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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실버로 실버를 공략하라] 내용은 ‘실버’라도 포장은 ‘젊음’으로
2013-07-29 | 카테고리 칼럼

‘아름다운 50대가 늘어나면 일본이 변한다.’





일본의 유명 화장품업체 시세이도가 몇 년 전 실버 시장을 공략한다며 내세운 광고 문구다. 그러나 50

대 이상을 겨냥한 이 안티에이징 화장품은 판매가 거의 되지 않았다. 50대 이상 여성들이 ‘50대’라는 표

현에 거부감을 느낀 것으로 분석됐다. 이후 시세이도는 특정 연령대를 강조하기보다 제품 기능을 부각

하는 쪽으로 광고 전략을 바꿨다. 기능성 고급 화장품으로 승부수를 띄우자 두둑한 지갑을 가진 시니

어층의 구매가 줄을 이었다.
실버 시장은 따로 있지 않다. 누구나 젊어지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다. 제

대로 실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탈(脫)실버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지난 2011년 롯데백화점이 서울 소공동 본점에 오픈한 실버 기프트 편집숍은 최근 실적 저조를 이유로 문을 닫았

다. 실버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보고 건강보조식품, 의료용품 등을 한데 모아 진열한 이 매장은 편집숍 앞에 ‘실

버’라는 단어를 붙인 게 패착(敗着)이었다. 백화점 측이 겨냥한 50~60대 시니어 소비자들은 자신을 실버라 생각

하지 않을 뿐더러 실버용 매장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 탓이다.



나날이 늘고 있는 시니어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해 수많은 기업들이 실버 시장에 도전장을 내놓지만 성공한 기업

은 많지 않다. ‘실버=약자’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정작 시니어 소비자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간과한 때문이

다. 최근 주력 소비 계층으로 등장한 ‘액티브 시니어(잠깐용어 참조)’에는 더더욱 과거의 마케팅 전략이 통할 리

없다. 이들은 젊은 패션, 감성을 추구하는 뉴시니어에 속한다. 대놓고 실버용 제품을 강조했다가는 백전백패라

는 얘기다.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은 시니어 계층이 자신의 나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외국의 연구 결

과에 따르면 시니어 소비자는 자신의 나이를 실제 나이보다 6~12년 젊게 인식한다고 한다. 골프 여행 상품을 기

획할 때 ‘시니어투어’보다 ‘챔피언투어’로 하거나, 화장품 판촉을 할 때 ‘50세 이상을 위한 메이크업’보다 ‘열 살 젊

어지는 메이크업’이란 표현을 쓰는 게 더 효과적인 것도 이 같은 이유다.



김재문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시니어 소비자는 자신에게 적합한 상품을 자존감이 상하지 않는 방식으

로 편리하게 받아들이고 싶어 한다. 시니어의 마음을 먼저 얻는 기업이 마케팅 전쟁에서 한발 앞설 수 있다”고

설명한다.
어떻게 해야 시니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국내 컨설팅업체 T-Plus가 최근 발간한 ‘탈

(脫)실버로 실버를 공략하라’ 보고서는 구체적인 방법론을 크게 3가지로 나눠 제시한다. 마케팅 전략만 수정할

게 아니라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만들어주고 소비 방식을 배려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 최소영 T-Plus 대표는

“국내 실버 시장은 2010년 33조원에서 2020년 125조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 기업이 실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약자를 돌본다는 관점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시장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 실버 전용 제품은 없다

아이패드2 고객 절반이 시니어  ‘실버를 버려야 실버가 찾아온다.’

시니어 마케팅의 첫 번째 핵심 원칙이다. 앞의 롯데백화점 사례는 실버에 집착할 경우 대기업이라도 실패할 수

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노인 전용 제품에 대한 반발심리가 작용한 때문이다. 반대로 연령이나 능력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사용하기 쉽도록 만든 제품은 실버층의 선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대표적인 예가 애플의 아이패드. 실버산업 컨설팅업체 실버그룹에 따르면 싱가포르와 런던에서 애플 아이패드2

구매 고객 연령대를 조사한 결과 절반에 가까운 숫자(46%)가 55세 이상이었던 것으로 나왔다. 컴퓨터를 잘 다루

지 못해도 30분만 투자하면 쉽게 사용 가능한 점이 실버 비중을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스마트폰보다 큰 화면도

한몫했다.



