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했다간 각종 질병 불러

기다리면 소식도 없으면서 외출 중 불시에 가고 싶어지는 화장실. 언제쯤 이 불안감에서 벗어나고 시원하게 볼일을 볼 수 있을까.

변비하면 보통 젊은 여성들이 많이 걸리는 질환으로 알고 있지만 최근에는 인구 고령화로 변비로 고통받는 노인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70세 이상 어르신 중 22%가 노인성 변비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변비는 건강상 문제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생활에 불편을 주고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특히 노인성 변비는 고령으로 인한 신경 근육의 둔화로 통증없이 천천히 진행되는데다가 호전이 느려 만성화되는 특징이 있다. 변비를 방치하면 만성질환과 노인성질환을 악화시키는 등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는데, 황혼의 불청객 노인성 변비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 (周)

 
▲ 노화가 가장 큰 원인= 보통 하루에 한번 화장실을 못 가는 것을 변비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의학적으로 변비란 1주일에 2회 이하의 배변을 보거나 기타 배변 시 힘들게 보고 단단한 변으로 잔변감이 심한 것을 말한다. 이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변비’라고 한다. 만약 2~3일에 한번 변을 보더라도 기타 증상이 없을 경우에는 변비라고 할 수 없다.

변비는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발생하게 되는데 일반적으로 불충분한 섬유소와 수분섭취, 운동부족, 환경의 변화 등으로 변비가 올 수 있다. 노인성 변비의 경우는 여기에다 기초질환, 약물, 노화로 인한 대장근육 이완 등이 추가되면서 더욱 악화된다.

하남송도병원 김성호 부원장은 “나이가 들면 전반적인 신체기능이 떨어지고 장의 활동도 약해지면서 변비를 경험하게 된다”며 “이와함께 각종 노인성질환으로 인한 약물과 철분제·칼슘제의 복용이 변비를 악화시킬 수 있고, 뇌졸중·골절 등으로 장시간 누워있을 때도 변비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자녀를 여럿 둔 여성의 경우 20~30년 된 만성변비가 많은데, 반복된 출산에 따른 항문구조의 변화가 원인이다. 그 증세도 단순히 변을 자주 보지 못하는 것만 아니라 변실금(변을 참지 못함)과 잔변감(배변 후에도 변이 남은 느낌)까지 겹쳐 큰 불편을 초래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런 노인성 변비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오랜 시간 방치하면서 생긴다. 노화로 감각기능이 떨어져 불쾌감과 통증을 잘 못 느끼는 노년층의 대부분은 1주일 이상 변을 못 봐도 그냥 넘어가거나 약물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노인성 변비를 그대로 놔두면 장궤양, 방광통증, 소변장애 등을 유발하고 대장암으로 발전할 위험이 젊은 사람보다 높다. 특히 변이 가늘어지거나 변에서 검붉은 피가 비치거나 배변 습관이 갑자기 바뀌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 완화제 사용해도 안 되면 수술 고려= 노인변비의 치료는 식습관·운동요법 외에도 약물요법 등 여러 방법을 병행하면서 치료한다. 적절한 수분과 함께 하루 20~25g 식이섬유 섭취 등의 식습관 개선에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으면 일시적 약물요법을 사용한다. 섬유질 성분의 약물을 통해 장운동 촉진과 항문질환이 심한 환자들에게 변을 부드럽게 나오도록 하는 방법이다.

또 대변을 도와주는 물리치료인 생체 되먹임 치료는 특히 대변 시 항문이 막히는 느낌을 가지는 출구폐쇄형 변비에서 효과가 있다. 이 같은 방법으로도 안 되면 마지막으로 수술을 고려하게 된다. 김성호 부원장은 “변 보기가 지속적으로 힘들고 배변 횟수가 주 2회 이하로 적으면서 잔변감이 있다면 만성변비를 의심하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며 “변비를 단순히 약만 복용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여기지 말고 조기에 체계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야채·과일·물 꾸준히 섭취= 변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선 식이섬유의 충분한 섭취와 수분섭취가 우선시 되어야 한다. 과일과 채소는 되도록 생것을 먹는 게 좋으며, 요구르트 등의 발효된 유제품이 도움이 된다. 또한 적절한 유산소 전신운동과 복근 강화운동이 직장내 변을 배출하는 데 좋다. 식이섬유는 장운동을 활발하게 만들어 변이 빨리 배출되도록 도와주고 배변량도 늘려 준다. 채소의 질긴 부분과 해조류의 끈적끈적한 부분, 버섯, 과일 등에 풍부하다.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강낭콩·검정콩·고구마·브로콜리·우엉·양배추·미역·다시마·딸기·사과 등이다.

또 수분섭취를 제한해야 하는 특별한 질병이 없는 한 평소 1.5~2ℓ(8~10잔)는 마셔줘야 체내 노폐물이 배출되고 변도 부드럽고 쉽게 나온다.

서울송도병원 황도연 부장은 “일정한 시간에 화장실 가는 습관을 들이되, 변기에는 10분 이상 앉아 있지 않고, 변의가 없는데 억지로 무리하게 힘을 주지 않아야 한다”며 “또 술, 담배, 인스턴트식품, 기름진 음식을 피하고, 스트레스를 멀리하는 게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도움말: 서울송도병원(02-2231-0900)

하남송도병원(031-793-28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