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노인의 날이 되면 국제기구에서는 노인에 대한 다양한 아젠다를 제시한다. 최근에는 노인의 권리보장, 여성노인의 삶의 인정 등 침묵으로 일관하던 노인의 삶을 존중하고 지속적인 사회참여를 유도하는 제도 마련이 강조되고 있다.

특히 인구고령화로 개인과 가족, 지역사회에 많은 변화가 요구되는 가운데 ‘노년’에 대한 생각도 변화해야 함을 지적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기념사에서 특히 장수(Longevity)라는 용어를 강조했다. 경제적인 부와 관계없이 인간은 장수에 대한 소망을 이뤄냈고 이 과정에서 공중보건의 역할이 컸음을 지적했다.

인간의 오랜 염원이었던 장수는 이제 현실이 됐고 100세를 영위하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기정 사실이 되고 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한국 사회도 1200명이 넘는 100세 이상의 노인이 생존한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이와 관련 언급하고 싶은 것은 장수가 노년기 또 하나의 삶의 격차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장수는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보편적인 목표와 방향이 돼야 한다. 연장된 노년을 새롭게 해석하고 노년을 준비하는 과제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목표다.

노인의 날을 맞이해 그동안 관심에서 소외됐던 노년층에 국가적 관심이 집중됐다. 그 관심의 의미와 방향을 되새겨볼 때 국가차원에서 어르신의 공헌을 인정하고 아울러 소외계층으로 전락하는 사회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한 여러 캠페인을 마련해야 했지만 이번 노인의 날은 왠지 조용히 지나간 것 같다.

아직 노인 스스로조차 이 날을 알지 못하며, 가족들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노인의 날을 챙겨 손주들이 전화하고 가슴에 꽃을 달아드린다거나 노부모를 찾아 기념하는 가족들은 거의 없다.
노인의 날은 가족차원에서 그 의미가 더 크게 부각돼야 한다.

이젠 우리 사회에도 노인의 날을 챙기는 가족문화가 조성돼야 한다. 어려서부터 할머니, 할아버지를 가까이하고 노년을 이해할 수 있는 교육을 노인의 날을 통해 더 많이 전파해야 한다. 이는 세대통합과도 연결되는데, 우리 아이들이 노인을 긍정적인 입장에서 이해하는 기회를 되도록 많이 만들어줄 수 있는 날이 돼야 한다. 이같은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인의 날’ 명칭도 ‘할머니 할아버지의 날’로 변경하는 것도 생각 해봄직하다.

노인의 날이라며 기념식을 하고 노인잔치를 즐기는 것보다 가족과 사회가 실제적인 노인의 이미지를 그려낼 수 있는 행사가 많다면 좋지 않을까. 노년을 이해할 수 있는 가족문화를 가꾸는 계기로, 그리고 각종 시설도 지역사회와 함께 담을 허물고 노인에 대한 이해를 한층 더 높일 수 있는 기회로, 종교단체와 학교에서도 노년의 삶을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특별한 날로 그 의미가 부여 됐으면….

노인 단체뿐만 아니라 가족과 아동?청소년, 그리고 여성 단체들이 함께 우리 사회의 노년을 보다 긍정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행사들이 많은 노인의 날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올해는 노인의 날이 추석명절 중간에 있어 매우 조용히 지나갔다. 매스컴에서도 포털사이트에서도 노년을 조명하는 예가 드물었다. 물론 그 날 하루가 뭐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초고령사회로 달려가는 우리 사회는 노년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사회 환경이 매우 중요하다.

노인을 소외시키지 않고 참여시키는 사회적 합의가 매우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에서 노인의 날은 우리 사회에 큰 의미로 자리매김될 수 있는 중요한 날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추석명절’이라는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날, 노인의 날이 갖는 의미가 더 부각될 수 있지 않았을까…. 못내 아쉬운 생각이 든다.

한동희 노인생활과학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