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선미 한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수요자의 욕구가 복합적으로 변하고 복지 인프라가 확충됨에 따라, 우리나라의 사회복지 실천 현장에서도 사례관리가 강조되고 있다. 사례관리는 한정된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중복과 사각지대 또는 사후 관리가 되지 못하는 서비스 전달체계상의 문제를 최소화하며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연계하고 조정해 나가는 모델로 인식되고 있다.

다양한 서비스의 제공과 효율적인 자원 관리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사례관리에 관심을 갖고 지역사회 내 기관 간 협력과 지역복지서비스 네트워크의 활용을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기관 단위에서 이루어지는 제한된 성격의 사례관리가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다양한 서비스 제공자들과 복지 자원들을 연계하면서 지역 내 서비스의 통합과 자원 조정을 적극적으로 조정하는 수준까지는 확대되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사회복지 정보시스템의 배타성 ‘고려’

개별 기관 단위에서의 사례관리가 갖는 한계로 인해 최근에는 지역사회 중심의 네트워크를 활용한 사례관리가 주목받고 있다. 개별 기관을 넘어 지역사회 내 네트워크를 활용한 통합사례관리는 대부분의 사회복지기관에서 기관 내부에서 진행하는 사례관리의 틀을 벗어나 협력기관들의 공동 개입과 역할 분담을 통해 진행된다.

이러한 변화는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목표 아래 기관들 간의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며 실질적인 지역복지기관 간 파트너십을 형성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상호 조정과 연계를 통해 자원 발굴이나 배분의 우선순위가 결정되면서 지역사회보호체계의 구조적 변화까지 동반할 수 있다.

사례관리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의 하나로, 지역 내 다양한 서비스기관들이 서비스의 연계나 조정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려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기관 실무자들은 추가적인 사례관리 업무의 부담과 역할 갈등이 증가하고 있다.

일부 재가복지기관을 제외한 대부분의 서비스기관은 전담 사례관리자 없이 기관 내 실무자가 기본적인 업무와 함께 개별 사례에 대한 서비스 연계 업무를 병행해 기관 고유의 서비스 기능에 집중하지 못하기도 한다. 또한,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민간기관들 스스로 자발적인 지역복지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노력을 했으나, 자발적 관계와 협의 구조가 갖는 기능상의 한계로 지역사회보호체계의 구조적 변화로 이어지지 못하였다. 예로 지역복지협의체나 지역의 민간 복지서비스 네트워크를 통한 시범사업이 일부 시행되고 있으나, 지역 관리체계로서 기능할 수 있는 공적 책임성이나 권위 부족으로 지역 내의 공공 및 민간 서비스의 통합과 자원 조정을 적극적으로 유지하는 수준까지 확대되지 못하고 있다.

사례관리가 개별 대상자에게 다양한 복지 자원을 연계하는 방식으로 지역 사회복지관이나 재가서비스기관, 지역 내 연계망 등을 통해 꾸준히 확대되는 한편, 최근에는 공공 영역의 사례관리가 도입되면서 서비스 전달체계 차원의 논의로 급격히 확장되고 있다. 그간 지역 복지서비스 전달과 관련한 지방정부의 관리 기능이 미흡했으며 그 결과로 서비스의 중복이나 누락이 빈번히 일어났던 점을 상기할 때, 공공의 통합사례관리 시스템 도입은 지역사회 내 서비스 전달과 관련한 공공의 책임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지역 내 서비스기관 간의 자발적인 자원 조정이나 협력적 네트워크 운영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공적 서비스 전달 주체의 조정 기능은 자원에 대한 접근성과 서비스 체계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대표적인 복지전달체계 개편 사례로 언급되는 호주나 뉴질랜드의 경우에도 공공사례관리센터가 복지전달체계의 핵심적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위탁 방식을 통해 민간복지기관을 중심으로 서비스 공급이 이루어져 왔던 우리나라에서는 공공사례관리 도입에 앞서 고려해야 할 점들이 많이 있다. 첫째, 사회복지 정보시스템의 배타성이다. 통합사례관리지원시스템의 핵심 도구인 사회복지통합관리망(행복 e-음)은 개인별·가구별 정보의 관리를 통해 부정 수급을 방지하고 급여 지급 과정을 투명하게 하는 순기능이 있는데도, 다양한 서비스 제공 주체들이 관여하는 사례관리 과정을 담기에는 한계가 있다. 공공급여관리를 위한 개인정보의 보호로 인해 사회복지 통합관리망에 기반을 둔 중앙정부의 사례관리 업무 지원시스템은 민간과 공유되기 어려운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둘째, 공공의 직접 서비스 기능 때문에 생길 수 있는 민간기관과의 역할 갈등이다.

