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한 몸이 된 기분이죠. 이렇게나마 은혜에 보답할 수 있어 다행입니다."

현역 군인이 간암으로 투병 중인 아버지에게 자신의 간을 이식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주인공은 육군 52사단 번개부대 김종환 상병(22). 김 상병은 평소 B형간염으로 고생하던 아버지(59)가 최근 간암 판정을 받은 사실을 알게 됐다. 암세포 전이와 재발을 우려해 의료진은 절제 간 이식 수술을 권고했고 김 상병은 망설임 없이 흔쾌히 간 이식을 결심했다.

간을 이식하면 수술 전의 90％ 수준밖에 제 기능을 못한다는 의료진의 설명이 있었지만 김 상병은 개의치 않았다. 조직검사 결과 다행히 조직적합판정을 받았다. 가족 가운데 유일했다. 평소 술, 담배를 하지 않고 군에서도 꾸준히 체력관리를 해온터였지만 좀 더 건강한 간을 아버지에게 드리기 위해 수술을 앞두고는 하루 2시간씩 운동했다.

지난 4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받은 8시간에 걸친 대수술은 성공적이었다. 김 상병은 자신의 간 3분의 2를 떼 아버지에게 이식했다. 김 상병은 회복 속도가 빨라 곧 광명에 있는 부대로 복귀할 예정이다. 하지만 자신에 비해 아버지의 회복 속도가 더뎌 걱정이다. 수술 뒤 아버지가 손을 잡으며 "고생했다"고 한 첫마디에 눈물을 흘렸다.

김 상병은 "밤낮 쉬지 않고 식당일을 하며 고생하신 아버지에게 이렇게나마 보답할 수 있어 정말 다행"이라면서 "어서 빨리 쾌차하셨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