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냄새

밤 11시 늦은 시간인데 전철 안의 많은 사람에 놀랐다.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무엇을 하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것인지 낯선 풍경에 어리둥절하다. 요즘 젊은이들은 올빼미족이 많다지만 초저녁잠이 많은 나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로 여겼다. 나는 10시 전에는 잠이 들고 아침 5시쯤 에는 어김없이 눈을 뜨는 교과서 같은 생활을 하고 있기에 오랜만에 지하철 풍경이 낯설기도 했지만, 재미가 있었다.

어쩌다 지하철을 타면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서서 가는 편이지만 이날은 노인석에라도 앉아볼까 하고 찾아가 보니 젊은이들은 빈자리 앞에서 꿋꿋하게 서서 온통 스마트폰에 빠져 있고 다행히 자리가 남아 있어 모른 척 슬쩍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앞쪽 삼 인용 자리에는 여자 두 분이 양옆으로 앉아 있고 가운데 자리가 비어 있는 상황이었는데 잠시 후에 술 취한 70대 노인이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다. 몇 분이 지나고 한 여자가 코를 쥐고 다른 칸으로 가고 뒤이어 또 다른 아주머니도 일어나 버린다. 주변에 서 있던 젊은이들도 슬금슬금 다른 쪽으로 가버리고 술 냄새와 담배 찌든 냄새가 내가 앉은 자리까지 풍겨온다. 노숙자는 아닌 듯한데 옷차림도 말끔한 듯한데 냄새가 문제였다.

자기 몸에서 풍기는 냄새는 본인은 느끼지 못하지만 남들에게는 큰 고역이다. 나이가 들수록 몸을 더 자주 씻고 옷을 자주 세탁해 입어야 노인 냄새를 덜 풍길 수가 있다. 노인이 되면 노인 특유의 냄새가 더 나게 되어있다, 신체의 신진대사의 능력 감소로 노폐물의 분해와 배출이 활발하지 못해 노인 냄새가 난다고 한다.

멀리 외출할 일이 생기면 일단 몸을 깨끗이 씻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어 노인의 품위를 지켜보자 그리 크게 돈 드는 일도 아니니 젊은이나 손자들에게도 무시당하지 않으려면 자기 자신이 주의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한다. 이제 따뜻한 봄이 되었으니 창문을 활짝 열어 자주 환기 시키고 옷과 이불도 햇볕에 말리고 열심히 운동도 하고 돌아와 샤워한다면 노인 냄새도 없애고 얼마간의 품격도 유지하며 남은 인생을 상쾌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냄새 때문에 주위 사람들에게 무시당하며 피해를 주는 사람이 되지 말자.

<시니어리포터 조명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