정부가 주민 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을 시작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나, 공공인력 중심의 시군구 통합사례관리체계는 공공급여나 긴급지원서비스를 중심으로 직접적인 사례관리를 담당하며 민간기관과는 필요에 따라 개별 서비스를 의뢰하는 관계에 있다. 이로 인해 공공이 민간기관들과 상시적인 연계나 협력 구조를 갖지 못하고 공공영역의 서비스 전달에 집중되면서 민간영역에서 이루어지는 사례관리 활동과 중복적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셋째, 시군 전체를 포괄하는 사례관리체계로서 갖는 구조적 취약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복합적인 위기를 가진 사례에 투입되는 사례관리 인력을 20~30, 많게는 50사례당 1인으로 산정할 때 제한된 수의 공공인력으로 시군구 전체를 포괄하는 직접사례관리 기능을 수행하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위기가정의 주요 문제에 심층적으로 개입하는 데 전문성 부족으로 사례관리의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어려울 수 있다.

복지 행정 전문화·전달체계 효율화 필요

호주나 뉴질랜드와 같이 공공사례관리 모형이 중심을 이루는 국가와 달리, 미국에서는 개별 기관 또는 분야의 전문 사례관리로부터 포괄적인 연계 기능을 하는 사례관리 프로그램까지 민간에 의해 다양한 사례관리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사회복귀가 어려운 정신질환자나 지역사회 장기보호가 필요한 노인,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전문적인 사례관리는 주정부 재량으로 민간조직에 위탁해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이때 민간 비영리 사례관리 전문기관은 정부와의 계약을 통해 위탁형 사례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지역 내 기관들 간의 서비스 연계와 조정 역할을 대리적으로 수행하게 된다.

또한, 공공부조 대상자의 고용 관련 또는 사회서비스 등을 연계하는 사례관리를 비영리 조직과 성과 기반 계약을 맺어 공공부조 프로그램 내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국내의 경우에도, 경기도에서 공공사례관리 시스템인 무한돌봄센터를 설치하면서 인구 10만 내외의 권역별로 사례관리 거점인 네트워크팀을 설치하고 위탁 방식으로 시군과 민간기관이 계약을 체결하여 운영하고 있다. 경기도에서는 위기가구 지원 및 사회복지 서비스 전달상의 문제를 광역단위에서 해결하고자 지역 기반의 통합사례관리체계를 2010년부터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는 빈곤 위기가구 지원을 위한 복지자원과 서비스 지원이 사례관리를 통해 체계적으로 조정되지 않을 때, 단순 서비스 제공을 넘어 맞춤형 서비스 제공이 어려우며 결과적으로 서비스 전달의 효과를 얻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다양한 민관 협력 사례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공공사례관리체계의 도입 단계에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지역 내 민간 서비스 전달 기능을 위축시키지 않으면서 공공 복지행정의 전문화와 서비스전달체계의 효율화를 가져오는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시군구-읍면동 단위까지 공공서비스 전달 구조 개편이 이루어지고 있는 중이나, 수요자 중심의 서비스전달체계 구축을 위한 지역 내 공공과 민간 서비스 공급자 간의 파트너십이 명확히 제시되고 있지 않다는 우려가 있다. 무엇보다 현재의 복지 서비스 전달체계 개편 과정에서 발생하는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는 주요 서비스 전달 주체인 개별 서비스기관과 종합복지기관, 공공사례관리체계 간 협력이 가능한 연계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민간 서비스기관들은 공공사례관리를 통해 적절한 개입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개인의 심리 정서적 욕구와 가구의 역동적인 상황에 대해 직접적인 상담과 서비스 개입을 하는 전문적인 역할을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취약계층 위기가구의 경우에 삶의 의지와 새로운 변화를 위한 동기가 부족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서비스 대상군이나 전문 기능, 실천 현장에 따라 각기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민간 서비스기관들의 임상적 전문 역량을 결합할 필요가 있다. 한편 종합사회복지관에서는 기능 개편을 통해 사례관리 기능을 강화하면서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실제로 지역 내에서 통합적 복지 기능을 담당해 왔던 종합복지관 등은 사례관리 역량을 갖춘 전문인력을 확보하고 복지 자원과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높다는 장점을 살려 전문적이며 집중적인 사례관리를 담당하는 것이 적합할 수 있다. 지역사회 내 서비스 전달상의 혼란을 방지하고 종합사회복지관이 지역 서비스네트워크에서의 전문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외국의 사례와 같이 공공사례관리체계와의 역할 분담과 권한 위임이 필요하다.

