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1박 2일에서 보았다면서 가보고 싶다고 하던 별천지 박물관에 들르기로 했다. 백석 폭포로 가는 길에 별천지 박물관이 있다고 해서 내비게이터에 백석 폭포만 입력을 하는 바람에 그만 지나쳐버리고 말았다. 백석 폭포를 먼저 보고 나서 별천지 박물관으로 갔는데 폐교를 고쳤다는 사실을 몰랐거나 내비게이션이 알려주지 않았다면 자칫하면 그냥 지나쳐버릴 만큼 평범(?)했다.
별천지 박물관은 정선군 북평면 숙암리 옛 북평초교 숙암분교를 개조해서 지난 2009년 9월 개관했는데 3개의 교실에 근현대사 교육 자료를 전시하는 전시실과 사진갤러리로 구성되어 있다. 안내문을 보고 신발을 벗고 들어가자 복도에 아이들이 가지고 놀던 놀이 용품, 딱지며 인형놀이와 각종 문구류가 전시되어 있었다.
조선 시대부터 일제강점기, 해방 이후의 고서와 고문서 등 역사적 가치를 지닌 소품과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개화기초 기생들의 모습을 담은 엽서도 이색적이었다. 학생 잡지며 대중잡지의 표지의 아는 여배우들의 젊었을 적 모습을 보니 반가웠다.
1970년대 초등학교 교실을 재현한 제3전시실은 추억을 되살리기에 좋은 공간이다. 교실 한쪽에 놓여있는 풍금을 보니 음악 시간이면 낑낑거리면서 풍금을 옮기던 기억이 났다. 내가 사용했을 교과서도 전시되어 있다. 갈래머리 나풀거리며 뛰어놀던 어릴 적 내 모습이 보이는 듯했다.
문득 결혼하면서 친정 지하에 두고 왔던 내 보물들이 떠올랐다. 나중에 좀 더 넓은 집으로 이사하면 가져온다고 잘 보관해 두라며 상자에 담아 두었는데 엄마가 혼동해서 고물장수에게 주어버린 것을 알았을 때의 난감했던 기억...
그동안 썼던 일기며 받았던 상장(賞狀)이며 열심히 필기해두었던 노트며, 보관하고 싶었던 나의 추억들이 모두 사라져 버린 것을 알았을 때 너무 기가 막혀서 눈물도 나지 않았다. 혹시 내 추억들도 어쩌면 이런 곳에 남아있을지도 모를 텐데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아이들이 신 나게 뛰어놀았을 운동장엔 적막감만 남아 있다. 장마의 흔적이 남아 있어서 물이 군데군데 고여 있다. 야외 공간에 편의시설과 무대 등을 설치했으며 음식과 차를 즐길 수 있는 간이식당도 준비됐다고 하더니 자동차들이 몇 대 서있고 텐트도 보인다.
유난히 낮아 보이는 철봉, 정글짐이 손을 뻗으면 닿을 듯 낮아 보인다. 어려선 높아서 올라가기 무서워했는데 이렇게 낮다며 딸이 놀란다. 그러게, 그렇구나. 나에게도 무척 높아 보였는데...운동신경이 둔해서 정글짐에 올라가길 무서워했던 나를 약 올리고 맨 위로 도망가서 잡아보라고 혀를 내밀던 그 애는 지금 어떤 아버지가 되어 있을까.
추억이 방울방울 솟아나는 정선 별천지 박물관은 매주 월요일을 제외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방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