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 숭실대 교수·보험수리전공 금융보험통계연구회 회장>

우리 사회는 앞으로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른 인구노령화를 경험하게 될 예정이다. 17년 후인 2030년이 되면 기초연금 수혜자인 65세 이상 노년인구는 현재보다 2.1배 늘어나고, 그들을 부양할 15~64세 생산가능인구는 오히려 10% 줄어든다. 이렇게 되면 생산가능인구 한 명당 기초연금 부담은 지금보다 2.3배 늘어나게 된다. 이 비율은 지금 10세 아이가 40세가 되는 2043년이 되면 3.7배로 껑충 뛴다.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모든 국민에게 노후에 정액의 연금을 지급하는 기초연금의 취지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필요한 복지제도를 위해 어떻게든 재원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데도 모두 동의한다. 그러나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 것이며, 그 재원을 누가 어느 정도 부담하는지를 객관적으로 따지고 재원을 부담할 당사자들의 동의를 구하는 데는 관심이 적다. 기초연금제도 입안자들은 지난 대선을 통해 복지 확충에 대한 국민 다수의 합의를 얻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기초연금에 따른 비용의 많은 부분을 분담할 이해 당사자가 선거에 참여하지 못하고 정책 결정 과정에 의견을 반영할 기회가 원천적으로 주어지지 않는 청소년이거나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세대라는 사실이다. 이들에게 동의를 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렇다고 비용을 부담할 이들의 동의도 없이 그들 명의로 엄청난 빚을 내어 쓰는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혹시라도 기성세대가 '부담한 것에 비해 더 큰 혜택을 먼저 누리고 가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들판의 풀을 뿌리까지 뜯어먹어 생태계가 망가지면 그 들판을 터전으로 하는 모든 구성원의 삶이 위협받게 된다. 막중한 비용 부담이 초래할 미래 우리 사회의 어려움을 생각해야 한다. 실제로 비용을 부담할 당사자 세대가 이러한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게 되는 시점에 전개될 수 있는 험악한 상황을 상상해보라. 기초연금 도입에 따른 재정 부담 논의의 핵심이 '세대 간 형평성'에 있음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현 세대가 최선을 다해 그들 몫의 책임을 완수해야 미래세대 또한 자신의 부담을 받아들일 것이다. 세대 간 형평성이 지켜지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발생하는 전체 비용을 추정하고, 그중 각 세대가 부담해야 할 부분을 합리적으로 평가하여 세대별로 부담을 분배하는 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

지난주에 읽은 세 기사가 생각난다. 일본 정부가 고령자의 혜택은 줄이고 부담은 늘리는 사회보장제도 개혁안을 추진한다는 것이 그 첫째이다. 둘째는 '결국 월급쟁이에게 손 벌린 정부'란 제목의 우리나라 증세안에 대한 기사이다. 마지막은 "내가 만약 영어를 할 줄 아는 일본의 젊은이라면 이민을 택할 것"이라는 리콴유 싱가포르 전 총리의 발언이다. 이 기사들은 별개 사안이지만 같은 맥락에서 우리 사회의 미래를 시사한다고 본다. 10년 후 일본보다 가혹한 상황이 우리의 현실이 될 수 있다.

우리의 미래세대가 한국 사회에 절망하여 이 땅을 떠나지 않게 하려면, 미래 상황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에 기초하여 지속 가능한 기초연금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사회복지의 문제는 장거리 경주이지 한국인의 기민성과 역동성으로 대처할 수 있는 단거리 경주가 아니다. 수십 년간 쌓여온 누적적 문제가 눈사태처럼 우리 사회를 덮쳐오지 않도록 장기적 안목으로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출처 - 조선일보 & 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