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수명이 얼마나 되는가 하는 논의는 예로부터 있었다. 성경에는 수명이 120세라 한다. (창세기 6장 3절) 현대 의학자들은 그와 비슷하게 125세까지로 보고 있단다. 통계청에서도 현재 65세를 넘은 사람의 평균 수명이 91세라고 발표한 것을 보면 인생 칠십은 옛말이고 인생 백세 시대가 온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요즈음은 안생 백 년 사계절을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많다. 25세까지가 봄이요, 50세까지가 여름이며 75세까지가 가을이라고 하고 100세까지가 겨울이란다. 이에 따르면 70세 노인은 단풍이 가장 아름다운 만추(晩秋)쯤 되는 것이고, 80세 노인은 초겨울에 접어든 셈이 되는 게 아닌가?

어느 날 대전에 사는 아주 다정한 문학동인 한 사람이 “어제 마지막 항암제 치료 약을 먹었습니다.”라는 전화를 받고 몇 년 전부터 암으로 고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터라 ‘마지막’이라는 말에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백만 볼트의 전류가 흐르는 듯하였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물어보니까 그 친구는 안심하라고 하며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였다.

제가 건강이 좋지 않아서 2009년 11월 24일 충남대학교병원에서 검사결과 주치의 교수 진단에 따라 암 수술을 받고 항암약물치료와 방사선치료를 받은 후, 주치의 교수로부터 먹는 약 항암제 처방을 받아 2010년 10월 27일부터 복용하면서, 2개월 간격으로 진료를 받아왔습니다. 그리고 6개월마다 위내시경과 CT 촬영을 하여 그에 따른 결과를 보면서 지금까지 어려운 고통을 극복하고, 아울러 가벼운 운동을 하면서 치료를 받아왔습니다.

그런데 지난 2014년 9월 2일 주치의 교수로부터 이제 먹는 약 항암제 처방을 종료한다는 말을 듣고 그동안 힘들게 치료를 받으면서 일상생활을 해왔던 지나간 날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쳐가고 매우 기쁜 나머지 전화를 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치료를 받아오면서 나와 같은 질병으로 가까이 지냈던 환우들이 하나, 둘씩 세상을 떠나는 것을 보면서 내가 이렇게 살아가고 있음을 하나님께 감사한 마음의 기도를 올릴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답니다.

저는 늘 나의 질병에 대한 모든 것을 주치의 교수에게 맡겨서 그에 따른 처방지시대로 성실히 실천에 옮겼습니다. 특히 일상생활에서 모든 일에 긍정적인 사고의 태도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이제 저와 같은 질병으로 투병생활을 하고 계시는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어떠한 경우라도 주위의 여러 사람이 하는 말들을 듣지 마시고 현재 치료를 받고 있는 주치의 처방에 따라 제반 행동을 하는 가운데 치료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생활한다면 머지않아 건강을 회복하여 남은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라고 그는 말했다.

이제 항암치료 약을 복용하지 않아도 되며 암을 극복했다기에 전화상으로 문우에게 몇 번의 만세를 외쳐주었다. 마지막 항암 약을 먹고 같은 환우들에게 자기의 암 극복에 대한 경험을 알려주며 당부하는 말을 들었을 때는 쾌유함의 즐거움 위에 거룩함마저 느꼈다. 아마도 이제 그 문우는 인생의 삶의 한계를 향해 한발 한발 도전할 것이며 백세 시대도 무난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