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 지나면 모처럼 뵙고 온 부모님에 대한 걱정에 이런저런 상담을 원하는 지인들이 있다. 올해도 고향에 내려가 지난 해 명예 퇴직한 아버지를 뵙고 왔는데 치매인 것 같아 염려된다는 상담 요청을 받았다. 구체적인 사정을 물어보니 퇴직 후 한동안 여행도 다니고 나름 즐겁게 보내곤 했는데 지난 해 연말 이후로 사소한 것들을 기억하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집에만 있으려고 하신다고 했다.

술도 전보다 더 많이 마시는 것 같아 걱정이 된다고 했다.

예전보다 짜증도 더 많이 내시고 몸 여기저기가 아프다고 하시며 잠을 주무시지 못하는 날도 많아 어머니께서 많이 힘들어 하신다고 했다. 노령 인구의 빠른 증가와 더불어 노인의 정신질환 유병률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노인의 정신질환 가운데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두 가지는 노인성 우울증과 치매로 대표되는 인지장애다.

노인성 우울증은 전체 노인 인구의 15%에서 나타날 수 있으며 높은 재발률을 특징으로 한다. 나이 자체는 위험 요소가 아니지만 배우자와의 사별이나 직업의 소실, 내과 질환 등이 우울증에 취약하게 하는 요소로 알려져 있다. 주된 증상은 기운이 없고 집중력이 저하되며 잠을 잘 이루지 못하고 식욕이 저하돼 체중이 줄어드는 양상을 보인다.

젊은 성인에서의 우울증과 다른 점은 불면증 때문에 힘들어하고 집중력이나 기억력 저하를 호소하고 우울감 보다는 신체적인 증상을 더 많이 호소한다는 점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우울증 증상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우울증보다는 내과 질환이나 치매로 오인되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 노인성 우울증에서 나타나는 치매와 유사한 기억 장애를 '가성치매(pseudodementia)'라고 하는데 이는 우울감에 따른 집중력과 주의력 저하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다.

이는 우울증을 가진 노인의 15%에서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치매 노인의 25∼50%에서도 우울감을 호소한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기억력 저하를 보이는 노인에게 노인성 우울증과 치매를 감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노인성 우울증은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회복률이 80%나 되지만 다른 질환으로 오인돼 치료 시기를 놓치게 되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까지 이를 수 있는 무서운 질병이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노인 자살률은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아 인구 10만명 당 28.4명에 이른다고 한다. 노인의 자살을 이끄는 가장 많은 원인이 바로 노인성 우울증이다.

치료는 주로 약물을 이용하게 되며 정신치료와 교육, 가족치료 등을 함께 시행할 수도 있다. 증상이 심하면 전기경련요법을 시행하기도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족들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평소 일상 생활에 대한 대화를 자주 나누며 증상을 파악한 뒤 전문가에 의한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것이 병 치료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노인들도 자신의 증상을 단지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것이라고 치부해 버릴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과 마음에 좀 더 관심을 갖고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를 갖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또한 자신이 먼저 가족들과 소통하려는 시도를 해보는 것도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된다.