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놈의 세상보기

지리산 청학동을 고향으로 둔 촌놈의 이런 저런 세상 얘기들입니다

'뿌린 대로 거둔다.' 농부의 마음이다. 사진촬영을 위하여 거니는 들녘의 논에는 벼가 이삭을 피워올리고 있다. 머지않아 땀의 결실을 만끽하리라. 뿌린 대로 거둔다는 교훈을 실감하리라. 세상살이에는 공짜로 얻어지는 것은 없다.

아침저녁이 서늘하다. 가을이 성큼 다가서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엊그제가 꽃이 피는 봄이었는데 어느샌가 여름이 장마 속에 지나가고 가을을 예고한다. 일찍 찾아온 장마가 이어졌다. 해서 올여름은 그렇게 덥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지내는 것 같다. 제주도를 비롯한 남녘은 불볕더위로 한여름을 나고 있기는 하다. 가뭄이라고도 한다.

중부지방은 맑은 하늘을 보기가 힘들었다. 예전에는 장마가 아랫녘에서 시작되었지만 올해는 중부지방에서 시작되어 이곳에서 머물고 있다. 또 다른 기후변화를 본다. 이러한 기후변화도 인간이 만든 결과물이다.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는 뒤늦은 후회가 이를 말해준다.

농부는 아니어도 자그마한 텃밭이라도 가꾸어보면 세상살이의 이치를 터득하게 된다. 뿌린 대로 거두는 삶의 이치를 깨닫게 된다. 건실한 씨를 뿌리거나 모종을 심어 정성을 다하여 알뜰하게 가꾸게 되면 좋은 결실을 얻을 수 있다. 데면데면 지나면 텃밭은 잡초가 우거지고 바라던 결실은 얻지 못한다. 자식을 키우듯 해야 한다.

자식농사라는 말이 있다. 정성을 기울여야 하는 농사에 비유하였다. 자식을 키우는 것도 농사와 같이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지극정성이라는 말도 있다. 사람이 정성을 다하면 안 되는 일이 없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도 했다. 어떤 일이든지 자기 하기 나름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늘 상대가 있기 마련이다. 그 상대는 사람이 아닌 자연일 수도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인 것일 수도 있다.

자신이 잘못하는데 그 상대가 나에게 잘할 리 없지 않은가? 때로는 내가 잘하고 있는데도 상대방이 나에게 잘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볼 때에 내가 잘해주는데 다른 사람이 나에게 잘못하는 경우는 보기가 힘이 든다. 처음에는 그럴 수도 있으나 시간이 지나고 진심을 알게 되면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우리는 남으로부터 대접받기를 원한다. 뿌린 대로 거두는 삶의 지혜는 여기에서도 통한다.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한다면 먼저 자신이 남을 대접해야 한다. 나이에 상관없다. 젊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자 한다면 나잇값을 하여야 한다. 젊은이를 대접해주어야 한다. 나이가 많다는 것 하나만으로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여긴다면 멀어지기만 할 것이다.

정성을 기울인 대로 거두게 된다. 뿌린 만큼 거두는 농부의 마음을 다가오는 가을에 드넓은 가을의 황금 들녘에서 가슴으로 안아보련다. 그리고 지난 세월을 되돌아보련다. 내가 뿌린 씨앗은 건실하였을까? 제일 가까운 아내를 위하여 진정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정성을 제대로 기울였을까? 이웃에게, 친구에게 나 자신이 먼저 그들을 제대로 대접하면서 살아왔나? 가을에 해야 할 나의 버킷리스트의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