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은 채신머리없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중국 진나라 변방에 족(足) 씨 성을 쓰는 청년이 있었다. 마을에 사는 다른 가문처럼 잘 먹고 잘사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 북쪽에서 쳐들어오는 이민족의 침략을 막기 위해 만리장성을 쌓는 것을 보고 족가(足家)는 외적의 침입을 막고 나라에 공을 세워 입신양명(立身揚名)하기로 작정했다.

그리하여 전쟁에 대비하여 말을 키웠다. 마침내 외적이 침략하자 족가는 칼을 차고 말 등에 올라 출정을 하기 위해 집을 나서던 중 대문에 머리를 부딪쳐 사망했다. 이를 본 마을 사람들은 '분수를 모르고 행동한 자업자득(自業自得)'이라며 혀를 찼다. 그 이후 생겨난 고사성어가 족가지마(足家之馬)다. 자기 분수를 모르고 경거망동하면 화를 입는다는 의미다.

비류 백제사를 보면, 소녀 때부터 김춘추와 오랜 시간을 함께 산 채신이라는 여자가 있었다. 그의 연인이자 어른인 춘추가 고민하는 것을 가까이에서 보며 가슴이 아팠다. 동시대를 산 대장군 김유신은 소정방의 방자함에 칼을 뽑아 소정방의 목을 베려했으나 국력이 약해 마음뿐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더욱이 총사령관 소정방은 김춘추를 지역 사령관이라 하대하며 춘추의 여자인 채신의 수청을 요구하는 무례함을 서슴지 않았다.

채신은 김춘추에게 소정방의 수청 요구를 들어주도록 간청했다. “주인님 제가 소정방을 처리하겠습니다. 제가 죽는 시간에 소정방을 공격하십시오.” 채신은 김춘추의 다짐을 받은 후 신라를 위하여 온몸을 바쳤다. 그러던 어느 날 백마강 바위에 올라 야외 섹스를 즐기던 소정방의 거시기를 채신은 입으로 물어뜯었다. 거시기가 잘린 소정방은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소정방이 백마강에서 말을 미끼로 용을 잡았다는 설화는 채신이 거시기를 물어뜯은 사실이 잘못 와전된 것이다. 이후로 까불고 경솔하게 행동하는 사람이나 방자하고 교만한 행동, 언행이 경솔하여 남을 대할 때 위신이 없는 사람들을 보고 ‘채신머리가 없다’는 말이 생겨났다고 한다.

나이 든 노인은 행동이나 말에 무게가 실려야 한다. 초대받아 간 자리에서 필요 이상으로 과음을 하거나 말이 많은 것은 보기에 좋지 않다. 얼마 전 초등학교의 동창이 초대해서 다녀온 여행지에서 시킨 음식이 남아 있는데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음식을 시키는 사람을 봤다. 술도 절제할 줄 알아야 하는데 취할 정도로 마시는 사람을 봤다.

자기 주머니에서 나가지 않는 돈이라 하여 주최자 의도와 맞지 않게 주문하는 것은 전체적인 분위기를 망치는 결과를 낳는다. 특히 단체로 움직일 때는 자기 위주로 개인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나이 들어 채신머리없는 행동을 하면 두 번 다시 초대를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시니어리포터 김용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