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속에 핀 꽃' 시집을 펴낸 김순덕씨의 만족한 모습

지난 2월 20일 서울 마포구 대흥동 마포아트센터 아트홀 맥에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할머니들이 손자 손녀의 손을 잡고, 손에는 졸업을 앞두고 쓴 '노을 속에 핀 꽃' 시집을 들고 나오고 있었다. 이들은 4년 동안 양원주부학교와 양원 초·중등학교 전 과정을 마치고 주부학교 501명, 초등학교 237명 등 738명이다. 늦은 나이에 영광의 졸업장과 학생상, 덕행상, 근무상, 학술상, 우등상, 효행상, 애교상, 봉사상, 특기상, 근면상, 끈기상, 목표달성상, 개근상, 노력상 등 부분의 상을 각각 받고 즐거워했다.

양원주부학교 이선재 교장은 6·25전쟁으로 피난 나온 자녀, 전쟁고아, 극빈 아동을 교육할 목적으로 1953년에 설립한 일성고등공민학교로 출발하였다. 1970년대 후반부터 취학 청소년이 줄어, 전쟁과 가난으로 배우지 못한 주부들을 지도하기 시작한 것이 양원주부학교의 시작이다.양원초등학교는 2005년 1월 25일 한국 최초의 성인 대상 4년제 학력인정 초등학교로 지정받아 2013년 2월까지 1,212명의 졸업생을 배출하였고, 현재 1,200여 명이 초등학교 전 과정과 펜글씨, 한자, 영어, 독서, 글짓기, 봉사활동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늦게나마 자신의 능력을 확인하고 인생의 참맛을 느끼며 새로운 길을 걸어가기 위하여 공부하고 있다.

왕언니로 불리는 김순덕(87·여)씨는 "졸업식에는 초등학교 졸업장이 인생의 최고 선물이라며, 그동안 쓴 공책이 무려 86권이나 된다."고 했다. 서윤환(60·여)씨는 "첩첩산중에서 태어나 배고픔으로 유년시절을 보냈고 14살에 식모살이로 억척같이 살았으나, 글을 몰라 허무하고 외로움이 들어 우울증으로 힘들었으나, 진통제를 맞으며 오산에서 왕복 5시간 이상 하루도 빠짐없이 등교하여 제3의 인생을 맞이하고 있다."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시집을 내고 싶다는 전병례(71·여)씨, 공부하면서 우울증도 나았다는 김경자(67·여)씨, 공부를 시작하면서 목 디스크 전신마비가 풀렸다는 최균자(70·여)씨 등 늦깎이 실버들이 4시간에서 5시간에 걸쳐 시외버스로, 지하철로, 강원도 원주, 충남 예산, 인천 강화에서 4년 동안 실로 쉽게 상상이 되지 않은 삶을 살아온 주인공들이 졸업했다.

특히 졸업을 앞두고 '세월' (김순덕) '나의 어머니' (안봉자) 등 70대 할머니 초등학생 44명이 펴낸 156편의 시를 실은 '노을 속에 핀 꽃' 시집은 한글을 배우면서 까막눈을 뜨고 재미를 느끼며 4년 동안 꾸준히 책을 읽고 쓰며 편지 일기 소감문 등을 비록 서툴고 어색한 표현이나마 진솔한 삶의 향기와 학교에서의 추억 등 진심이 담긴 감사를 녹여 놓아 읽는 이로 하여금 뭉클한 감동을 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