한편 공공은 위기 취약계층의 직접적인 사례관리 기능보다는 관리자, 조정자, 서비스 구매자 역할을 중심으로 공공 고유의 기능을 살려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즉, 제한된 수의 서비스 대상자에게 선별적으로 개입하기보다는 간접적인 사례관리 기능을 살려 지역 내 다양한 서비스 제공자들과 복지 자원들을 적극적으로 조정하고 관리하며 민간 부문의 서비스 공급 기능을 협력적으로 지원하고 촉진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적합할 수 있다. 세부적으로는 칸막이 행정의 문제점을 해소해 나가기 위해 시군구청 내 복지 관련 업무 부서들 간 교류를 확대하고 업무를 공유하며 수요자 욕구에 부합하는 예산 배분을 위해 공동자원 배분 계획 등을 수립하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아동, 장애인, 노인, 여성 등 특화된 서비스나 자원에 대해서는 사례관리를 통해 기관 차원의 서비스 연계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대상별 사업을 기획·실행하는 관련 부서와의 업무 연계와 협조 관계가 명확하게 설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과별 또는 팀별로 대상자나 분야별 서비스와 자원의 수요와 공급이 결정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통합사례관리 대상자에 대한 정보 공유와 서비스 계획에 대한 공유를 통해 제공되는 자원과 서비스의 적절성을 노인·장애인·아동 또는 의료·주거·자활 등 해당 업무팀 간에 상호 점검하고 통합 관리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역사회 공공-민간 협력 이끌어내야

또한 복지 자원 관리를 위해 공공사례관리팀(희망복지지원단)에서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산발적으로 배분되었던 복지 자원과 서비스의 전달 방식에 대해 점검하고 지역단위에서 자원을 통합적으로 배분하고 관리하는 방식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통합사례관리를 통해 지속적으로 파악되는 욕구에 대해서는 서비스 구매를 통해 지역 내 서비스기관의 대응성을 높이는 것도 가능한 방안일 수 있으며, 대상별로 여러 부처를 통해 다양하게 생성된 바우처 서비스에 대해서도 통합 관리를 고려할 수 있다.

또한 민간 차원에서 지원되는 다양한 현금 및 서비스에 대해서도 지역 복지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과 연계가 이루어지도록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하겠다. 이 과정에서 제공 가능한 복지 자원과 서비스에 대한 정보 제공과 홍보를 통해 서비스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지역 내 나눔사업을 공동 지원하며 발굴된 자원에 대해 민간기관의 나눔사업 대상자를 연계하면 협력기관에 대한 인센티브가 될 수 있다.