갤럭시노트 사용자 중에도 시니어 소비자가 많다. 통신사들이 시니어 층을 대상으로 별도의 마케팅을 하진 않았

지만 이왕이면 큰 화면을 선호하는 50대 고객이 갤럭시노트를 많이 선택한 것. LG유플러스에 가입한 갤럭시노트

사용자 중 약 13%가 50대 이상이다. LG유플러스 측은 “젊은 층이나 여성 등 특정 계층 위주의 수요를 예상했으

나 의외로 시니어층이 많이 가입했다”고 전한다.



한 차례 시행착오를 겪은 롯데백화점은 젊은 패션을 추구하는 실버 세대를 타깃 삼아 역공을 펼쳤다. 첫 번째로

선택한 제품은 체형 보정 프리미엄 청바지인 NYDJ(Not your Daughter`s Jeans, 당신 딸의 청바지가 아니에요).

이 청바지는 뱃살을 눌러주고 엉덩이를 올려주는 보정효과를 극대화한 디자인으로 해외에서 인기가 높은 제품

이다. 백화점 본점 3층 화이트호스 매장 일부에 NYDJ 청바지를 진열해 놓자 젊고 날씬해 보이길 원하는 50대 주

부들이 입소문을 듣고 알아서 찾아왔다. 롯데백화점 측은 “지난해 10월부터 NYDJ 청바지를 한정 수량으로 판매

하고 있는데 반응이 좋다. 정식 매장으로 오픈할지 현재 논의 중”이라고 귀띔한다.



미국 쇼핑몰 골드바이올린은 실버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도 성공적으로 시니어 회원을 많이 끌어들인 쇼핑몰

로 꼽힌다. 이 쇼핑몰은 실버 전용이긴 하지만 회원을 실버층에 한정하지 않고 전 연령층을 고려해 카테고리를

세분화한 점이 특징이다. 김정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취급 상품을 산뜻한 색감과 세련된 디자인의 의

류, 가전, 가구 등으로 한정해 시니어 회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실버 세대일수록 ‘늙은이’로 취급

받는 것을 싫어한다는 점을 알고 접근한 것이 성공 비결”이라고 설명한다.



 


2. 도심형 커뮤니티 등장

회원제 운영이 더 효과적

“시니어 커뮤니티가 형성되면 이곳에 모인 사람들이 자연스레 실버 제품을 구매하게 된다. 인원이 많을수록 공

동구매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거품 뺀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구입할 수 있고 기업은 소비자를 확보할 수 있어 윈

윈이다.” (우재룡 서울은퇴자협동조합 이사장)



실버를 공략하기 위한 두 번째 방법은 시니어를 위한 커뮤니티를 제공하는 것이다. 단 예전과 같은 실버타운 개

념으로는 성공하기가 어렵다. 커뮤니티에도 탈실버 개념이 필요하단 얘기다. 외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시니어를

위한 복합문화공간이 등장했다. 미국 ‘매더스 모아 댄 어 카페’, 일본 ‘유우지적’이 대표적. 이곳에서는 먹고 즐기

는 카페 기능뿐 아니라 그 안에서 같은 관심사를 가진 시니어끼리 동호회를 만들 수 있는 장을 만들어준다. 교

양, 건강, 레저에 관한 강좌를 수시로 열기도 한다. 박정인 T-Plus 이사는 “성공한 복합문화공간을 자세히 들여

다보면 콘텐츠 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장소만 제공하지 않고 생산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

록 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무료로 개방하기보다 합리적 가격의 회원제로 운영해야 더 많은 시니어들이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탈실버를 외친 시니어 커뮤니티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서울 자양동에 위치한 더클래식500은 도심형

실버타운으로 유명하다. 은퇴 후 계속 도시 생활을 누리고 싶어 하는 시니어를 공략하기 위해 일부러 종합병원,

백화점이 바로 옆에 있는 곳에 설립했다. 또 매월 1회씩 문화·예술 분야 저명한 교수와 전문가를 초청해 강의를

여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댄스·서예·합창단 등 다양한 문화 동호회를 지원한다.



