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성학의 대가 사쿠라이 히데노리의 책이다. 얼핏 책 내용으로 보아 여성인 줄 알았는데 남성이다. 문예지 편집자로 일하지만, 그전에 일본 여성 잡지회사에서 일했고 170권의 책을 썼단다. 여성 심리와 라이프스타일 연구의 일인자이며 ‘여성학의 신’으로 불린다는 사람이다.내용은 뻔하다. 50대가 될 여자들이 알아야 할 내용으로 꿈, 일, 인생, 연애, 결혼, 가족, 아름다움에 관해 썼다. 대부분은 다른 책에서도 이미 비슷하게 다룬 내용들이다. 아내나 엄마가 아닌 진짜 여자로 살라는 얘기이다. 남편과 자녀, 가정을 위해 아낌없이 희생했지만 끝내 가족으로부터 고맙다는 말 한마디 듣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회사 생활도 마찬가지이다. 회사나 일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바쳤는데 그 희생에 걸맞은 보직이나 보수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직 늦지 않았으니 원하는 것을 당장 행동으로 옮기라고 권한다.우리보다 개방적인 일본이기에 남편이 있더라도 여자가 바람피우는 것에 대해서도 '때로는 자신만의 도덕관이 중요하다'며 그동안의 세속적인 도덕관에 얽매이지 말고 자유롭게 살라는 권고를 한다. 배우자의 유책사유가 없더라도 이혼도 할 수 있으며 '이대로 괜찮은지?' 자신을 돌아보라고 말한다. 이혼하지 않더라도 마음속으로 헤어져 보라고 권한다. 그런 연습이 되고 나면 자신의 행동이 보다 자유로워지는데 익숙해진다는 것이다.

우리도 그렇지만 드라마가 주는 사회적 영향은 크다. 1983년 ‘금요일의 아내들에게’라는 드라마는 본격적인 불륜드라마로서 대히트를 치면서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켰고 이때 이후 여성들의 불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크게 바뀌었다는 것이다.'한 번의 결혼으로 행복의 의미를 온전히 깨닫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남편과의 생활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불륜을 저지르더라도 단순히 도덕관의 기준에서 무엇이 정답인지 말하기 어려운 것이므로 그런 류의 죄악감에서 훌훌 털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살아가라고 권한다.

“여자는 재가 될 때까지 여자이니라”. 에도시대 일화에서 늙은 어머니가 화롯불을 휘저으며 한 말이란다. 과거나 지금이나 여자에게는 사랑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운다.

일본의 고령사회 관련 서적은 서양 사람들이 쓴 책보다 와 닿는 것이 많다. 같은 문화권이라 그런 것 같다. 소노 아야꼬라는 여성 작가가 쓴 책들이 많은데 이 책은 남자가 쓴 책이라 좀 색다르기는 하다. 우리도 이런 류의 책들이 쏟아지고 있긴 하지만 한국의 유명 작가가 이런 내용으로 책을 썼다면 아직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우리 사회가 더 보수적이라는 얘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