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서 굶는 아이들이 나오면 어떻게 해야 할 줄 모르겠어요. 우린 비교적 풍족하게 사는데…. 같은 시대를 살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게 미안해서 기부를 시작했어요.”

18일 서울 노원구 공릉2동 주민센터 앞에서 ‘꿈꾸는 호박죽’ 노점을 운영하는 김미자(60·여·사진)씨는 아프리카 아이들을 돕는 이유를 이같이 말했다.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는 남편과 함께 살고 있는 김씨는 호박죽을 팔아 모은 돈으로 지난 1월 탄자니아 아이들을 위해 500만원과 전자피아노 2대를 기부했다.

김씨는 오전에는 중랑구 신내동 서울의료원 앞에서, 오후에는 주민센터 앞에서 매일 한 그릇에 2000원짜리 호박죽을 판다. 그가 호박죽을 팔기 시작한 것도 자신의 꿈인 기부를 실천하기 위해서란다.

김씨는 그동안 생활비에서 월 40만원을 떼 월드비전과 기아대책 등 구호단체 등에 기부해오다 직접 아프리카에 학교를 지어주고 싶어 지난해 5월 노점을 차렸다.

처음에는 부끄러워서 사람들 앞에 나서기도 쉽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일이 손에 익었다. 이후로는 일요일과 비 오는 날을 빼고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호박죽을 팔고 있다. 하루 종일 일해 번 돈은 5만∼10만원선. 이같이 모은 돈에서 매달 기부금을 뺀 나머지는 아프리카에 학교를 짓기 위해 저축하고 있다.

김씨는 “젊었을 때 보증을 잘못 서는 바람에 고생을 많이 했지만 주변의 도움으로 재기에 성공했다”며 “당시 주변에서 치약과 비누 같은 작은 것들을 챙겨주는 이웃들이 고마웠고, 그때부터 ‘베푸는 삶’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조병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