이곳에선 ‘어르신’ ‘할아버지’란 호칭을 입에 담지 않는다. 모두 ‘회원님’으로 통일했다. 더클래식500 입주자 최승

대 씨(68)는 “시설 자체가 도심에 있어서 젊은이들과의 교류가 잦다. 할아버지가 아닌 세련된 호칭으로 불려 더

활동적으로 살려고 한다”고 전했다.



서울 송파동에 위치한 송파실벗뜨락은 지난 3월 개관한 후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송파실벗뜨락은 여성

문화회관 일부 층을 리모델링해 카페, 뷰티케어센터(미용실, 네일아트숍, 스킨케어숍), 피트니스센터를 운영 중

이다.



송파실벗뜨락 관계자는 “노인들이 모이는 공간이라는 이미지를 피하기 위해 카페 이름을 ‘뜨락카페 휴’라고 했

지만 사실 50대 이상의 시니어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잔잔한 추억의 음악이나 시니어 입

맛을 고려한 음료 메뉴를 배치하는 등 시니어층을 배려한 게 컸다”고 말했다.




 3. 시니어를 배려한 서비스 제공

비슷한 또래의 판매사원 배치

탈실버가 제대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시니어층을 배려한 서비스가 동반돼야 한다. 외국에서는 시니어층의 소비

방식을 고려한 대형마트가 인기다. 독일의 대형 슈퍼마켓 체인 중 하나인 에데카(Edeka)가 대표적. 은퇴자가 많

은 한 지역(잉골슈타트) 매장을 고령자 전문 유통점으로 리모델링한 에데카는 선반 높이는 다른 매장보다 20㎝

낮췄고, 계산대도 낮게 설치했다. 쇼핑 카트에 돋보기를 부착해 제품 설명서를 확대해 볼 수 있게 했다. 미끄럽

지 않은 매장 바닥, 혈압계 등을 갖춘 휴식 코너도 에데카 매장의 특징. 매장 직원도 비슷한 또래의 50대로 뽑았

다. 기존 고객을 배제하지 않으면서 시니어 고객까지 흡수하게 돼 오픈 첫해 연매출은 50% 늘었다.



일본 외식 체인업체 와타미는 거동이 불편한 실버 고객을 위해 배달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항상 같은 직원이 배

달하고 안부까지 묻는다. 반응이 좋아 현재 와타미는 하루 25만건의 도시락 배달을 한다.


국내에서는 유한킴벌리 사례가 많이 회자된다. 노인용품 제품을 성장동력으로 삼은 유한킴벌리는 시니어 친화

적(Age-friendly) 서비스로 실버 시장을 공략 중이다.



지난해 선보인 요실금 팬티 ‘디펜드 스타일팬티’는 성별과 체형에 따라 사이즈가 다양하고 패드 두께가 얇아 입

은 티가 나지 않는다는 게 특징이다. 지난해 10월 출시 이후 지금까지 무료 체험 행사에 10만명 넘게 참여한 것으

로 알려졌다.



눈에 띄는 내용은 이 제품을 55세 이상 여성으로 구성된 스타일 판촉단이 직접 대형마트에 파견돼 고객들에게

판매를 한다는 점. 전화 상담 요원도 55세 이상 간호사 출신으로 배치했다. 감추고 싶은 부분을 젊은 점원에게 드

러내고 싶지 않은 시니어 소비자의 마음을 읽은 것이다.



김재문 수석연구위원은 “시니어 마케팅에서는 이들의 가려운 구석을 파악하는 것을 넘어서 그것을 쑥스럽지 않

게 해결해 줄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잠깐용어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


50대 이상 중산층으로 본인의 건강, 미용, 자기 계발에 적극적인 소비를 하기 시작하는 신(新)소비계층. 여유 있

는 자산을 기반으로 경기 영향을 덜 받고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욕구가 크다.




[취재 : 김헌주·정다운 기자 사진 : 김헌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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