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현·고경애 부부 지역 거주 노인에 무료 점심 제공

"행복한 짬뽕으로 이웃에 정(情)을 나누겠습니다."

광주 북구 운암동에서 중식요리 전문점 '행복한 짬뽕'을 운영하고 있는 김병현(55)·고경애(52·여)씨 부부.

김씨 부부는 매월 넷째 주 일요일, 지역에 거주하는 65세 노인 150명에게 무료로 점심을 제공한다. 짜장과 짬뽕 한 그릇에 4000~5000원가량, 매월 50명이 3개월마다 돌아가면서 점심을 먹기 때문에 한 달에 들어가는 비용은 30만원 안팎이지만 '이웃에 정을 나누겠다'는 이들의 마음은 그보다 훨씬 값지다.

김씨 부부가 지역 봉사활동을 결심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공무원인 둘째 딸(30)의 영향이 컸다. 유니세프와 사회단체에 매월 20여 만 원을 후원하는 딸을 보면서 이웃과 나눌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됐다. 40년 동안 배운 기술이라고는 오로지 중식요리법. 김 씨 부부는 고민 끝에 자신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기로 했다.

이 봉사 활동에는 김 씨 부부와 함께 자녀 3남매도 참여 한다. 김 씨의 광주에 대한 애틋함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전남 강진이 고향인 김 씨는 광주의 한 중국집에 취직해 일해오던 중 1980년 5월의 광주를 직접 경험했다. 친구와 함께 길을 걷던 김 씨를 계엄군들이 불러 세웠고, '손에 굳은살이 많은 이유가 총을 많이 쐈기 때문 아니냐'며 자신을 폭행하고 유치장에 가둔 것이다. 힘든 식당일로 인해 손에 굳은살이 만들어 질 수밖에 없었던 김 씨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30여 일 동안 억울한 옥살이를 해야 했다. 여기에 폭행 등 고초까지 겪어야 하는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

5·18 유공자로 인정받은 김 씨는 "우리나라 민주화의 중심인 5월 광주의 한켠에 서 있었고, 이후 아내와 결혼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게 됐다"며 "여러 번 사업 실패를 맛보며 좌절하기도 했지만 광주는 나에게 고향 그 이상으로 의미가 깊은 곳"이라고 말했다.

김 씨 부부는 남몰래 펼쳐왔던 장학금 기탁은 물론 지역 사회와 함께 어울리며 정을 나눌 수 있는 방법이 더 있는지 고민할 생각이다. 아내 고경애 씨는 "가족과 이웃들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에 '행복한 짬뽕'이라는 상호를 생각해 냈다"며 "더 많은 행복을 전파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