런 음료수들을 마시고 나서 약을 먹는 것은 같이 먹는다는 것과 같다고 하니 조심할 일이다.

특히 우유랑 같이 감기약이나 소화제, 해열제를 먹으면 우유 속에 있는 칼슘이 약을 흡수하는데 방해를 한다는 것도 알아둘 일이다. 암튼 시니어가 되면서 약을 전연 안 먹고 살 수는 없는 일이니, 이 정도는 상식으로 잘 기억해 둘 일 같다. 일반 약을 마구 사서 복용하지 말 것이며, 약사나 의사가 처방하는 대로 시간도 잘 지켜서 먹어야 할 것임을 다시 한 번 체크해 두자. 여기에 건강식품과 함께 약을 잘못 먹어서 생기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고 쓰여 있는 걸 보니 각자 자기 몸은 자기가 지켜 가도록 해야 할 거 같다. 특히 시니어는 굳은 심지를 키워야 할 거 같다. ‘약 먹는 것도 시니어의 일이다’ 라는 말은 기억하기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