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경의선 기찻길 옆에 산다. 풍산역 인근이다. 운동 겸하여 집에서 경의선 철로 옆의 산책을 따라 걷기도 한다. 여느 지역이나 마찬가지로 철로 변은 지역의 주민들이 텃밭으로 이용하곤 한다. 들깨도 심고 호박도 가꾸고 배추 농사를 짓기도 한다. 요즘은 고추도 빨갛게 익어 간다.

대부분 작은 텃밭이라 하여도 경작을 금지하고 있다. 금지 현수막이 너덜너덜하게 걸려 있다. 사람들은 형식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지 그 현수막 아래에도 텃밭이 되어 야채들이 자라고 있다. 옥수수도 수염을 내밀고 익어간다. 사람들은 흙을 그리워하기 마련이다.

특히 나이가 들고 은퇴를 하고 나면 적절한 소일거리를 찾기 마련이다. 예전에 시골에서 자랐거나 식물을 가꾸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상추, 고추 등을 재배하여 간단한 집안의 먹거리로 활용하기도 하고 이웃에게 나눠주기도 한다.

철로 주변은 공지가 있기 마련이다. 요즘은 조경공사로 잔디를 심거나 조경수를 심어 철로환경을 깨끗하게 한다. 녹지조성에 한몫을 하기도 한다. 그렇지 못한 곳은 풀로 뒤덮여 있기도 하다. 철로 변의 땅을 잘 다듬어 시민들의 텃밭으로 제공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도시 주변의 철로에는 울타리가 대부분 처져 있어서 철로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철로 변의 텃밭을 가꾼다 하여도 기차 운행 상 문제가 없다고 보인다.

현재 경작을 금지하고 있고 커다란 현수막을 내걸어 놓았어도 많은 곳에서 야채 등을 가꾸고 있다. 그렇다면 아예 텃밭이 가능한 곳에는 옛날에 시골의 농토를 정리하듯이 하여 필요한 사람들에게 주말농장으로 활용하게 하면 그것이 작지만 국토를 잘 활용하는 일이 되지 않을까 싶다. 현실을 양성화시키는 방법이다. 특히 노후의 시간을 어떻게 고민하는 분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라인강 변의 포도밭을 구경하며 떠나는 뱃길 여행도 아름답다. 옥수수가 알차게 영글어 가는 모습을 보면서 달리는 기차여행도 고향 역을 찾는 기쁨을 주지 않을까? 아니면 주변 마을의 노인들이 공동으로 만드는 꽃밭으로 조성해도 되지 싶다. 일부 지역에서 마을 가꾸기 사업으로 동네나 뒷산의 빈터를 꽃밭으로 조성하여 주민들의 환영을 받는 사례도 많다.

철도청에서 그 꽃밭 조성을 위하여 꽃씨 제공이라든지 가장 좋은 꽃밭을 만든 사람들에게 기차여행의 무료티켓을 주는 방법 등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잡초가 무성한 철로 변 보다는 꽃이 아름다운 철길을 달리는 여행은 더욱 즐겁지 않을까? 기차운행의 문제가 없다면 놀리는 땅을 생산의 흙으로 변하게 하는 것도 좋은 생각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