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65세인가?

인류가 시작된 이래 지난 300만여년간 남녀별 출생률, 연령특수 사망률 등으로 구성되는 인구구조의 변화속도가 아주 느려 사회나 학계에서 별로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었다. 당시 인구구조의 기본 틀은 많은 수의 출산 그리고 높은 사망자 수로 특징되는 피라미드형이었다.

선진국에서는 1940년대에 들어서 경제발전과 교육수준의 향상, 의학의 발전에 의한 위생개념의 실천, 예방접종, 항생제의 발견, 소독약 등의 도움으로 재앙수준에 있었던 전염병에 의한 사망이 급속하게 감소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같은 현상이 약 20년 후인 1960년대에 뚜렷하게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사망률 특이 영유아 사망률이 급속하게 감소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급속한 인구증가현상이 나타나 이를 줄이자고 하는 가족계획운동이 일어나게 된 배경이 된다.

이러한 급격한 인구구조의 변화에 따라 1950년대에 인구학(demography)이라는 학문이 크게 발전하게 되었다. 당시 인구학에서는 세계 각 나라의 인구 변화상황을 진단 및 비교하기위해 여러 가지 지표를 만들어 냈다.

그 지표중의 하나가 고 연령기준을 65세로 정한 것이다. 그리고 당시 UN에서도 각 나라의 인구구조의 변화현상을 파악하기 위해 이 기준을 받아 들였다. 65세 기준은 단지 당시의 상황을 참작하여 학자들이 임의적으로 정한 것일 뿐이다.

당시 선진국의 평균기대 수명은 평균 55세정도,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기대 수명은 40세를 막 상회할 때였고 당시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 인구의 약 1-1.5%정도를 차지하고 있어 현재의 80세 이상 인구와 비슷하다. 당시에는 65세 이상은 환갑을 넘은 분들로서 문화적으로 전형적인 노인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기에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노인 기준으로 받아들였어도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 이후 우리 국민의 건강상태는 급격하게 향상되었고, 평균기대 수명과 평균건강수명도 각각 80세와 72세를 상회하게 되었다. 지금의 65세는 전혀 노인 기준으로 볼 수 없을 정도로 젊고 건강하다.

현재 65세를 노인 기준으로 함으로서 여러 가지 비현실적이고 불합리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첫째, 65세는 의학적으로 정해진 기준도 아니고, 65세가 된다고 해서 육체나 정신에 특이한 변화가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5세를 연금지불연령, 퇴직연령, 노인기초수급 및 장기노인보험 연령, 경노사상에 의한 지하철 무료승차까지도 이 연령기준을 따라 정해왔다.

둘째, 노인이라는 꼬리표가 붙으면 사회적으로 인생의 뒤안길로 물러나 앉아야 하는 연령 군으로 인식하게 되며 동시에 자신의 능력이나 생산성과는 관계없이 위축되고 사회에서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어간다.

셋째, 아직 건강하여 부양을 받을 필요가 없는 많은 사람들을 전부 복지 및 부양대상으로 분류함으로서 정부와 사회에 불필요한 부담을 주며 동시에 국민들에게 미래를 암울하게 인식하게 만든다.

노인 연령기준을 상향조정하는 일은 물론 간단한 일이 아니다.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에 크게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 방법은 아예 노인 연령기준을 없애버리는 것도 한 해결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노인이라는 개념도 아주 모호한 개념이어서 노인 연령기준을 합리적으로 정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퇴직연령, 연금 지불 연령 등 각 정책의 특성에 따라 연령기준을 따로 정해 적용하면 될 것이다.

여하 간에 기준의 새로운 제정이 필요하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먼 장래를 내다보고 연구 검토하여 결정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