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상담] "마음의 벽부터 허물어요.

서울시어르신상담센터는 어르신의 다양한 고민을 함께하고 있다. 그 중‘성(性)’에 관한 고민은 어르신 누구나 갖고 있는 공통의 고민사이지만, 타인의 눈 때문에 쉽사리 말문을 열지 못해 해결의 통로 또한 닫혀 있다. 이에 상담을 통해 문제해결에 이른 어르신들의 사례를 소개해 같은 고민을 갖고 있는 독자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한다.

서울시 도봉구 K 어르신(70)

내 나이 칠십, 요새 칠십은 한창 나이이죠. 살다 보니 고민이 많았습니다. 특히 마누라와 부부관계가 좋지 않았습니다. 성적인 부분에서 갈등이 많았습니다.

나이 들어 성(性)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주책이라 하겠지만 나이 들었다고 부부관계를 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습니까. 부부가 서로 관계를 갖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요? 그러나 마누라가 짐승같다며 절 멀리하더군요. 그럴 때면 “나이 들어 웬 주책이냐”는 핀잔도 함께 들었지요. 주변 친구들도 “다 늙어 뭘 기대해?”라고 얘기하더군요. 이러니 친구한테도 의논을 할 수가 없었어요.

이래저래 고민하던 어느 날 지하철에 붙어 있는 서울시어르신상담센터 홍보 포스터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여기를 가면 제 얘기를 들어줄 것 같은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마음을 잡고 찾아가 봤지요. 상담원과 함께 상담실로 들어가 저의 고민을 하나씩 이야기 하게 되었습니다.

선뜻 말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그냥 편하게 모두 털어 놓았습니다. 부부관계를 하려고 하면 부인이 손사래 치며 아프고 불쾌해 한다고 사실대로 이야기했습니다. 상담원은 저에게 나이 들어 생기는 신체적 변화를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여성은 폐경기가 지난 이후 성관계 할 때 질 분비액이 나오지 않아 아프고 불쾌할 수 있다며 ‘러브젤’을 사용해 보라고 하더군요.

상담원의 얘기를 들으며 “그래서 그랬나.…?” 무지한 제 탓을 했습니다. 노인도 이런 성지식이 필요하구나, 하면서요. 그런데 상담 중 “어르신, 부인과 지내시는 건 어떠세요. 다른 갈등은 없나요?”라고 묻는 거예요. 실은 부인과 몇 년 전부터 각방을 쓰고 있고 자녀들 문제로 매일 갈등을 겪고 있었던 차였습니다. 그 얘기를 들은 상담원이 “부부관계가 성적인 부분만 있는 것은 아니에요. 혹시 두 분이 요 근래 데이트를 해 보셨나요? 같이 외출은 하시나요?” 등등 여러 가지를 물어오더군요.

솔직히 ‘나이 들어 뭘 같이 다녀?’라고 생각하는지라 함께 데이트하거나 외출한 적이 없었습니다.

“어르신, 가끔 두 분이서 데이트 하세요. 두 분만의 외식, 산책, 등산 등등 할 수 있는 게 많잖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아직 살아갈 날도 많으신데, 성관계는 육체적인 관계에 그치는 게 아니라 서로 간에 애정이 있어야 할 수 있어요. 성관계는 소통이예요.”

상담원의 말을 듣고 내가 정말 일방적으로 내 욕구만 생각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뭔가 해결책을 찾은 저는 상담원에게 “다음번에 좋은 소식 갖고 올게요”라며 상담센터를 나섰어요.

집에 돌아가 마누라에게 말했죠. “여보, 우리 나가서 저녁 먹을래요?”  그리고 상담원의 말대로 함께 즐기던 등산도 하고 여행도 계획해 보았습니다. 그러면서 멀어졌던 우리 사이가 조금씩 가까워지기 시작했어요. 당연히 성관계도 자연스러워지고 수월해졌고요. 성관계는 부부 간 소통이구나, 정말 통(通)하는 거구나, 그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상담센터를 찾는 다음 주에는 제게 문제의 진짜 원인을 알려준 상담원에게 좋은 소식과 함께 감사의 마음 전하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