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 1일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되었다. 지금까지 가족에게 맡겨져 있던 고령, 치매, 중풍 등 장기간병과 장기요양 문제를 사회연대원리에 따라 국가와 사회가 분담하려는 제도이다. 이 보험제도에 따른 장기요양보험 수급자는 2011년 7월말 기준으로 31만여 명, 장기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한 자는 2010년말 기준으로 98만여 명, 이 중 23만 7천여 명이 취업하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보험제도는 초고령사회로 향해 가는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제도이며, 요양보호사 노동인권의 수준은 연로한 가족구성원이 제공받는 요양서비스의 질을 좌우하는 주요한 잣대이다. 이것은 요양보호사의 노동인권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2012년 7월,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요양보호사의 노동인권실태는 이들이 저임금, 장시간 노동, 불합리한 임금체계, 산업재해 노출, 성희롱 등 열악한 근무환경에 놓여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재가 요양보호사의 임금수준은 최저임금 수준에 머물러 있고, 시설 요양보호사의 경우 4대 보험료를 제외하면 월 80만원의 임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즉 생계를 해결하기 위한 일자리로 정착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상당수의 요양기관에서 적용하고 있는 ‘포괄임금제’로 인해 각종 수당, 퇴직금, 휴일근무와 가산임금 등도 제대로 보장받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전국여성노동조합의 조사결과에 의하면, 시설 요양보호사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약 53시간, 12시간 교대 또는 24시간 격일교대 등 2교대 근무형태가 일반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요양보호사 1인이 실제로 돌봐야 하는 입소자의 수는 주간에는 평균 9.7명, 야간에는 평균 16.5명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입소자 2.5명당 요양보호사 1명을 배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노인복지법에 비춰볼 때 돌봐야 하는 서비스 대상자가 지나치게 많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장시간의 노동과 비현실적인 인력배치는 요양보호사를 지치게 할 수밖에 없고, 수급자의 경우 충분한 요양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상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전국요양보호사협회의 보고서에 의하면, 조사 대상 재가 요양보호사의 절반 이상이 손님접대, 김장, 농사일 등 서비스 외의 노무를 강요받았다고 응답하였다. 또한 시설 요양보호사는 관장, 드레싱, 배뇨관 삽입 등 의료행위와 같은 부당업무를 하게 된 사례도 확인되었다. 특히 야간근무 시 간호사 없이 요양보호사만 근무하는 경우도 일반적인 관행인 것으로 드러났다. 심각하게는 요양보호사가 치매 혹은 정신질환 등의 질병 상태를 가진 수급자를 돌보는 과정에서 폭력, 폭언, 성희롱으로부터 항시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다.
실제 수급자와 수급자의 가족으로부터 신체적, 정신적 피해를 입은 적이 있다고 응답한 요양보호사가 81%에 달한다는 보고도 있다.
열악한 요양보호사의 노동인권개선은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사회적 실효성에 핵심적 과제로 등장했다. 고용노동부와 지자체의 일상적 관리감독의 강화는 두말할 나위 없고, 포괄임금제의 남용과 같은 불합리한 임금, 복리후생체계도 조속히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요양보호사 인력배치기준을 현실화하고, 서비스 외의 노무와 의료적 행위 그리고 신체적 정신적 피해는 반드시 예방되어야 한다. 대구시로부터 위탁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 모 노인전문병원을 둘러싸고 지역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임금체불, 최저임금위반, 부당한 간병인력 감축 등의 문제기 제기되고 있다. 다행히 노사가 대화를 다시 시작했으니 갈등과 대립이 해소되길 기대한다. 바라건대, 해당 병원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의 노동인권실태에 주목해주길 바란다. 왜냐하면 이들이 병원체계 내에서 가장 약자의 위치에 처해있기 때문이며, 이들의 인권개선이 병원의 전체 종사자와 서비스를 제공받는 수급자의 권리 신장에 주요한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