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UN ESCAP(유엔경제사회위원회)가 주최한 회의에 다녀왔다. 급속히 고령화 중인 아시아 국가들의 새로운 전략과 함께 마드리드 국제고령자회의 이후 10년 동안 어떤 노력과 정책이 실행됐는지에 대해 공유하고 재검토하는 목적으로 회의가 진행됐다. 유엔경제사회위원회에서 고령자를 주제로 회의를 연 예는 극히 드물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매해 고령자를 주제로 회의를 연 이유는 그 만큼 ‘고령화’가 세계의 화두임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회의는 중국 길림성 장춘에서 열려 4개의 주제로 고령화를 준비 중인 아시아 국가들의 노력을 공유했다. 정책 입안자, 노년학 전문가, NGO가 함께 참가해 이틀 동안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회의를 이어갔고 회의를 주최한 중국의 고령사회에 대비한 노력들을 가까이에서 살펴볼 수 있었다. 결정된 어젠다를 참여자 모두 함께 검토하고 의견을 공유하며 보고서를 제출하는 과정을 보며 신선한 감동을 받았다.

요즘 국제회의에 참석하면 한국의 위상이 매우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의 고령화 정책 특히 한국의 장기요양보험 정착 과정과 노인일자리 정책 그리고 노인정보화에 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단순한 질문이라기보다 벤치마킹하고자 하는 의욕들이 보인다. 우리가 일본의 노인정책을 분석했듯이 동남아 국가들 역시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은 기대 이상인 것 같다. 한류바람 탓인지 어쨌든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치가 점차 변화하고 있다. 심지어 자원봉사차 참여한 대학생들이 휴대폰으로 사진을 함께 찍자는 주문도 많이 받는다고 한다. 10년 전과는 판이하다. 나는 국내의 부족한 노인정책에 대한 불만이 많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이들의 질문과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은 잠시 한국을 다시 보는 계기가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일본의 경우는 복지 컨텐츠를 국제비즈니스화하는 데 바쁘다. 케어 인력을 양성하고 교육할 수 있는 컨텐츠를 보급하고 국제회의를 국가가 지원하면서 일본이 그 중심이 되도록 다양하게 준비 중이다. 한국도 이제는 벤치마킹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한국을 찾는 국가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을 준비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노인 복지, 산업 정책들을 통해 에이징 비즈니스모델을 구체화해야 한다. 여기에는 많은 준비가 필요하고 신선한 아이디어가 요구된다. 한국의 강점인 IT(정보화), BT(바이오), NT(나노), HT(헬스), GT(노년공학)등의 신기술을 활용해 한국의 노인복지정책과 산업화 과정을 국제사회에 내보일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개인적인 이익보다는 국가와 지역사회라는 큰 단위에서 노인의 행복을 추구하고 국제적인 관계를 더욱 적극적으로 맺어가며 한국의 노인복지정책과 산업을 배우러 오는 국가들에게 제공할 만한 것들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서울에서 열릴 2013년 세계노년학 노년의학(IAGG) 대회는 미래를 준비하는 회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강점인 디지털라이프를 노년에 적용해 ‘디지털 에이징’을 실현한 많은 연구들이 발표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외 노년, 노년의학자들 역시 그 관심이 매우 높은 대회인 것 같다. 특히 2012년 마드리드 고령자 국제회의가 있고 10년이 지난 후 ‘IAGG’ 대회가 열리면 고령자정책에 대한 국가들의 그 동안의 노력과 수범 사례들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한국 역시 그동안 노년기를 바라보는 시각은 많이 변화했다. 한국의 노인정책이 아시아 국가들의 본보기가 되고 한국을 배우러 찾아오는 국가들이 늘고 있다. 따라서 체계적인 전략으로 제 20차 ‘IAGG’ 이후 노인을 주제로 한국이 점할 수 있는 국제적인 위상을 더욱 높이는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2050년이 되면 노인인구 세계챔피언 국가가 될 한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은 매우 높다. 한국이 어떤 정책으로 행복한 노년을 이끌고 있는가는 한국만의 관심이 아니라 이제 아시아, 나아가서 세계인의 관심과 기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한동희 노인생활과학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