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끼고 읽는 책 3권이 있다. 시니어가 되어서 어린이로 돌아온 탓이라 생각한다. 첫째가 연금술사, 둘째는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셋째가 어린 왕자다. 첫째로 끼고 읽는 책이 3권 중 가장 최근에 나온 파울로 코엘료가 쓴 연금술사다. 그 책에서 주인공은 연금술사를 만났다. 그러나 나는 아직 그를 만나지 못하여, 하루하루가 그를 만나겠다는 일념으로 사막을 걷고 있는 기분이다.

내가 이렇게 방황하고 있는 사이에 젊은이 한 사람이 또 연금술사를 만났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이제 나는 연금술사 만나기를 포기하고 그 청년을 만나서 한 수 배울 궁리를 하고 있는 중이다. 그도 파울로 코엘료의 분신처럼 연금술사를 만나러 모로코에서 출발했다. 방법이 다를 뿐이다. 그는 아일랜드 청년 코너 우드먼, 모로코 전통 시장에 가서 생면부지의 카펫장사를 시작한다. 사막을 뒤지고 땀범벅이 되어서 3일 만에 40%의 이익을 남기고 첫 카펫 장사를 성공시킨다.

자신감을 얻은 그는 수단으로 가서 낙타장사를 시도했지만 매번 잘 될 수는 없는 법, 허탕을 하고 경비만 날린다. 우리의 불굴의 정신 덩어리는 이제 수단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잠비아 커피 1.8톤을 사서 남아공에 팔 모험을 한다. 내 눈으로는 죽지 않고 살아서 남아공까지 2,500km를 갈 수 있는 것만도 다행인데 생면부지의 커피장사에서도 30% 이상을 남긴다. 투자금액이 처음 카페트 때보다 10배는 넘었기에 수단에서 날려버린 경비를 제하고도 꽤 짭짤한 수익을 남긴다.

이제 그는 아프리카에서 인도로 날아간다. 그가 이렇게 돈벌이에 목숨 걸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아니다. 그는 잘나가는 런던 금융시장의 어낼리스트, 펀드 매니저다. 결혼을 안 했기에 자유로운 영혼인 그는 돈도 벌고 여행도 즐기는 그래서 세상 공부를 더 해보고 싶은 야심가일 뿐이다. 살고 있는 아파트를 판 자본금 5만 달러로 여행을 출발해서 10개월 후에 여행경비 제하고 예금통장의 현금 잔고를 10만 달러로 불리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다.

결론은 그가 목표달성은 물론이요, 세계적인 성공모델이 되어 이제는 10만 달러 정도는 관심도 안 갈 때 부호가 되었다. 그의 책이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되어 인세만 넘치는 게 아니라 강연 수요가 넘쳐서 세계 젊은이들의 우상, 멘토, 모델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책이 젊은이들 사이에 선풍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어서 번역 발간한 갤리온 출판사도 단비를 맞았다.

아직도 나는 연금술사를 만나지 못했다. 나의 바람이 엉뚱하기 때문이다. 내가 직접 만나려는 것이 아니고 내 아이들이 만나고 와서 기쁨을 전달해 주길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들 2명을 기회 있을 때마다 해외로, 국내 벽촌으로 여행 보내는데 눈 크게 뜨고 들을 만한 깨달음의 정보를 가지고 오지 않는다.

나는 포기 할 줄을 모른다. 이번 추석에도 지난 6월에 출가한 딸이 남편과 배짱이 맞는지, 아니면 사위가 장인어른을 기쁘게 할 뭔가를 찾아낼 요량인지 추석 연휴에 동남아 여행을 다녀오겠다고 미리 인사를 다녀갔다.

나는 이번에도 기대에 차서 흐뭇하지만 주변의 눈총이 따갑다. 나보다 여유가 많은 부모이면서도 아이들을 ‘우물 안 개구리’로만 키우고, 좋은 직장 못 간다고 타박하고 모험심을 키워줄 생각을 안 하는 이웃이 더 나를 갸웃이 본다. 모험도 할 만한 때가 있다. 청년시절 만이 ‘신밧드의 모험’이 가능한 시기이며 부모가 사랑하는 자녀에게 해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는 생각을 말하고 싶다.

사랑하는 내 딸과 사위가 연금술사를 늦게 찾았으면 좋겠다. 어차피 인생은 프로세스가 아니던가! 나는 그것을 이웃에게도 가르쳐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