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령연금 전신인 노령수당 수급근거 마련

65세 이상 노인 70%에 월 9만원 씩 지급

노인복지법 제정 10년이 흘러 개최한 개정 공청회에서 정계와 학계, 관련 협·단체 관계자들은 다양한 개정안을 제안했다.

한국노인복지시설협회 김용성 회장은 양로원, 요양원에 관한 정책의 개선방안을 제시했고 정능경로대학 김성식 박사는 노인대학에 대해 국가의 지원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마지막 발언권을 얻은 한남대 임춘식 교수는 “금년도 노인복지예산을 보면 도대체 우리나라가 노인복지를 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스럽다”며 “국가가 노인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들을 대상으로 하는 소득보장 의료보장, 주택보장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신경 쓰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청회 말미에 필자는 주최측을 대표해 감사의 뜻을 전하며, 개정안에 노령수당 명목의 조항과 노인 취업알선 조항 등을 두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노령수당제는 국민연금법에서 해결하든가, 그렇지 않으면 기초노령연금법 제정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것을 필자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1988년 국민연금법 발족당시 대통령을 비롯해 여야 정당에 이미 노인이 된 연령층의 소득보장정책도 병행 실시할 것을 촉구하는 건의서를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노인복지법 개정안에 노령수당 명목의 조항을 두게 된 것이다.

노인 취업알선 관련 조항을 보강한 것도 노인에게 소득문제가 매우 중요한 과제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로당과 노인교실이 복지시설이라는 법적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아 운영비 보조를 받기 힘들어 복지시설이라는 조항을 신설했다.

이후 노인복지법 개정시안은 국회보사위원회 심의를 거치면서 일부 조항이 삭제 또는 보완돼 1989년 12월 30일 정기국회에서 통과됐다(법률 제4178호). 당시 법 개정에서는 한국노인문제연구소가 제안했던 사항 중 △국무총리 산하에 노인복지대책위원회 설치 △노령수당지급제도 신설 △민간기업도 유료노인복지시설 운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 △경로당을 노인복지시설로 규정함과 동시에 재가복지사업의 일환으로 주간보호와 단기보호사업을 실시할 수 있는 법적근거를 마련하는 데도 성공했다. 법 개정으로 인해 그간 선언적, 강령적 성격을 벗어나지 못했던 노인복지법은 노인들에게 실질적인 복지혜택을 주는 법이 되었다.

당시 법 개정운동을 통해 노인사회가 얻은 가장 큰 성과는 노령수당을 수급할 수 있는 법적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70세 이상 저소득 노인 7만6000명에게 월 1만원씩밖에 안 되는 적은 금액을 지급하는 것이었지만 노인문제 전문가들은 이 조항의 신설을 매우 기뻐했다. 일단 제도자체가 생기면 시일이 지나면서 지급대상 또는 지급액이 필연적으로 확대돼 나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노령수당제는 1993년 법 개정에서 그 명칭이 경로연금으로 바뀌며 70만명 내외의 노인에게 월 3만원에서 5만원씩 지급하는 제도로 발전했다. 이후 2008년에는 이것이 다시 기초노령연금제도로 발전해 전국 65세 이상 노인 70%에게 월 9만원 내외의 생계비가 지급되는 제도로 확대되기에 이르렀다.

2007년 개정안에서 경로당이 노인여가복지시설로 규정돼 운영비보조를 받게 된 것도 노인사회가 줄기차게 요구한 끝에 얻은 성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