읍면동 주민센터와도 유기적인 지원체계를 마련해 지역주민의 복지 접근성을 높이도록하고 사례관리 대상자를 적극 발굴하도록 한다. 무엇보다 공공은 민간기관들과 통합사례회의를 정기적으로 진행하며 정보 공유, 서비스 연계 및 조정이 유기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상시적인 협조 체계를 구축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도록 한다. 또한 민간기관과의 통합사례관리 과정이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팀 접근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높이고 서로 존중하는 태도를 갖추도록 지속적인 교육과 전문 슈퍼비전의 기회를 제공하도록 한다.

서비스의 중복과 누락 문제를 해소하면서 지역복지서비스 전달을 효율화하고자 시작된 사례관리는 지역사회 내 공공과 민간을 비롯한 다양한 주체들의 참여와 협력을 이끌어내지 않으면 오히려 혼란이 늘 수 있다. 현재는 저소득 위기가구를 대상으로 하고 있으나 통합사례관리 가구에 대한 전문적인 도움과 실질적인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향후 분야별, 대상별 전문사례관리 네트워크가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내부적으로 통합사례관리 대상자가 갖는 주요 욕구에 대해 전문사례관리인력을 자체적으로 확보하거나 대상별이나 분야별 사례관리 전문기관과 연계해 다양한 수준의 복지 욕구에 대해 접근하도록 한다.

예로, 근로능력이 있는 가구가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현금 지원과 함께 근로 동기 강화, 직업훈련, 그리고 직업 알선 서비스가 동시에 제공돼야 한다. 위기가구의 자립과 자활을 위해 다양한 일자리 관련 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나 기존의 취약계층 일자리 지원 기관을 이용하는 데 따르는 심리적, 사회적 장애물이 있으며 단순 상담과 일자리 알선으로는 구직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에 성공률이 높지 않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자리센터, 고용센터, 지역 자활센터, 사회적기업 등과 좀 더 적극적으로 연계할 뿐 아니라, 높은 성공률을 보이는 취약계층 일자리사업인 ‘희망리본’과 협력을 통해 사례관리 대상자의 직장 탐색, 취업 상담, 일자리 의뢰, 직업능력 개발, 일자리 발굴, 취업 유지와 사후 관리 등의 과정을 전문적으로 지원하여 실질적인 생활 안정과 위기 극복이 되도록 돕는다. 이외에도, 보건복지 욕구에 대한 통합적 접근을 위해서는 지역 보건의료 전달체계와의 협력적 업무 교류와 포괄적인 보건복지 욕구 사정을 위해 방문보건 담당자의 참여와 정보 교류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한다.

공공-민간-주민 연계로 지역 문제 해결

지역의 위기 가구에 대한 통합사례관리가 확대되면서 비공식적 자원을 제공하는 지역주민들의 역할이 늘고 있으며, ‘좋은 이웃들’과 같은 자발적인 지역 복지봉사조직도 활성화되고 있다. 사례관리를 위해 공공과 민간기관, 주민까지 연계하는 구조는 촘촘한 안전망의 역할을 하며 지역의 문제해결 역량을 높이는 효과를 갖는다.

지역주민은 학습·정서적 지원을 위한 멘토로 참여하거나 이웃의 생활지원을 위해 협동하는 경험 등을 통해 서로 신뢰가 쌓이며 지역주민의 삶의 질 변화에 기여하게 된다. 이는 공식적 지원 체계를 중심으로 가동되었던 서비스 네트워크를 비공식적 주체들까지 확대하는 계기가 되며 궁극적으로 지역 복지공동체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1년 남짓한 희망복지지원단의 성과를 논하기는 이르나, 공적 권한과 자원에 대한 접근성, 조직적 영향력을 가진 공공복지 행정체계의 역할이 민간과 지역주민의 역량을 강화하고 촉진하는 방향에서 논의될 필요가 있으며, 지역사회보호체계를 구성하기 위한 다양한 주체들의 상생의 노력도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